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된 1994년 안기부 비밀도청사건이 느닷없이 공개되어 세상을 또 소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김대중 한 사람만 빼고는 당시의 대통령후보, 대통령의 아들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엄청난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은 물론 이고 경제에 관하여 깊은 지식이 없는 일반국민도 “삼성이 효자다”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 터에 만일
삼성이 정말 이 회오리바람에 말려들면 앞으로 한국경제의 효자 노릇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성에서 경영하는 중앙일보의
회장이던 홍 씨가 몇 달 전 주미대사가 되었다고 할 때 한 번 놀랐고 그가 이 번 일로 사표를 냈다고 전해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그를
주미대사로 임명하던 때는 언제고 오늘은 그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옳은가. 94년에 있었던 일은 아예 문제를 삼지
않던가, 문제를 삼을 것이었으면 그런 인물을 주미대사라는 요직에 앉히지는 말아야했을 것 아닌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이랬다저랬다 하니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이랬다저랬다 하니 나라가 영 뒤죽박죽이다. 성한사람 병신 만들기 꼭 좋은 정치판이다. 지휘자 없는
교향악단처럼 대통령의 자리만 있지 대통령은 없다. 날마다 하는 짓들이 도대체 이게 뭔가. 홍석현만 손드는 게 아니리 이건희마저도 손들게 한다면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http://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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