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名文시리즈

鶴山 徐 仁 2006. 2. 12. 00:45

 

名文시리즈/徐廷柱의 '국화 옆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
徐廷柱   
 편집자 注: 이 詩는 1947년 11월 9일 경향신문에 발표되었다. 사용된 원문은 민음사 刊 ‘미당 시전집 1’ 1994년 판. 林東權씨 추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名文시리즈/徐廷柱의 '自畵像'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徐廷柱   
 편집자 注: ‘自畵像’은 시인이 23세 되던 1937년 중추절에 지은 것이다. 원문은 민음사에서 나온 ‘미당 시선집 1’ 1994년 판을 사용했다. 金洹씨 추천.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떠거리며 나는 왔다.
[ 2006-02-10, 09:40 ]

 

 

 

 

名文시리즈/鄭芝溶의 '白鹿潭'
絶頂에 가까울수록 뻐꾹채 꽃 키가 점점 消耗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鄭芝溶   
 편집자 注: ‘백록담’은 1939년 ‘文章’ 3호에 발표되었다. 여기에 사용한 원문은 민음사에서 나온 2000년 판의 제1연이다. 金光林씨 추천.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 꽃 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웃 내다본다. 化汶(화문)처럼 版(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八月(팔월) 한철엔 흩어진 星辰(성진)처럼 爛漫(난만)하다.
 山(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 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 2006-02-09, 0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