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 촬영 세트장에 마련된 서동나루에 해가 저물고 있다>
‘잃어버린 왕국’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백제에 언제나 따라 붙는 허망한 수식어다. 여기 망국의 한을 밖으로 드러내
지 못한 채 1400여 년의 세월을 그저 침묵으로만 견뎌냈던 백제의 마지막 왕도 부여는 화려한 신라의 도
읍 경주와는 달리 고작 빛바랜 수학여행 사진 속에 한 배경쯤으로 치부되어버렸다. 영영 잠들 것만 같았
던 백제사가 한 드라마의 인기를 매개로 이제 스멀스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백제의 마지막 왕도 부여. 긴 세월동안 감춰 두었던 백제의 속살과 마음을 객들에게 이제야 비로소 드러
내야 할 차례다. 타임머신을 타고 찬연한 역사속으로 떠나는 백제 여로. 소담한 여행길목에서 만나는 역
사들은 모두 백마강 줄기 따라 흐르고 있었다.
긴세월 속에 묻혀버린 마지막 왕도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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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강이 감싸안은 부여 | 백제 폐망의 아픔을 간직하고, 오랜 세월을 침묵
으로 보냈던 충남 부여는 태평성대를 누렸던 그
시대 선조들의 혼과 숨결이 집약된 백제금동대향
로와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같은 국보 5점을 비롯
한 사적지와 문화재가 183점이나 흩어져있다.
아름다운 고장 사비의 땅, 부여로 가는 길은 천
안 ~ 논산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훨씬 수월해졌
고 경승지들이 모두 시내에서 가까이에 있어 굳
이 차를 타지 않고도 걸어서 답사하기에 안성 맞
춤이다.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진귀한 보물들을
만날 수 있기에 더욱 매력 있는 여행지, 바로 부
여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천년의 사랑’ 이 되살아나다 |
<서동요 촬영 세트장 내 백제 대왕행차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 서동요 촬영 세트장
부여에 들어서면 거리가 온통‘서동요 세트장 안내’천지다.‘드라마가 뜨면 관광지가 뜬다’더니 역시
나 싶을 정도. 백제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서동요 의 오픈 세트장이 위치
해 있는 곳은 충화면 가화리로 부여읍내에서도 40여 분쯤 달려야 나온다. 정겨운 풍경들이 지나가는 시
골길을 내달리며 감상에 젖다 작은 저수지 둔덕에 햇살이 반사되면서 그림 같은 옛 풍경이 언뜻 지나가
면 드라마 장면에서 많이 본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많은 사람들(여느
드라마 세트장과는 달리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이미 주차장은 관광객들을 싣고
온 버스가 서너 대, 전국 각지의 표지판을 단 승용차로 야단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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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잣거리 세트 | 하늘재 세트 | “야아~ 텔레비전이랑 똑같다. 멋지게도 지어 놨네”
세트장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서동요'의 세트장은 1만 평의 부지 위에 초가 18동과
기와집 24동 등 모두 42동의 가옥이 지어져있고 신라의 궁궐, 애연지, 하늘재, 태학사, 저잣거리 등 당
시 상황을 재연하는 건물들이 실제와 같은 크기로 복원돼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사실 그럴싸하게 TV에
서 보여지는 오픈세트는 직접 찾아가서 보면 실망하는 일이 많은데 비해 ‘서동요’ 세트만은 남달랐다
실제 사람이 들어가서 살아도 무방하리만큼 사실적으로 만들어진 것. 혹시나 싶어 담장을 두드려 보니
스티로폼이 아닌 실제 흙벽. 이는 부여군에서 처음부터 백제를 테마로 한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만들어져 완성도가 높다고 한다. ‘서동요’를 촬영하는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입장이 불가능 하나
드라마 촬영장면을 먼 발치에서마나 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재미.
◇ 사랑의 연못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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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마다 각양각색의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옛 별궁지 궁남지>
서동요 드라마의 촬영지 중의 하나인 궁남지는 부여여행에서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이는 백제의 뛰어
난 미적 감각과 수준 높았던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기에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된다. 국내에서 가장 오
래된 인공연못이자, 무왕의 탄생설화와 관련이 있는 궁남지는‘삼국사기’에서‘물을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로 끌어들여 주위 물가에는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물속에 섬을 쌓아 방장선산을 본떴다’고 기록되고
있다. 삐어난 조경미로 선화공주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한‘사랑의 연못’으로 더 유명한 궁남지는 사계
절 인기 있는 곳이지만, 마치 꿈길을 걷듯 연못과 야생화가 가득 뒤덮은 여름철이 가장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
| 정림사지 5층 석탑 | 굳이 연꽃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둥글게 늘어선 버드나무와 포
룡정을 잇는 고풍스런 나무 다리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광은
누구에게나 감탄을 자아낸다. 다리를 건너 포룡정에 앉아 연
못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그옛날 선화공주와 서동의 절절한 사
랑이 수면에 아로 새겨진다.
짧은 여정이 길을 재촉을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짬을내 정원의
고즈넉한 정자나 나무 밑, 연못가에 앉아 봄을 사색하는 것도
뜻깊은 시간이 될 듯.
궁남지에서 나와 차로 5분 정도만 가면 숱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백제의 흥망을 지켜보며 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꼿
꼿하게 서 있는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도 만날 수 있
다. 정림사지 5층 석탑은 백제가 멸망해 간 애절한 사연을 간
직한 채 1400 년을 버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 백
제 석탑의 완성미와 조형미가 깊게 새겨져 있다.
백제의 역사가 알알이 박혀있는 ‘부소산’ |
| 부소산 산책로 | 부여의 답사 1번지 부소산은‘부여의 진산’이라
고 할 만큼 귀중한 백제의 역사가 묻혀져있는 곳
이다. 평상시에는 궁궐의 후원으로, 전쟁 시에는
최후성곽으로 이용된 부소산은 낙화암을 비롯,고
란사, 곳곳에 남아 있는 토성, 영일루, 사자루,
삼충사, 그 외에도 군창지, 서복사지 등 수 많은
경승지를 품고 있다. 부소산 경승지를 다 둘러보
는 데는 2시간 남짓. 산성 안으로 들어가는 산책
로는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운치가 있기에 더욱
편안하게 백제 역사를 둘러볼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두 창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
| 영일루 | 고란사와 낙화암만을 보고 돌아올 요량이라면 좌로
부소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고싶다면 삼충사 방향
으로 산책로를 잡는 것이 좋다. 백제말 나당연합군
에 의해 백제가 망할때 나라를 위하여 충성을 다한
성충, 흥수, 계백장군 등 삼충신의 위국 충절을 추
모하기 위하여 세워진 삼충사와 영일루, 군창지는
여행지로의 역할을 충분히 할 터.
길 또한 자연을 벗 삼아 올라갈 수 있기에 더욱 좋
다. 따사로운 봄 햇살 받으며 걷노라면 옛이야기들
은 어느새 까마득히 멀어져간다. 그저 상쾌한 풀냄
새, 은은히 흘러나오는 자연의 향기에 마치 소풍나
온 아이처럼 가슴이 설레일 뿐. 자연을 벗 삼아 휘
파람을 불다보니 어느새 백제흥망의 절정이라 할수
있는 낙화암이 저만치서 고개를 든다.
꽃처럼 분분히 떨어진 궁녀들의 혼이여! 편히 잠드소서 |
| | 백마강이 보이는 백화정 | 아래가 백마강 | ◇ 낙화암
낙화암, 꽃들이 떨어진 곳이라 ... 이름처럼 슬픈 역사를 간직한 낙화암은 백마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우뚝 솟아 있다. 백제가 무너진 날, 바로 이 자리에서 충절을 지키기 위해 삼천궁녀가 스스로 백마강에
몸을 던졌던 곳이다. 훗날 그 모습이 꽃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낙화암’. 그백제의 여
인들‘삼천궁녀’가 정말로 백마강에 뛰어든 것이냐, 정말 삼천명이었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
만, 꽃잎처럼 사라져간 그여인네들의 절개는 저절로 숙연해지게 만든다. 낙화암에 세워진 백화정에 서서
휘돌아 흐르는 백마강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강바람에 날린 옛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
다. 백마강에서 자세히 바라보면 절벽 색깔이 붉은 것을 알 수 있는데 당시 백제 여인들이 흘린 피로 물
들었기 때문이라는 가슴 아픈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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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란사 약수 | ◇ 고란사
빼어난 백마강 전망을 감상하면서 낙화암에서 내
려가다 보면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기위해 지어졌
다는 고란사가 나온다. 고란사는 약수로 더 유명
하다. 한 모금만 마셔도 3년이 젊어진다는 고란
약수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데 이야기인즉은 한
노부부가 아이가 갖고 싶어 할아버지를 고란사로
보냈으나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할머니가
직접 가 보니, 아기가 할아버지 옷을 입고 울고
있더라는 것.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약수한
사발 떠 마시니 시원한 맛은 여정의 피로를 풀어
주기 충분했다. 낙화암의 기암절벽은 아래쪽에서
배를 타고 돌아갈 때 더 잘보이므로 유람선을 이
용해 관람해 볼 만하다.
<여행 팁>
▶ 부여로 가는 방법
- 자가 운전시 : 서울→ 경부고속도로→ 천안 JCT→ 천안논산고속도로→ 서논산 I.C →부여
- 대중교통 이용시
1) 시외버스 : 서울에서 :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분간격
2) 기차 - 서울에서→논산(하차)→부여
▶ 서동요 오픈세트장 가는 방법
1) 천안ㆍ논산간 고속도로 → 서논산 I.C → 부여 → 홍산(서천)→ 충화, 팔충사 → 충화초교앞 우회전
→ 서동요 오픈세트장
2) 서해안 고속도로 → 서천I.C -> 홍산(부여) →충화,팔충사→ 충화초교앞우회 전 → 서동요 오픈세트
▶ 더 둘러보고 가야할 곳 클릭!
백제 왕릉원 과 국립부여박물관 등
- 정보제공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 취재기자 손은덕(jjanji23@naver.com)
| 작성기준일 2006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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