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1.22. 0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피습당했다. 사진은 피습을 당한 이 대표 모습./뉴스1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된 ‘현장’은 4곳이다. 첫째는 지난 1월 2일 부산 가덕도다. 둘째는 부산대병원 응급실, 셋째는 부산경찰청 피의자 조사실, 넷째는 서울대병원 수술실이다. 나는 4곳 현장에 있지 않았다. 증거물 제1호인 범행 도구를 직접 보지도 못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영상과 사진을 봤고 말을 전해 들었을 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은 사건 초기 매우 취약했다. 자칫 귀가 얇아져 휘둘리기 좋은 상태였다. 따라서 나는 ‘진실’과 ‘음모’ 사이에 목숨을 걸고 한쪽을 선택하라 하면 기꺼이 사양하겠다. 그것이 무슨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겠는가. 그러나 그냥 믿음을 말하라 하면 그것은 피습 사건이 “피의자 김씨의 실패한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처음에 김씨 배후에 누군가 교사범이 있는 것처럼 연기를 피우다가 여의치 않자 경찰과 총리실이 축소 조작을 했다는, 정황상 그렇게 추정한다는, ‘가정(假定) 의혹’을 꺼내 들었다. 한때 그런 의혹을 품어봤다는 정도가 아니라 총리실을 서울경찰청에 정식으로 고발했다.
나는 이 대표의 목 상처에 대한 문자 보고가 “애초에 1.5센티였다가 뒤에 1센티로 바뀌었다”는 것에 시비를 붙거나 의혹을 품지 않는다. 외견상 ‘중상’이었나 ‘경상’이었나 하는 논란도 법-규정-관례 등을 다 뒤져봐도 민주당에 이로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런 것들은 ‘김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1센티도 흔들지 못한다. 나는 부산경찰청의 수사 결과 발표, 서울대병원의 수술 결과 발표, 총리실의 설명과 대응을 믿는다. 간단히 말하겠다. 총선에 출마해서 당의 공천에 목을 매고 있는 ‘그’ 고발 정치인보다 구급대원, 경찰관, 의료진, 대테러상황실을 믿는다.
‘배후 음모론’의 진원지를 밝힐 때 ‘그 사건으로 이득 볼 자가 누구냐’를 따져 보는 것은 유용한 툴이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피습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동정 여론이 쏟아졌을 이 대표 본인과 민주당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수혜자가 음모론자를 자처하는,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자기모순이다.
이번엔 ‘재명 자작설’을 따져 보겠다. ‘이 대표 본인, 그리고 그와 손잡은 일부 세력이 피습 자작극을 벌였다’는 음모론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졌다. 흉기를 왼손에 감추고 오른손으로 종이에 가린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여 목을 찌르는 시늉을 했을 것이란 추정과 정황에 기댄 의혹 제기였다. 현장 영상의 ‘살라미 분석’ 자료, 그리고 익명에 목소리 변조를 한, 서울대병원 의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증언’까지 있었다.
잘 훈련받고 사전 연습까지 했을 범인이 이 대표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기는커녕 큰 상처도 입히지 않으면서 소란만 일으키는 쇼를 연출했을 것이란 뉘앙스를 풍겼다. ‘목숨을 잃지 않는 자작극 피습 사건’이란 가정(假定)은 최대 수혜자가 이 대표 본인일 것이란 전제가 있었기에 솔깃했다. 판세를 뒤집는 동정론을 자가 생성하려 했다? 잠시 그럴 듯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음성 변조의 익명 의사보다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서울대병원 집도의를 믿는다. 자작극을 성사시키려면 피습 현장과 이 대표의 상처를 직접 살폈을 119 구급대원-경찰관 수십 명, 부산대병원 의료진 수십 명과 서울대병원 의료진 수십 명, 이들을 직접 만난 현장 기자 수백 명을 ‘100%’ 포섭하거나 속여야 한다. 불가능하다. 음모론자들은 4곳 현장에 없던 사람들이다.
가장 중요한 현장은 이재명 대표 본인이다. 본인이 증언하고 설명하면 된다. 국민이 더 이상 소모적인 음모론에 휘말리지 않도록 가장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사람이 이재명 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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