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올해 제47회 사법시험 2차에 합격한 A(26) 씨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사법연수원 입학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자신이 꿈꾸는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외교통상부나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등에서 현장 경험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지만 2년 과정의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지 않고는 정식 법조인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 씨는 일단 ‘학업 중'임을 이유로 입학을 연기하고 관련 단체에서 실무경험을 쌓거나 관련 공부를 별도로 할 계획이다.
이처럼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사법연수원 입학을 미루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합격자가 1000명을 넘어선 첫해인 2002년 41명이던 미입학자가 2003년 70명, 2004년 89명, 올해 11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연수원은 판검사에 임관되기 위한 필수과정이지만 200등 내외의 순위에 들지 못하면 당장 변호사로 개업을 하거나 기업체 등에 취직을 해야 한다.
고수익에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역시 상위권 성적이나 자기만의 특화된 전문분야가 있어야 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2001년 사법시험(43회)부터 합격자가 1000명으로 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수원 입학을 미루고 특화된 자신의 전문분야를 개척하려는 예비 법조인이 늘고 있다. 일부는 아예 ‘사법시험'을 자신이 종사하고 싶은 분야의 고급 자격증 정도로 여기고 있다.
모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D(24) 씨는 “고급 기업금융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 자격증이 필요할 것 같아 사법시험에 응시했다”며 “판검사나 변호가가 될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는 연수원 제도가 생략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C(25) 씨는 올해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국내 모 대기업에도 합격한 케이스. 임관이 목표가 아니라는 C 씨는 “법조인들이 소위 ‘고시' 공부만 하다 보니 사회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듣는 게 사실”이라며 “직장생활을 통해 사회 경험도 쌓고 ‘법조인'이라는 전문성을 직장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법학과 임지봉(林智奉·사법제도개혁위원회 전문위원) 교수는 “로스쿨 출신 법률가가 쏟아지는 2011년부터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을 맡는 ‘제너럴리스트' 변호사 대신 자신의 특화분야를 가진 ‘스페셜리스트' 변호사만이 인정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동아일보 & 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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