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7> 도쿄 음향기술전문학교 <8>佛 와인학교 ‘카파’

鶴山 徐 仁 2006. 5. 27. 23:14
<7> 도쿄 음향기술전문학교



음향기술전문학교 학생들이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이크의 숫자와 위치를 바꿔 가며 녹음실습에 몰두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기자
《일본 도쿄(東京) 도심 시바공원 근처에 자리 잡은 음향기술전문학교(IST) 9층. 1학년 학생 8명이 한 조를 이뤄 녹음실습을 하고 있었다. 녹음실에 있는 악기라고는 피아노 한 대뿐. 그 주위에 마이크 4개를 설치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학생들은 수십 번 주저하고 망설였다. 소리는 민감하다. 현 소리구멍 반사판 등 피아노의 어느 부위에 마이크를 몇 대씩 세우느냐에 따라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전혀 다른 것이 돼버린다. 피아노와 마이크의 거리, 마이크의 방향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10여 분에 걸친 마이크 설치 작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믹싱콘솔(음을 혼합하는 기기)이 설치된 방으로 향했다.》

한 명씩 돌아가며 믹싱콘솔을 조작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조금 전의 진지함을 넘어 긴장으로 바뀌었다. 3억 원짜리 비싼 기기에 주눅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재즈 믹싱에 관한 한 일본 제일인 오이카와 기미오(及川公生) 선생 앞에서 어설픈 솜씨를 보이자니 손에 땀이 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멀티미디어시대가 열리면서 일본에서는 음향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나 학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교육의 질에 문제가 있는 학교가 적지 않다. 일부는 한 교실에 100명이 넘는 학생을 몰아넣고 실습을 하다 보니 “기기 한번 못 만져보고 졸업했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이에 비해 IST는 ‘실습에 참여하는 학생은 10명 이내로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IST의 전신인 녹음기술전문학원이 문을 연 것은 1973년. 일본 최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도 학생수가 적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 학교의 학생 수는 6개과, 2개 학년을 통틀어 300명가량이다. 한 학년 1개 과의 정원만 300명에 가까운 전문학교도 있는 현실에서 IST는 ‘미니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미카미 요이치로(見上陽一郞) IST 교장은 “학생 수를 제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서 “우리 학교의 꼴찌 졸업생도 한 사람의 프로로서 일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수정예주의와 더불어 꼽을 수 있는 IST의 또 다른 특징은 철저한 음향중심주의.

일본의 많은 전문학교는 멀티미디어와 공연예술의 한 부분으로 음향을 다루지만 이 학교는 음향을 확고한 중심에 놓고 시대변화에 맞춰 외연을 넓혀왔다.

학과를 봐도 정통음향분야에 해당하는 녹음·PA기술과가 기둥이다.

이 과는 녹음과 PA기술을 전공으로 배운다. PA란 ‘Public Address’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대형 콘서트장 등에서 청중에게 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나머지 5개과는 음향과 다른 분야를 조금씩 접목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음향·영상종합기술과는 영상을 아는 음성기술자, 소리에 강한 영상기술자를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코스다.

음악프로듀스·콘서트&이벤트과는 콘서트와 패션쇼 등에서 활동할 음악비즈니스 전문가를 키워내는 과정이고 뮤직&사운드·크리에이터과는 게임, 웹 콘텐츠, 휴대전화 멜로디 등에 대한 응용이 주된 테마다.

이 밖에 스테이지아트제작기술과는 콘서트와 뮤지컬 등 무대예술의 음향전문가를, 음향디자인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두루 정통한 음향전문가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ST가 최근 미래전략 차원에서 심혈을 쏟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첫째는 성우학과 신설이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외부에서 성우나 성우학원생들을 초빙해 실습을 진행해왔다. 학생들끼리만 실습을 해서는 전문성도, 긴장감도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 여기서 더 나아가 이 같은 수업방식이 효과가 높았다고 판단해 아예 성우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교장으로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캐릭터 ‘도라에몬’의 목소리를 26년 동안이나 연기해와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성우 오야마 노부요(大山のぶよ·70·여) 씨가 취임할 예정이다.

둘째는 한국유학생 유치다. 지금까지 IST는 외국 유학생을 거의 받지 않았다. 일본어가 서투른 외국인은 이 학교의 엄격한 학사관리에 적응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카미 교장은 “하지만 한국 학생은 일본어를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배울 뿐 아니라 근면성과 수업성취도가 뛰어나다”면서 “앞으로는 한국 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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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방송 영화 음반사서 최고 대접▼

음향기술전문학교(IST)의 졸업생들은 일본의 방송국 영화사 레코드회사 공연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음향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바로 알 수 있는 유명인도 적지 않다.

2000년 녹음·PA기술과를 졸업한 이와나 미치히코(岩名路彦)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마무리 작업을 하는 회사인 도쿄텔레비전센터에서 대사를 녹음하거나 음을 조정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가 녹음을 담당했던 영화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노센스’, ‘이누야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작품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2004년 11월 일본에서 개봉돼 44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했던 화제작이다.

1999년 녹음·PA기술과 졸업생인 다네무라 나오토(種村尙人) 씨는 소니뮤직커뮤니케이션스에서 가장 잘나가는 녹음 엔지니어 가운데 한 명이다. 일본의 음향계에서는 통상 4∼5년이 걸려야 보조 엔지니어에서 엔지니어로 승진할 수 있지만 그는 2년 만에 발탁됐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1992년 제작예술과(지금은 스테이지아트제작기술과) 졸업생인 다카세 가오리(高瀨薰·여) 씨는 공영방송 NHK의 계열사인 NHK테크니컬서비스에서 기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카메라 음성 조명 VTR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술 부문을 지휘하면서 방송녹화 등을 진행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NHK에서 여성 기술감독은 그를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

한국 음반마스터링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소닉코리아의 전훈(全勳·37) 부장도 IST 출신이다. 이 학교의 서울사무국장인 전 부장은 “음향을 배우기 위해 일본 유학을 생각한다면 IST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음향 분야는 예술성과 기술적인 전문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연예인과 함께 일한다는 막연한 동경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소질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8>佛 와인학교 ‘카파’



소믈리에 양성학교 카파의 학생들이 18일 보르도 인근 와인 산지인 그라브 지역 페사크 레오냥의 샤토 오 바이이를 방문해 양조 과정을 견학하고 양조책임자 가브리엘 비아라르 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 보르도=송평인 기자

《와인의 종주국 프랑스에서도 보르도는 부르고뉴와 함께 가장 중요한 와인 산지다.

보르도 가론 강변 캐드샤트롱에‘카파 포르마시옹(CAFA Formations)’이라는 사립 와인학교가 있다.

정확히는 소믈리에 양성학교다.

한국인의 경우 재작년 졸업생 2명, 지난해 졸업생 1명이 처음으로 프랑스 국가공인 MC 소믈리에(Mention Compl´ementaire de Sommellerie) 시험에 합격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이 시험에는 프랑스에서 매년 400명 정도가 합격하는데 그중 외국인은 3%를 밑돈다.

능숙한 프랑스어로 구두시험을 본 후 6시간에 걸쳐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는 어려운 시험이다.》

18일 오전 9시 학생들은 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고 교외에서 가장 가까운 와인 산지인 그라브 지역 페사크 레오냥의 샤토 오 바이이로 향했다. 그랑크뤼급(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샤토(양조장)다. 이곳 양조책임자 가브리엘 비아라르 씨는 학생들과 학습 대부(代父)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9월 입학한 학생들은 프랑스 혁명력으로 포도월(葡萄月)이 시작되는 그달 하순부터 매달 한 번 샤토에 들러 포도 수확부터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 5번째 방문인 이날은 수티라주(soutirage·와인 옮겨 담기)를 견학했다. 수티라주는 숙성 초기 단계에서 바리크라는 큰 참나무통(본격 숙성용 참나무통보다 크다)에 담긴 와인을 다른 바리크에 옮겨 담으면서 바닥에 침전된 불순물을 걸러 내는 과정이다. 이 샤토에서는 3개월마다 한 번씩 모두 5번 정도를 거른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수티라주가 저런 것이구나.’ 이렇듯 양조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7일 수업에는 3종류 와인의 ‘수직(垂直) 시음’이 있었다. 수직 시음은 서로 다른 수확연도의 와인을 비교하는 것이다. 상표는 떼어진 상태. 배우는 학생임을 감안해 힌트로 1997년, 2001년, 2003년이라는 수확연도가 주어졌다. 어느 와인이 어느 해에 해당하는지만 맞히면 된다.

적포도주는 처음 보랏빛을 띤 자주색에서 점점 체리색으로 변하고 이후 구릿빛이 나면서 오렌지색으로 바뀐다. 대부분의 학생이 1997년산을 맞히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절반 정도는 2001년산과 2003년산을 바꿔 골랐다. 2003년산에서 2001년산보다 오렌지색이 더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확연도의 특징에 따라 예상과 달라지는 경우는 늘 있다. 이 때문에 시음은 어려운 것이고 그만큼 흥미롭다. 손님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소믈리에가 되려면 많은 샤토를 방문하고 많은 와인을 마셔 봐야 한다.

학교는 한 달 중 2주는 수업을 하고 2주는 쉰다. 수업이 없는 동안 학생들은 종종 그룹을 지어 샤토를 방문한다. 이날도 학생들은 수업이 없는 다음 주에 방문할 샤토를 예약하고 차량을 빌리는 문제를 의논했다.

17일 방과 후 학생 2명과 함께 번화가인 캥콩스 광장 인근의 ‘랑트르코트’라는 식당에 갔다. 오후 7시 반부터 문을 연다는 이 식당에는 개장 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곳의 메뉴는 단 하나. 프랑스인이면 대부분 좋아하는 보르도식 쇠고기 스테이크인 ‘앙트르코트(entrecote)’다. 주로 ‘덜 익혀’ 먹는 앙트르코트에는 핏빛이 선연했다. 와인을 고를 필요는 없었다. 식당은 앙트르코트에 가장 어울리는 집 와인(vin de maison)만을 제공한다.

보르도 적포도주의 주요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쇠고기와 어울린다는 게 바로 이런 맛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독일 라인팔츠에서 서민풍의 헬무트 콜 총리가 좋아했다는 자우마겐(Saumagen)에 리슬링 품종의 백포도주를 마시며 느꼈던 궁합을 다시 한번 체험한 순간이었다. 음식 없이 와인 없다. 소믈리에가 와인의 전문가인 것은 음식과 궁합을 잘 맞춰 손님에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들은 외식 한 끼에도 늘 와인을 곁들이며 그 궁합을 공부한다.

학교는 9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1년 과정이다. 수업료 자체는 약 4000유로(약 500만 원)이지만 강의가 프랑스어로 진행되므로 외국인의 경우 어학연수 1년을 고려한 2년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자유 시간을 활용한 보충학습에도 비용이 든다.

레스토랑 경력이 3년 이상인 학생의 경우 이 과정을 마치면 프랑스 국가공인 MC 소믈리에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보르도=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프랑크 쇼세 ‘카파’ 교장

카파(CAFA)의 프랑크 쇼세(사진) 교장은 보르도 2대학 양조학과를 졸업했다. 와인에 대한 최고 교육기관은 대학 양조학과다. 보르도 2대학 외에 부르고뉴 대학, 몽펠리에 2대학 등이 유명하다. 양조학은 자연과학의 응용분과로 생물학 화학 토양학 기후학 등에 대한 광범위한 이론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쇼세 교장은 “양조학은 소믈리에가 되는 것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분야”라고 말했다.

―CAFA와 같은 사립 교육기관과 대학 양조학과의 부설과정인 DUAD, 전문대학 수준인 CFPPA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CAFA와 같은 사립 교육기관은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서비스하는 직업인을 키우는 곳입니다. 프랑스에서 소믈리에는 와인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와인을 서빙하는 사람을 말하거든요. 이에 비해 DUAD는 자연과학적 지식을 갖고 와인 맛의 화학적 성분, 심리적 요인까지 분석합니다. DUAD를 졸업하면 물론 훌륭한 소믈리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인으로서의 소믈리에는 맛의 차이에 예민하면 되는 것이지 이런 과학적 분석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DUAD의 경우 외국인 입학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보르도 2대학 부설 DUAD 과정은 한국인 1명, 일본인 3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CFPPA는 전문대학 수준의 일종의 양조학과입니다.”

―한국인 중에도 소믈리에를 넘어 와인 양조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은 천연의 와인산지는 아닙니다. 다만 한국인도 미국 이탈리아 등 와인 산지에 살 수 있는 것이고 농장을 소유하고 포도재배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과거에 CAFA에서 배우고 나간 한 일본인은 DUAD를 거쳐 아버지가 와인중개상인 노르웨이 여자와 결혼한 뒤 양조업으로 진출했습니다. 한국에도 양조에까지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보르도=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