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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새를 관찰할 때는 너무 밝지 않은 색 옷을 입어야 해요. 새들이 놀라서 날아가요. 알았죠?”
수서동사무소가 한강 탄천변에서 가진 겨울 철새 탐방교실. 수서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일제히 “예” 하고 목청을 높인다. “쉿! 너무 크게
대답하면 안 돼요. 새들이 놀라요.” 조류탐사를 이끄는 권영수 박사(한국조류연구소 연구원)가 주의를 준다. 웃고 딴청을 피우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진지한 표정이다.
“새들은 작은 먹이를 먹기 때문에 사람보다 시력이 7~8배나 좋아요. 그러니까 사람도 잘 보겠죠?” 권 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겨울철새는 북한 위쪽, 저 넓은 러시아 시베리아 벌판에서 날아온답니다. 시베리아의 겨울은 너무 춥거든요. 새들한테는 한국이 겨울 지내기엔 딱
좋아요.” 그러니 겨울철새는 추위를 찾아오는 새들이 아니라 피해오는 새들이다.
탄천은 서울시가 지정한 4개 생태계보전지역 중 한 곳. 철새들 중에는 물속에 머리를 박고 먹이를 먹는 놈들, 조용히 잠을 자는 놈들도
있다. 청둥오리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쉬거나 잔다. 오후 5시가 지나, 해가 서산 아래로 저물 때쯤 본격적으로 먹이를 먹으러 다닌다. 특히
탄천은 수심이 얕아서 수생식물과 무척추동물이 많아 먹이 찾기에 좋다고 한다. 청둥오리의 경우 물속으로 잠수해서 먹이를 먹는 댕기흰죽지 등
‘잠수성 오리류’와 달리 ‘수면성 오리’에 속하기 때문에 물위에 뜬 상태에서 재빨리 머리를 넣어 먹이를 잡는다. 망원경 렌즈에 잡힌 놈들의
몸놀림은 아주 경쾌하다.
탄천에선 청둥오리 한쌍이 사이좋게 물위를 미끄러지고 있다. 놈들은 부부다. 청둥오리는 한번 짝을 맺으면 헤어지지 않고 시베리아부터 한국까지
함께 여행한다. 수천㎞ 기나긴 여정이었을 것이고, 아마도 숱한 위험을 함께 극복해 왔을 것이다. 문득 놈들은 아주 금실좋은 부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컷은 뚜렷한 노랑부리와 금속광택으로 빛나는 초록빛 머리색이 화려하다. 목에 둘러진 하얀색 목테는 꼭 와이셔츠 깃처럼 보이니 진짜 멋쟁이에
젠틀맨 아닌가! 반면 암컷은 황갈색으로 수수한 아낙네 옷차림이다.
요즘 한국을 찾는 철새들은 예전과 행동이 다르다고 한다. 천수만을 관찰해 온 사진작가들은 “새들이 예전보다 훨씬 낮게 날아다닌다”고
말한다. 낮게 날며 인간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탐조객이 늘어난 탓도 있고 밀렵 탓도 있을 것이다. 새들이 안전을 위해 자유의 일부를
포기했다는 이야기. 사람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존재 자체로 새들의 자유를 속박할 수 있다니!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철새와 친구가 된 귀중한 두시간짜리 수업이었다. 생존을 위해
시베리아에서 한국을 거쳐 호주·뉴질랜드까지 1만2000㎞를 이동하는 새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배운 시간이었다. 그러니 누가 말했더라. 왔다갔다
정치인을 철새에 비유하는 것은 새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 철새 보러 나가볼까요>
● 일단 망원경 준비해야죠? 철새는 경계심이 많아서 100~200m만 접근해도 휘리릭 날아가 버려요. 그냥 갔다간 멀뚱멀뚱 허탕 치기
쉽답니다.
● 아이와 함께 간다면 필기구와 노트쯤은 준비해야겠죠? 조류도감 한 권쯤 들고 가면 학습효과 10배.
● 강바람 무지 차가워요. 두꺼운 방한복과 장갑, 모자는 필수.
● 위장전술을 실시해 볼까요? 옷 색깔은 가능하면 갈색계통으로 할 것. 잡목, 낙엽이 보호막이 된답니다. 새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색깔은?
빨강, 노랑, 흰색이 최악.
● 습지는 춥고 미끄러우니 등산화처럼 두툼하고 바닥에 요철이 있는 신발을 준비할 것.
● 쉿! 조용히! 철새들은 한 번 날아오를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답니다. 놀라게 하면 안 돼요.
(도움말=권영수 박사·한국조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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