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文과 차별화, “우리는 거짓말하지 않겠다”부터
文 정권은 靑부터 거짓말
同盟 반박 듣는 망신까지
정권이 신뢰 자본 탕진
나라 경쟁력 갉아먹어
‘尹 정권 말은 팩트’만 돼도
정권 교체 표 값 하는 셈
입력 2022.06.30 00:00
검언 유착 허위 글 SNS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탈(脫)원전은 바보 짓” “평화는 굴복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 “제복 영웅이 존경받는 나라” “연금 개혁 미룰 수 없다”…. 취임 후 한 달 남짓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발언들을 꿰뚫는 공통분모는 문 정권과의 차별화다. 당연한 일이다. 지난 대선을 가른 표심이 지난 5년간 궤도를 이탈한 나라를 제자리로 돌려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개별 정책의 방향 전환보다 선행돼야 할 차별화가 있다. 절대 거짓말을 않겠다는 다짐이다.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거짓말을 지적한 조선일보 사설만 수십 건이었다. 청와대부터 거짓말에 앞장섰다. 국민 속이는 것만으로 부족했는지 동맹국까지 대상으로 삼았다가 반박을 듣는 망신을 당했다. 2019년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지소미아) 파기 후 청와대는 “미국의 이해를 구했고 미국도 이해했다”고 했는데 미국 정부는 곧장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와 결성한 쿼드(Quad)에 한국 참여를 요청했느냐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했는데, 미국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얘기”라고 했다. 지난달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때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전 청와대 관계자가 주장했다. 백악관 반응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국가 간의 관계, 특히 동맹 간에는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는 말을 웬만해선 피하는 법이다. 문 정권이 없는 말을 계속 지어내니 부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청와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코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 정권은 거짓말을 하고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불감증이 심각한 단계로 발전한 계기는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했던 의혹들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조국 부부의 거짓말 때문에 우울증,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1000명이 넘는 시민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조국 수사를 총괄했던 한동훈 법무장관은 “조 전 장관 거짓말 때문에 수사가 확대됐다”고 했다.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니 그걸 깨기 위해 추가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권은 거짓말하는 조국을 감싸고, 수사하는 검찰을 탄압했다. 그런데도 총선에서 180석을 쓸어 담는 압승을 했다. 그걸 문 정권은 거짓말 면죄부로 받아들였다.
제대로 민주주의 하는 나라에서 책임 있는 당국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신문사에 들어와 선배들에게 들은 조언 중 하나가 “당국자에게 최종 확인을 받으라”는 거였다. 그들이 맞는다고 하면 기사를 쓰고, 부인하면 팩트를 다시 점검해야 했다. 당국자가 거짓말을 안 하는 이유는 그랬다가 탄로 나면 당장 공직에서 추방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에선 정반대였다. 거짓말을 하고 버티면 지지층이 환호하고 대통령은 감쌌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배신자 취급을 당했다.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거짓말’이 좋은 예다. 온라인 화상회의 때 동료가 화면을 끄고 있자 최 의원이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을 여럿이 들었다. 최 의원은 “짤짤이 하고 있냐”고 물었는데 사람들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두 달째 우기고 있다. 짤짤이는 동전 소리가 크게 들린다. 애당초 화면을 끄고 몰래 할 수 있는 행동에 속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성 지지층은 최 의원 말이 맞는다고 변호하고, 최 의원 징계를 주장한 당대표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 사이의 거짓말은 마음에 생채기를 내지만, 정권의 거짓말은 나라를 갉아먹는다. 문 정권 초기만 해도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하는 말이면 사실관계는 당연히 맞겠거니 했다. 그러나 몇 차례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저 말도 사실일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일이 따져 봐야 했다. 대응이 늦어지고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권이 신뢰 자본을 탕진해서 국가 경쟁력을 좀먹은 셈이다. 윤석열 정권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줬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은 직선적이고 속마음을 감추지 못해서 거짓말은 안 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정권 핵심 관계자들에게도 거짓말은 용납 않겠다고 다짐을 받아야 한다. 정권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정권이 밝힌 팩트만은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소통과 통합도 시작된다. 윤 정권이 그것 하나만 분명히 지켜줘도 정권을 바꾼 유권자 1639만명은 표 값을 돌려 받았다고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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