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5>프랑스 루앙 제빵제과학교 <6>워싱턴예술학교 조리과정

鶴山 徐 仁 2006. 5. 27. 23:09
<5>프랑스 루앙 제빵제과학교



프랑스 루앙의 국립제빵제과학교 학생들이 실습에 몰두해 있다. 풍미 있고 부드러운 크루아상과 달콤한 초콜릿, 각양각색의 케이크가 이들의 손을 통해 태어난다. 루앙=금동근 특파원
《지난해 안방을 달궜던 ‘삼순이 열풍’ 덕택에 갑자기 인기가 높아진 직업이 있다. 바로 삼순이가 연기한 파티시에(p^atissier)다. 파티시에는 케이크나 과자, 초콜릿을 만드는 제과 기능인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내 이름은 김삼순’이 방영되는 동안 파티시에의 위상은 높아졌고 제과학원은 수강생들로 붐볐다.》

프랑스 루앙의 국립제빵제과학교(INBP·Institut National de la Boulangerie P^atisserie)에서 제과 과정을 밟고 있는 김형주(26·여) 씨도 삼순이 덕을 크게 봤다. 김 씨는 2004년 공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직 대신 파티시에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김 씨의 부모는 “왜 갑자기 제과 기술을 배우겠다고 하느냐”며 반대했다. 친구들도 “공대생이 무슨 밀가루 반죽이냐”며 우려했다. 그러던 주변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김 씨가 지난해 한국에 갔을 때 친구들은 모두 그를 부러워했다.

12일 INBP에서 만난 김 씨는 “이곳에서의 생활에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체계적이면서 집중적으로 이론과 기술을 가르치는 INBP의 과정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는 얘기였다.

∇삼순이가 되려는 사람들=이날 INBP는 조용했다. 시험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제과나 제빵 과정을 6개월간 마치고 나면 각각 CAP(Certificat d'aptitude profession-nelle)라고 하는 국가자격증 시험에 응시한다. 프랑스에서 이 분야의 일을 하려면 반드시 따야 하는 자격증이다. 이날 시험은 CAP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학교 차원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였다. 시험은 이론과 실습으로 나눠 진행됐다.

그 와중에 2층의 제과 과정 실습실 한 곳이 소란스러웠다.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중이었다. 이날은 초콜릿을 만들어 품평을 하는 날. 이런저런 모양의 초콜릿이 조리대 위에 놓여 있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실패작이었는지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다. 학생들은 실패작을 놓고 교사와 함께 원인을 따지는 중이었다.

1층의 제빵실습실에선 학생들이 크루아상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밀고 칼로 자르고 모양을 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학생들은 식칼로 반죽을 삼각형으로 잘라낸 뒤 둘둘 말아서 크루아상 모양을 척척 만들어냈다.

∇불랑제냐 파티시에냐=INBP는 학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불랑제(boulanger·제빵 기능인) 또는 파티시에를 양성하는 곳이다. 다른 요리 과정은 없다.

제빵과 제과 과정은 각각 6개월씩. 학생들은 한 과정만 선택해 배울 수도 있고 두 과정을 모두 수료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 출신의 한 학생은 “제빵은 밀가루 하나만 재료로 해서 이렇게 반죽하고 저렇게 빚고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해 단조로워 보인다”면서 “각양각색의 케이크나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제과 과정이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빵실습실에서 만난 베네딕트 게레키(22·여) 씨는 빵 만드는 묘미에 푹 빠져 있었다. 게레키 씨는 특히 밀가루 반죽을 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반죽을 할 때는 사랑을 나누는 기분이 든다”고 표현했다. 이곳에 오기 전 영양학을 공부했다는 그는 “밀가루를 빚어서 빵으로 만들어 내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졸업생 15%는 외국인=INBP 졸업생 가운데 졸업과 동시에 CAP를 따는 학생은 100%에 가깝다. 6개월간의 짧은 교육 과정이지만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수업은 오전에 이론을 배우고 오후에는 실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월∼금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시간표가 꽉 짜여 있다. 오후에는 앉을 틈도 없이 수업이 진행돼 학생들은 일과가 끝나면 녹초가 될 정도다.

학교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단 1명의 수강생이라도 중도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이끄는 것. 김 씨는 “한국에선 잘 못하면 선생들이 윽박지를 때가 많은데 이곳은 뒤처진 학생일수록 더 신경을 써서 이끌어 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만족한 실습 결과를 얻을 때까지 재료를 무제한 공급하는 것도 장점이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CAP를 취득한 학생들은 앞날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프랑스에서 직업학교를 마친 뒤 반드시 거치게 돼 있는 인턴십 자리를 구할 때 INBP 출신이라고 하면 업체들이 두 손 들어 환영하기 때문.

매년 이곳을 졸업하는 200명가량의 졸업생은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의 대형 제과점이나 제과 코너가 있는 대형 슈퍼마켓으로 진출한다. 외국인 학생은 졸업생의 15%가량을 차지한다.

루앙=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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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슈아르 교장 인터뷰

INBP의 제라르 브로슈아르(사진) 교장은 “제빵과 제과를 과정 가운데 하나로 가르치는 일반 요리 학교와 달리 이곳은 제빵, 제과에만 집중한다는 게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1972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전국 제빵사 제과사 협회의 후원을 받는다. 따라서 졸업 후에 관련 업계로 진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브로슈아르 교장은 소개했다.

1년에 200명 정도로 제한하여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도 이 학교의 특징. 브로슈아르 교장은 “일대일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수진과 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만큼만 뽑는다”고 말했다.

선발 조건은 크게 까다롭지 않다. 외국인으로서 이 학교에 입학하려면 프랑스어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브로슈아르 교장은 “‘밀가루 반죽과 설탕을 섞어라’는 말 정도만 알아들으면 된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 가운데는 한국과 일본에서 온 학생이 가장 많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특히 성실하고 똑똑해서 수업을 잘 따라가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학생은 학교 측에서 숙소를 직접 소개해 주는 등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배려한다. 루앙은 집세가 파리의 3분의 1 수준으로 싸다는 것이 장점. 수업료는 6개월에 6000유로(약 720만 원).

18세 이상으로 입학 나이를 제한한 이유는 이 학교의 설립 목적 때문. 그는 “성인 가운데 이쪽으로 직업을 선택하거나 바꾸려는 사람들을 교육해 사회로 진출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나이는 18세부터 45세까지 다양하다.

INBP는 한국에 분교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브로슈아르 교장은 “아직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직원 한 명을 둬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앙=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6>워싱턴예술학교 조리과정



100%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워싱턴 예술학교의 조리과정 수업 광경. 전 세계의 정치 중심인 워싱턴 시민의 미각을 충족시킬 일급 요리사를 배출하는 명문 조리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미국 워싱턴은 누가 뭐래도 정치 외교 행정의 도시다. 그러나 워싱턴의 삶을 경험해 본 이들은 이곳을 ‘맛의 도시’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정치인 외교관 로비스트 변호사…. 일뿐만 아니라 맛에도 관심이 많은 이들이 도시의 미각(味覺)을 바꿔놓고 있다. 워싱턴의 고풍스러운 조지타운 구역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고층빌딩이 솟아있는 버지니아 주 알링턴. 이곳에 위치한 ‘워싱턴예술학교(The Art Institute of Washington)’에는 2000년부터 조리과정이 생겨났다. 맛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워싱턴에 요리사 수요가 끊임없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직업학교가 생겨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1년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 취임식 때 이 학교로 전화가 걸려왔다. “취임식 참석자 2만 명을 먹여야 하므로 조리사 180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학교 조리과정에서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한 지 3년 6개월에 불과했지만 실력이 검증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학교는 100%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요리와 이론학습의 병행=이 학교에서 조리 전공은 3개월짜리 7개 학기를 거치는 21개월 동안의 수련을 받아야 한다. 학기말마다 1∼3주의 방학이 있다.

학교의 기본 원칙은 실기와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 75%가 실습위주로 진행되지만 위생학 화학개론 영작문 컴퓨터 수학개론 예술역사 심리학을 빠짐없이 들어야 한다. 요리사, 나아가 미래의 식당경영자에게 필요한 종합적 안목을 키워 주려는 의도다.

입학자격은 보통의 대학진학처럼 SAT(미국 대학입학수학능력적성검사) 등의 성적이 필요하다. 외국인 학생에게 입학을 위한 서류(I-20)도 발급해 준다.

18일 이 학교에서 마주친 학생들은 앳된 얼굴이었다. 대부분 고교를 갓 졸업한 만 18, 19세. 다른 일을 하다가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해 온 50대 학생도 간혹 있다고 했다.

전체 등록학생은 190명. 학기마다 25∼30명이 입학한다. 그런데 학비가 만만치 않다. 21개월에 5만 달러 선, 명문 사립대 뺨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100% 취업한 졸업생의 평균 첫해 연봉은 3만1000달러 선. 만 20세 전후의 젊은이에게 적은 액수는 아니다.

▽주 15시간 실습=이날 학교 건물 12층의 조리실습실에서는 3학기 과정 학생들이 갓 구운 옥수수 머핀을 앞에 놓고 서로 맛을 봐가며 평가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흰색 조리복에 흰색 주방장 모자 차림이었다.

담당 교사가 “이건 덜 구워졌다. 오븐의 온도는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과 요리를 좋아하는 학도들답게 덩치가 ‘평균치’를 넘어서는 학생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복도 건너편에 있는 기술실습실에서는 주방용 칼, 도마, 냄비를 다루는 과정의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당연히 출입금지.

실습을 강조하는 만큼 주당 3일씩 하루 5시간을 꼬박 서서 하는 실습이 계속된다.

▽취업 노력=직업학교인 탓에 취업률은 가장 민감한 문제다. 호텔 대형식당에서 매주 ‘사람 구함’ 메모가 학교로 날아오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필수과정인 외부 식당에서 일하는 ‘익스턴십(externship)’도 직장을 구하는 좋은 방법. 학교로 복귀하지 않고, 일하던 식당에 그대로 눌러 앉는 학생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진짜 취업 기회는 졸업생 포트폴리오 대회 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호텔, 식당, 케이터링회사 관계자를 초대한 가운데 학생들이 기말고사 제출용으로 만든 8가지 메뉴를 선보이는 대회다. 물론 각자 회심의 작품들을 내놓는다. 시식을 겸한 품평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취업문제는 그냥 해결된다.

이 학교 교육과정의 특징은 학생들의 창업기회를 살리도록 훈련하는 것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점. 학생들은 레스토랑 설립을 위한 사업플랜도 내야 한다. 인테리어 가구의 색깔, 좌석 수, 직접 창작한 메뉴와 메뉴판 디자인 역시 일관된 테마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본 쿠레 홍보책임자는 “올해 3월 처음 시도되는 이 행사에 레스토랑 사장들이 초대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강점은 위 아래층에서 함께 공부하는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학생과 교류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에 있다. 식당디자인은 물론 음식과 사진기술이 만나는 ‘푸드 스타일링’까지 학생들에게 예술적인 안목까지 키워 주려는 여러 가지 노력도 이 학교를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쿠레 홍보책임자가 전하는 학교전통…“신입생 면접때 ‘요리사의 정신’ 꼭 설명”

과연 직업 요리학교에는 누가 등록하며, 어떤 재주가 있어야 뛰어난 요리사가 될 수 있을까. 워싱턴예술학교의 조리과정 취재를 준비하면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됐다.

취재를 하면서 요리에 대한 열정이 요리사로 성공하는 제1의 덕목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18일 조리 실습장에서 만난 카를로스 애리어스(18) 군. 그는 ‘고급식당 취업→식당 창업’의 꿈을 갖고 있었다. 몇 마디 물었더니 그는 낯선 기자에게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일단 재미있다. 이렇게 매일 새로운 걸 배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런 탓인지 학업성취도도 높다는 게 학교 측의 귀띔이다.

애리어스 군은 “어려서부터 형제들에게 음식을 해 주면서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남부식, 서부식 음식은 물론 일본 중국 스페인 요리를 조금씩이나마 모두 제공하는 백화점식 식당을 차리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이 학교 이본 쿠레(사진) 홍보책임자는 “신입생 가운데 요리 경력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입학 전 서툰 솜씨로나마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 줬고, “참 맛있다”라는 칭찬을 받은 경험만큼은 모두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쿠레 씨는 “(자신이 아니라) 남에게 음식을 먹여 주고 싶은 열정은 학생의 성적과 장래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실제로 요리사는 하루에 6∼8시간 서서 일하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밸런타인데이 등 남들이 즐기는 시간에도 일을 해야 된다.

쿠레 씨는 “이런 뒤바뀐 삶을 천직으로 여길 수 있어야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학교 측은 신입생 면접 과정에서 요리사의 고독함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다고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