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鶴山 徐 仁 2005. 8. 26. 01:49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도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순간을소중히...수채화
     

     
    가져온 곳: [물빛달빛수채화]  글쓴이: 수채화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