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이닉스 전 연구원 전직 금지 가처분 결정
핵심 기술 넘어간 듯…처벌 강화, 간첩죄 정비해야
법원이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설계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연구원이 경쟁 회사인 마이크론으로 이직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핵심 기술이 마이크론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SK하이닉스가 사직한 전 연구원을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말 받아들였다. 금지 기간은 오는 7월 24일까지며, 위반하면 하루 1000만원씩을 물어내야 한다. SK에 따르면 이 직원은 하이닉스에 20년 넘게 근무하며 AI의 핵심 소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설계와 개발에 처음부터 관여했다. 2022년 7월 회사를 그만두며 2년간 전직 금지 서약서를 썼지만, 경쟁사인 마이크론에서 임원급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이미 핵심 기술이 마이크론에 넘어갔을 것으로 의심한다. 하이닉스보다 한 세대 뒤져 있던 마이크론이 지난해 10월 4세대를 건너뛰고 5세대 선점을 선언한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1년간 핵심 인력의 동향을 눈치채지 못했다. 법원도 보통 1년씩 걸리는 심리를 최대한 단축했다지만 결론이 나기까지 다시 6개월이 걸렸다. 해외에 거주하는 직원에게 송달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전직 금지 효력은 고작 1~2개월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는 기술과 인력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실상의 전쟁터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을 빼내 중국에 공장을 세우려 한 삼성전자 임원이 적발돼 충격을 줬다. 그동안 주로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들의 인력·기술 빼가기가 극성이었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이젠 미국 등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입증됐다. 반면에 사전에 이를 막기도 어렵고, 사후에 적발해도 처벌 수준은 극히 미약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33건의 사례 중 60%가 무죄, 27%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평균 형량은 15개월(2022년 선고 사건 기준)을 넘지 못했다. 기업들이 사전에 핵심 인력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하고, 사법당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신속히 엄벌에 나서야 한다.
형법상 간첩죄 조항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현행법상 국가기밀을 유출해도 상대가 북한이 아닐 경우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파견 기술자가 한국형 전투기(KF-21) 기술을 빼돌리다 적발돼도 간첩죄 적용이 어렵다. 국가필수기술은 군사기밀만큼이나 나라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이를 얻으려는 경쟁은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치열하다. 법 정비 없이는 애써 개발한 핵심 기술이 허무하게 경쟁국과 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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