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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라[내가 만난 名문장/박재연]

鶴山 徐 仁 2022. 3. 21. 14:18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라[내가 만난 名문장/박재연]

 

박재연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입력 2022-03-21 03:00업데이트 2022-03-21 03:02


 

 

“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본다.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중

미술비평가 존 버거는 1972년 TV 강의에서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알고 있는 것, 또는 믿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즉, 하나의 이미지는 재창조되거나 재생산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50년 전 주장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는 단 하나의 시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해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는 문장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우리는 이미지에 짓눌려 살아간다. 이미지의 ‘홍수’라는 표현이 예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여러 개의 이미지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시대다.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은 알고리즘은 내가 무엇을 보는지,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수집해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박재연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리를 눈앞에 들이민다. 시각은 80% 이상의 정보를 수용하는 중요한 감각이지만, 동시에 극히 많은 빈틈을 지닌 허술한 감각이기도 하다. 가짜 이미지에 쉽게 휘둘리는 눈으로 본 것을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진리로 여긴다.

 

버거는 미술 작품을 대할 때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바라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단 미술 작품뿐이랴. 수많은 이미지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오늘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회를, 그리고 시대를 ‘다른 방식으로 보기’ 위해 매순간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각자의 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다르게 보면 다른 사람이 된다.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무엇을 보고자 하는지, 어떤 관점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버거의 물음에 희망과 의지를 품고 우리가 답할 차례가 아닐까.

박재연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