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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물캐는 여인들(봄) (1940) ]
대각선으로 나뉜 화면에서 아이를 등에 업은 어머니와 소녀가
앉아서 나물을 캐고 있는 모습입니다. 박수근이 시골에 살면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던 모습이겠죠. 눈을 감아도 그려낼 수 있는 시골 아낙의 뒷
모습. 이 주제의 작품은 1937년에 이미 수채화로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다 두고 왔기 때문에 다시 제작하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봄이라는 부제를 단 건 봄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겠죠.
[ 아기보는 소녀 (1953) ]
아이를 등에 업은 소녀가 들에 일하러 간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나
봅니다. 화면 한 가득 소녀의 옆 모습을 채우고 다른 모든 배경을 생략했네요. 작가의 가슴에는 소녀의 기다림 만이 가득합니다. 굵은 흙 선으로
대상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왠지 조각의 느낌도 나는 듯 합니다. 박수근은 같은 주제로 여러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 우물가(집) (1953) ]
우물가는 예전부터 마을의 아낙들이 모여서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며
수다를 떨기 위해 모였던 장소이죠. 특별히 따로 모일 일도, 모일 장소도 없던 시골 마을에서 만남의 장의 역할을 훌륭하다 게 했던 곳입니다.
초가를 배경으로 우물가에 모여 볼 일을 보고 있는 아낙네들의 모습 또한 평화롭고 정겹습니다. 박수근이 그리는 그림 속에는 따뜻한 시골 마을의
여유가 가득합니다.
판잣집 (1953) ]
이 시기에 그는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번 수입으로 간신히
창신동에 조그마한 판잣집을 마련하고, 생활의 터전으로 삼습니다. 당시 전쟁으로 인해 피폐된 삶들을 보면서 가난한 도시 서민의 생활을 기록하듯이,
그리고 좋지는 않지만 힘들게 벌어서 얻은 자신의 결실에 대한 뿌듯한 마음을 담아 그려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 풍경(산) (1959) ]
북한산 밖 풍경을 그렸습니다. 잎이 떨어진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적막한 산골짜기 아래에 집 한 채가 아스라히 보이네요. 거친 필치의 질감이 늦가을 시골 정취의 황망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늦겨울의 메마른
풍경사이로 이른 봄의 기운이 조금씩 퍼져가고 있는 게 느껴지죠. 우리 정서의 근본인 마음 속 고향의 정취입니다.
나물캐는 소녀들 (1961) ]
따뜻한 봄날, 올망 졸망 모여 앉아 싱그러운 봄나물이라도
캐고 있는 듯 하네요. 슈퍼에만 가서 깨끗하게 손질되어 포장된 나물을 사먹고 있는 우리들은 그 나물의 뿌리 모양도, 어느 풀 섶에서 자란
것인지도, 어떤 햇빛을 받고 자랐는 지도 알지 못합니다. 도시에 살고 있어 흙 냄새를 모르는 우리는 시골 들에서 나물을 캐고 있는 이
소녀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 모자 (1961) ]
박수근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모델로 하여 그렸지요. 보채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이, 전형적인 한국 아낙이죠. 아이를 품에 안고 지긋이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가장 한국적인, 은근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이 작품은 후에 뉴욕의 월드 하우스 갤러리에서 개최된 [한국 현대 회화전]에서 출품되기도 합니다.
나무와 두 여인 (1962) ]
화가는 이와 같은 소재와 구성으로 여러 작품을 제작하였는
데요, 특히 조형미가 느껴지는 나무가 박수근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머리에 짐을 이고 돌아가는 사람과 아이를 등에 업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대비된 구조가 화면에 안정감과 균형을 주고 있습니다. 박수근 예술의 전형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죠.
[ 여인과 소녀들 (1962) ]
한 여인을 중심으로 세 소녀가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네요. 언제 어디서나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이 풍경에 박수근은 의미를 부여하여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가장 일상적이면서 흔하게 보일 수 있는
모습 또한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놓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길 (1964) ]
두 개의 나무가 가야할 길을 제시라도 해주는 듯 길 옆에 서 있습니다. 그 길을
앞에 두고 두 모자가 나란히 걷고 있네요. 걸어가야 할 길은 앞으로도 많이 있고, 어머니는 머리에 짐까지 이고 있지만 맞잡은 두 손이 두
모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 합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덕분에 그 길이 마냥 고되기만 하지는 않을 듯 하네요. 아마도 우리네 인생길과 같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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