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해 시로 불사른 삶
박혜숙 교수, 허난설헌 평전 내
허균의 누이인 조선의 여성 시인 허난설헌의 삶을 다룬 평전 <허난설헌>(건국대학교 출판부)이 나왔다. 지은이인 박혜숙 건국대 국문과 교수는 시종 문학적 관점을 견지한 작가·작품론에 무게를 둔다. 그간 난설헌이 주로 페미니즘 시각에서 주체적 자아의 본보기로만 경도된 채 다뤄져온 점을 의식한 결과다.
물론 사회 배경을 가벼이 다룰 수는 없는 일이다.
난설헌의 시대가 “여자는 그릇 한 죽을 셀 줄 몰라야 행복하다”는 시대였다는 건 변함없다. 시대와 작가의 관계를 더욱 극명하게 비추는 말은 국문학자 김태준의 <조선한문학사>(1931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천지(小天地 : 조선)에 여성으로 태어나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을 평생의 (세 가지) 한으로 여겼다’는 그다.
강릉 초당 마을에서 태어나 하나같이 문장가로 이름을 높였던 아버지 허엽, 오빠 봉, 동생 균 사이에서 대략 천 편의 시를 쓴 난설헌이 요절하기까지의 삶은 고작 스물일곱 해(1563~1589). 외로움과 절망으로 시를 쓰고, 다시금 그 시 모두를 불사른 채 죽음을 기다렸던 그는 당대의 아픔을 먼저, 그리고 함께 앓았던 유마 거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난설헌집> <취사원창> 등으로 중국 명나라에 ‘한류 열풍’을 일으켰음에도 정작 조선에서 사후 표절 시비와 평단의 정치성에 휘둘린 것은 그만의 슬픔이었으리라.
(인용처: 한겨레신문)
가져온 곳: [북경이야기(北京故事)]  글쓴이: 지우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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