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詩엔 고통 견디는 힘 있어… 악한 권력 오래 못간다”
본지 연재 ‘최영미의 어떤 시’ 엮어 시선집 낸 최영미 시인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도 비판 “푸틴, 히틀러나 다름없어”
입력 2022.03.22 03:00
최영미 시인이 21일 서울 마포구에서 자신의 신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시’의 간결한 단어가 불러오는 힘을 믿는다”고 했다. /연합뉴스
“시에는 시간과 고통을 견디는 힘 있어요.”
21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최영미 시인이 말했다. 이날 최 시인은 자신이 직접 엮고, 해설을 붙인 시집 ‘최영미의 어떤 시, 안녕 내 사랑’을 출간했다. 지난해부터 조선일보에 연재한 ‘최영미의 어떤 시’ 중 50편을 골라 수록했다.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인 최 시인은 늘 불의와 불화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선배 시인 고은의 성폭력을 폭로한 시 ‘괴물’을 발표하며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로 화제가 됐다. 이후 고은 시인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9년 승소했다. 스스로 대학 운동권 시절 “계란을 끝내주게 잘 던졌다”는 그는 늘 자신과 관련된 것에만 불화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엔 ‘한 달 생활비가 60만원’이라 신고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신임 장관을 향해 “이 정권에서 출세하려면 부패와 타락이 필수”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이번 시집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엮은 것이지만, 그중 유독 윌리엄 블레이크 ‘독을 품은 나무(A poison tree)’가 마음 쓰인다고 했다. 그는 이 시에 “미얀마, 러시아, 예루살렘에서 독재자들이 극성을 부리지만 사악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리”라고 해석을 적었다. “전쟁 직전 푸틴의 연설을 봤어요. 자신이 히틀러나 다름없으면서 ‘경험하지 못한 응징을 하겠다’고 하는 게 화가 났어요. 직접 화염병 던지러 가고 싶었죠.”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병간호로 한국을 떠날 수 없는 최 시인은 대신 지난달 27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직접 반전 시위를 펼쳤다.
전쟁과 일상 속 불의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은 6·25전쟁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로부터 이어진 경험 덕분이다. 덕분에 어린 시절 어항 속 물고기를 보고 “귀엽다”보단 “(갇혀서) 얼마나 힘들까”란 시를 썼다고 했다. 최근에는 직접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에 영어 댓글도 남겼다. “EU는 계속 말만 하네요. 당장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를 방문할 배짱의 (서유럽) 대통령은 없나요?”
이 같은 신념과 행동의 일치가 때로는 시에 대한 애증을 일으켰다. “제가 영어를 계속 공부하는 건 먹고살기 위해서예요. (미투 이후) 한국 대학에서 불러주는 데가 없어서.”
신간 제목의 ‘안녕’은 그 같은 애증에서 온 시와의 이별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다. “모든 시 청탁이 끊기고 고립감이 심해졌을 때, 누워서 생각했죠. 더 이상 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럼에도 “‘시’의 간결한 단어가 불러오는 힘을 믿는다”고 했다. 이번 시집의 구성에도 그 같은 믿음이 담겼다. 1부 끝엔 고전 속 간결한 단어의 힘이 돋보이는 이백과 두보, 도연명 등의 중국 소동파 시를 시대순으로 감상할 수 있게 나열했다. 2부에는 허난설헌-김명순-나혜석, 허영자-천양희-문정희로 이어지는 여성 시의 흐름을 담았다. 그는 특히 이번 시집의 뜻을 가장 잘 대변하는 건 2차 세계대전 후 무솔리니 독재 정권에 맞섰던 이탈리아 파르티잔 버전의 ‘안녕 내 사랑(Bella Ciao)’이라고 했다. 그는 “파르티잔에겐 ‘비공식 아리랑’ 같은 시였다”고 했다. “코로나 등 많은 것이 갇혀 있는 요즘 시대와 닮은 점이 많은 시예요. 이 시를 읊으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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