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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한·일합방 후 일본인 거주자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조선총독부는 도심에 식민 통치를 위한 관청과 학교 등 공공건물을 비롯해 상업 건축물 등을 신축했다. 이 시기의 건물은 서양식 건축 양식이 도입된 근대 건축물이 주종을 이루었으며 1930년대에 꽃을 피웠다가 40년대에 들어 일본의 전쟁 수행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경성전기주식회사가 설립된 1920년대를 전후해 명동지역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영국이 동남아시아의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동인도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을 본떠 일본은 1912년 을지로 2가에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세웠다. 목재와 벽돌로 지어진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이 건물은 한때 토지매수를 위주로 농업,임업,금융 등을 통해 한민족을 수탈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우여곡절을 거쳐 1970년 철거되고 현재 외환은행 본점이 서 있다.
1936년 명동 1가에 설립된 ‘명치좌’(明治座)는 당시 1200석의 좌석을 가진 연극상연용 극장이었다가 1960년대 문화 예술인의 중심으로 사랑받았다.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졌지만 건물 전체를 곡선으로 처리한데다 창문디자인은 다채롭게 꾸며 건물을 풍요롭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1975년부터 금융회사(대한투자금융)로 사용되다 예술인들의 보존 요구와 여론에 힘입어 2년전부터 복원 사업이 진행중이다.
남대문로에서 소공동으로 나가는 길 모퉁이에 서 있었던 '정자옥 백화점'은 1939년 남대문로 2가에 설립됐다. 'ㄱ'자형으로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4층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길가에 면한 부분을 곡면으로 처리했고,2층 이상은 정사각형의 격자형 입구를 두는 등 당시 보기 드물게 모던한 외관이었다. 8·15 광복후 이름을 미도파 백화점으로 고친 뒤 1977년과 1994년 등 여러 차례의 개보수로 인해 원래의 모습은 사라졌다. 2002년 롯데가 인수해 현재는 롯데백화점 영 플라자로 사용되고 있다.
백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