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 旅行
들꽃 친구되어
나사 봉수대
하늘이 너무 맑아 어찌되었나
봅니다.
봄날이 여름날같아 어찌되었나 봅니다.
바다빛이 햇살에 증발되어 하얗게 탈색된
어느 봄날 오전에
어찌되었나 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사해변의 바닷가곁에 밝고 전망 좋은 땅들을
오고 가며
눈여겨 보고
어느땐가는 그 땅에다
바다를 향해 넓은 창을 가진 집을 짓고
살아보리라
했었는데...
지금 그 땅들을 돌며 전원주택 단지 계획을
하나 둘씩 구상하고 있습니다.
꿈꾸면 반드시
이루워진다 했는데...
바다를 향한 땅중 가장 전망 좋고 포근한 땅들을 둘러보다
갑자기 나사 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봉대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나사 봉수대.
봉수대는 봉화를 올릴 수 있게 만든 곳을 말한다.
주로 산봉우리에서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서로 연락하여,
변방의 긴급 상황을 중앙과 해당 군영에 알리던 옛날
군사통신 수단의 하나이다.
고려시대부터 사용되었던 제도인 듯하나,
그 체제가 정비된 것은 조선 세종(世宗) 때였다.
오장과 봉군이 배치되어 근무하면서,
평상시에는 한 번,
적이 나타나면 두 번,
적이
국경에 접근하면 세 번,
적이 국경을 넘어오면 네 번,
적과 접전하면 다섯 번 봉수를 올렸다.
1894년(고종(高宗) 31년)에 전화가 보급되면서 폐지되었다.
이 나사 봉수대는 해발 210m인 봉대산정상에
위치하는데,
아리포에서 봉수를 받아 하산(下山)으로 전했다.
그 위치로 보아 이길곶 봉수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 10m, 높이 1.5m의, 돌로 쌓은 원통형 아궁이터와 방호벽을 갖추고
있다.
......참고자료글........
나사봉수대.
구두신은 채,
넥타이를 맨 채,
산정으로
향하여 오르는데.
해발 210m로 높은 산도 아닌데도
더위에 길들여지지 않은 봄날의 뜨거운 햇빛.
숨이
턱턱 막혀오고
와이셔츠까지 젖을 정도로 비오듯 흐르는 땀.
오르다 서서 바다 한번 바라보고,
오르다 서서
바다 두번 바라보고,
돌아 내려 갈까 하다가도 올라 온 것이 아까워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오른 나사
봉수대.
그 산정에서
주인없는 돌무덤같은 봉수대를 만나
봉수대위에 올라서서
봉군의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다 보고
봉긋이 올라 있어도 다 허물어져 있는 돌무더기속에서
옛사람들의 마음과 미미하게 남은
흔적만이
봉대산 산정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냥 내려가려니 힘들게 올라 간 것이 아까워서
잡초사이를 돌며
네잎 클로버도 찾고
아주 오랫만에 만나는 붉은빛 뱀꽃,
하얗고 노랗고 보라빛이 나는 들꽃들과도
만나
카메라에 익숙치 않아 수줍어 하는 자태를 담고
찾는이가 드물어 사람구경이 뜸한 숲을 돌며
사람구경도
시켜주고,
소박하지만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치장하지 않고 위선하지 않고도
스스로 멋을 지니고
생존하는 들꽃들과 나무들과
친구하여 보내는 즐거움에 빠져
만사를 잊고 산속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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