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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사설] 어쩌다 한국은 中日이 함부로 하는 나라가 됐나

鶴山 徐 仁 2021. 7. 19. 17:07

[사설] 어쩌다 한국은 中日이 함부로 하는 나라가 됐나

 

조선일보


입력 2021.07.19 03:26

 

문 정부 대일 외교를 비하한 소마 히로히사(맨 오른쪽) 주한 일본 공사와 야권 대선 후보 발언을 공격한 싱하이밍(소마 공사 옆) 주한 중국 대사가 최근 코엑스 전시장을 같이 방문했다. /뉴시스

 

 

주한 일본 대사관의 2인자인 총괄공사가 국내 방송과 한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며 외설적 표현을 썼다고 해당 방송이 보도했다. ‘일본은 한일 문제에 관심 둘 여유가 없는데 문 대통령 혼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다 이런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사적 간담회’ 라고 하지만 한국에 오래 근무한 직업 외교관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나. 바로 사과했다고 하나 본심은 그 표현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다음 날엔 주한 중국 대사가 야권 대선 주자의 한미 동맹 발언을 공격하는 반박문을 냈다.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우리 가장 가까운 이웃 두 나라와의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먼저 고개를 숙이거나 약하게 보이면 더 능멸하고 들어오는 나라다. 오랜 기간 그런 외교를 해 와 습성화됐다. 우리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을 저들이 어떻게 볼지 잘 생각해야 한다. 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사드 3불’ 약속으로 군사 주권까지 양보하며 굽히고 들어갔다. 중국은 문 대통령 방중 때 공개적으로 홀대하는 망신을 줘 길을 들이려 했는데 우리 측은 그대로 순응했다. 북의 6·25 남침을 도와 우리 국민을 살상한 중국이 ‘평화 수호를 위해 싸웠다'고 하는데도 입을 다물었다. 우리 서해 중간선을 넘어와 자기들 바다로 만들려는 서해 공정을 벌여도 항의 한번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런 상대에 선의로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더 치고 들어온다.

 

중국이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끊임없이 흔드는 것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우리 외교·안보의 중심축인 한미 동맹을 문 정부 스스로 끊임없이 흔들었다. 중국이 의식하는 것은 한미 동맹이다. 한국이 미국과 멀어질수록 중국에 능멸당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중대한 흠결이 확인됐다”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며 국가 간 합의를 사실상 깨버렸다. 이때부터 일본과의 관계는 파탄 상태로 들어갔다. 그래놓고 올 신년 회견에선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을 180도 뒤집었다. 왜 말을 바꾸는지 아무 설명도 없었다.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미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말을 바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한일 갈등에 기름을 부은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판결도 다시 뒤집혔는데 이에 대한 입장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대신 “토착 왜구” “죽창가” 라며 반일(反日) 몰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 일본 국민이 이를 모를 리 없고 일본 내 혐한 정서가 팽배하게 됐다. 일본 정권은 문 정부를 상대하면 자신들 다음 선거에서 손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 국민의 일본에 대한 혐오도 커지고 있다. 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는 단 1보도 진전된 것이 없이 양국 관계만 파탄 났다. 우리에게 대중, 대일 관계는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외교다. 이 두 나라와의 관계가 심각하게 어긋나 있다. 여권 정치인들은 이 외교 갈등이 몰고 올 국익 피해엔 아랑곳없이 국민의 반일 정서를 자극해 표 얻을 궁리만 하고 있다.

 

국제 관계에 바뀌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한다. 외교는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바뀔 수 없는 근본 원칙이 있다. 합의를 지키는 나라라는 신뢰, 작은 이익을 따라 표변하지 않는 나라라는 무거움,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금기 등이다. 이 근본을 지키는 나라는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지난 4년여간 이 근본이 어떻게 됐는지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