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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위기가 한반도와 국제질서에 의미하는 것

鶴山 徐 仁 2021. 8. 27. 12:59

Opinion : 글로벌 포커스

 

아프간 위기가 한반도와 국제질서에 의미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00:30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대규모 피난민이 몰린 카불 국제공항과 상황을 통제하려고 애쓰는 워싱턴의 미 정부의 모습은 1975년 미군의 베트남 철수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조기 철수가 미군에 대한 신뢰 위기를 야기했다. 이는 소련의 아시아·중동으로의 팽창정책, 불발로 끝났지만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 추진으로 이어진 한·미 동맹 간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번 철수도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될까.

 

답은 아니다(No)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가 신고립주의의 소산이 아니란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외려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의도가 깔려있다.

 

지각변동 없겠지만 바이든엔 위기

아시아 성과 위해 한국 필요할 듯

 

이번 철수는 그러나 미국의 리더십과 아시아 전략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아프간에서의 신속한 철수로 역설적으로 미 정부가 당분간 아시아보단 아프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게 됐다. 추측건대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중국·북한보단 아프간 문제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할 것이다. 아직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미국인이 수천 명이고 수만 명의 아프간 통역과 여성인권 운동가, 국제기구 조력자 등을 구조하라는 미 의회와 언론의 요구도 있어 달리 선택할 여지도 없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정치적·도덕적 위기다.

 

둘째, 아프간이 알카에다·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집단의 둥지가 될 수 있다. 탈레반이 알카에다를 지지했다가 정권을 잃었던 2001년으로부터 배웠을 순 있다. 탈레반의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탈레반의 이번 승리를 두고 전 세계 테러집단들이 크게 고무됐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오바마 정부의 이라크 철수 이후 IS의 외국인 전사들이 이라크를 은신처 삼아 인도네시아·호주 등 공격을 계획한 일이 있다.

 

셋째, 미국의 경쟁국들이 현 상황을 오판할 지정학적 위험도 있다. 중국이 대만을 흔들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북한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승패에 대해 과잉해석하곤 했다.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은 미국의 굴욕적인 베트남 철수 이후 벌어졌다. 미국의 2001년 탈레반, 2003년 이라크 공격 이후엔 북한은 다음 차례가 자신들이란 공포에 움츠러들었다. 미국의 대북 정책과 무관한 일이었는데도 그랬다.

 

바이든 정부는 이제 이런 위험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미 의회가 아프간에서 무엇이 잘못된 건지 들여다보는 위원회를 꾸릴 듯하다. 부시 정부는 아프간에서 이라크로 대테러 전선을 옮긴 걸, 오바마 정부는 아프간의 고질적 부패와 싸우지 않은 걸 비판받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큰 비난을 받을 텐데, 탈레반과 엉터리 평화협정을 맺어 아프간 정부를 약화시키고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군을 철수키로 해서다. 바이든 정부도 탈레반이 사실상 진군할 수 없는 겨울까지 기다리지 않고 9·11 테러 20주년을 철수일로 고집한 정치적 결정 때문에 궁지에 몰릴 것이다.

 

미 의회가 아프간 임무 목적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10년 전 워싱턴의 통념은 ‘아프간에서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서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였다. 현재 통념은 국가 건설이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론 어느 쪽도 전적으로 옳은 건 아니라고 믿는다. 허약한 아프간 정부 하에선 소규모 미군 병력에 의한 대테러 작전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어떤 면에선 그러나 그게 어렵고 위험하더라도 지금 바이든 정부가 직면한 것보단 덜 어렵고 덜 위험할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파생된 위험들을 방지할 수 있느냐에 대통령직이 걸려있다는 걸 안다. 비록 공개적으론 잘못을 인정하진 않아도 이를 바로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의 참모들도 아시아에서 큰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걸 알만큼 전략적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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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