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29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말 미안하지만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아깝다 싶다.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집권당은 ‘보이지 않는 힘’을 업고 젊은 당 대표를 몰아내지 못해 안간힘을 쓴다.
비상이 아닌 상태에서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 민주주의에 반(反)한다는 재판부 결정이 나왔다. 그러자 115명 의원 중 66명이 당헌·당규를 고쳐 진짜 비상사태를 만들자고, 그것도 박수로 정해버렸다. 이런 편법 탈법 꼼수에 ‘국민’의 ‘힘’이 언급된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보다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당헌 7조 대통령의 당직 겸임 금지 조항에서 ‘금지’만 빼면 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임기 동안 당 총재직을 겸한다’로 바꾸는 거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기법에 따라 Chong Jae직이라 해도 누가 감히 문제 삼지 못한다.
그렇게 당헌을 고치면 윤석열 대통령은 바로 여당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앓던 이가 시원하게 빠지고, 2024년 총선 공천은 물론이고 2027년 대선에서 후계자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그때까지 민심이 붕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2001년 11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할 때까지는 그랬다. 대통령들이 모두 여당 총재였다. 선거자금과 공천권, 인사권에 특혜성 자원분배권을 틀어쥐고 제왕적 권력을 휘둘렀다.
심지어 5공 때 대통령 전두환은 1985년 2월 노태우 서울올림픽위원장을 당 대표로 임명하고는 “당내 민주화 운운하는데 대표위원이든 누구든 그런 말 하면 사퇴시키겠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실력자 박철언이 회고록에 썼다. 요즘 말로 하면 ‘내부 총질’이다. 신군부 때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정치인을 곱게 봐줄 수 없는 모양이다.
2003년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을 장악해 의회를 지배하는 것은 유신 잔재”라며 당정청 분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내부 갈등이 극심했다”며 초집중화된 청와대정부로 군림했던 통치자가 노무현의 비서 출신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2021년 “청와대에 여당 의원들이 휘둘리는 것을 바꾸겠다”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지없이 실패했고, 결국 대선 패장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걸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이 당 총재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취임 후 넉 달 가까이 벌어진 일만으로도 대통령은 많은 것을 잃었다.
첫째는 정직성이다. 윤 대통령은 한사코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지만 국민은 안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는 휴대전화 문자까지 노출됐으면 100일 기자회견 때 솔직한 유감 표명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의 발언을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피해 갔다. 그러고도 여당 연찬회에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당무 개입은 무수히 벌어질 것이고, 대통령은 부인할 게 틀림없다.
둘째, 사람 보는 눈을 의심케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자 답변에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사람이지 윗분의 뜻을 받드는 내시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내 사람 밀어 넣기, 지역구 챙기기에 끔찍한 ‘윤핵관’은 위험하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은 “재벌은 핏줄이 원수요,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라고 했다. 윤 대통령 곁에 이런 윤핵관이 얼마나 많을지 걱정스럽다.
셋째, 법치도 흔들릴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12월 2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냈던 징계처분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에 대해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번 이준석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윤석열 정부의 재판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재판부 존중은커녕 “우리 당 의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앞으로 전임 정권은 물론이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줄을 잇게 된다. 이에 야권이 승복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그때도 윤 대통령은 그쪽 당 의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할 것인가.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다움을, 어렵게 회복하기 시작한 자유민주주의를 잃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검 시절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 했다. 민주주의는 복수를 금한다. ‘제왕적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오는 것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비상이 아닌 상태에서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 민주주의에 반(反)한다는 재판부 결정이 나왔다. 그러자 115명 의원 중 66명이 당헌·당규를 고쳐 진짜 비상사태를 만들자고, 그것도 박수로 정해버렸다. 이런 편법 탈법 꼼수에 ‘국민’의 ‘힘’이 언급된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보다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당헌 7조 대통령의 당직 겸임 금지 조항에서 ‘금지’만 빼면 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임기 동안 당 총재직을 겸한다’로 바꾸는 거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기법에 따라 Chong Jae직이라 해도 누가 감히 문제 삼지 못한다.
2001년 11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할 때까지는 그랬다. 대통령들이 모두 여당 총재였다. 선거자금과 공천권, 인사권에 특혜성 자원분배권을 틀어쥐고 제왕적 권력을 휘둘렀다.
심지어 5공 때 대통령 전두환은 1985년 2월 노태우 서울올림픽위원장을 당 대표로 임명하고는 “당내 민주화 운운하는데 대표위원이든 누구든 그런 말 하면 사퇴시키겠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실력자 박철언이 회고록에 썼다. 요즘 말로 하면 ‘내부 총질’이다. 신군부 때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정치인을 곱게 봐줄 수 없는 모양이다.
이 모든 걸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이 당 총재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취임 후 넉 달 가까이 벌어진 일만으로도 대통령은 많은 것을 잃었다.
첫째는 정직성이다. 윤 대통령은 한사코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지만 국민은 안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는 휴대전화 문자까지 노출됐으면 100일 기자회견 때 솔직한 유감 표명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의 발언을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피해 갔다. 그러고도 여당 연찬회에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당무 개입은 무수히 벌어질 것이고, 대통령은 부인할 게 틀림없다.
둘째, 사람 보는 눈을 의심케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자 답변에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사람이지 윗분의 뜻을 받드는 내시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내 사람 밀어 넣기, 지역구 챙기기에 끔찍한 ‘윤핵관’은 위험하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은 “재벌은 핏줄이 원수요,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라고 했다. 윤 대통령 곁에 이런 윤핵관이 얼마나 많을지 걱정스럽다.
셋째, 법치도 흔들릴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12월 2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냈던 징계처분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에 대해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번 이준석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윤석열 정부의 재판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재판부 존중은커녕 “우리 당 의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앞으로 전임 정권은 물론이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줄을 잇게 된다. 이에 야권이 승복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그때도 윤 대통령은 그쪽 당 의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할 것인가.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다움을, 어렵게 회복하기 시작한 자유민주주의를 잃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검 시절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 했다. 민주주의는 복수를 금한다. ‘제왕적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오는 것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