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신성장 산업 고민 없으면 한국 경제 미래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2.04.26 00:09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새정부 미래먹거리 분야 국가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수위원회, 미래 먹거리 산업 전략 발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심각성 깨달아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어제 6대 국정 목표와 110개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 신성장 전략’을 밝혔다. 6G통신과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항공우주산업, 차세대 원전, 수소산업, 스마트 농업, 인공지능(AI), 문화 콘텐트 등이 그것이다. 새 정부는 해당 분야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집중했던 ‘빅3’(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산업을 언급하면서 “일종의 캐시카우, 지금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미래산업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현재 호황인 이 산업이 끝나가면 바로 그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이 밝힌 미래 먹거리 산업 집중 지원은 한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 절실한 사안이다. 그간 삼성과 SK·현대·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돼 이끌어 왔던 주요 산업이 이제 중국 등 후발 빠른 추격자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혼란스러운 정권 교체기를 지나 새 정부에선 여소야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경제는 심각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주요 도시 록다운(봉쇄) 등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高)’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하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은 세계 경제가 모두 겪고 있는 외생 변수이긴 하지만 한국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60%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 미국·유럽 등 다른 주요 선진국들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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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과 일본의 중국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공급 규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8년에 비해 각각 4.4%포인트, 1.8%포인트 늘어난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5.5%포인트 줄었다. 미국의 규제 여파로 중국 화웨이가 한국산 메모리 구매를 중단한 게 주원인이지만,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대만은 오히려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9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도 이 같은 한국의 위기 상황을 확인해 준다. 전망에 따르면 올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051달러로 한국(3만4994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경제는 지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목숨 건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빠져들고 있다. 개별 산업의 공급망도 재편되고 있다. 기존 국제경제의 원리와 질서가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란 얘기다. 여야 정치권과 행정부가 한국 경제와 미래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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