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판 흔들리는데…삼성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7.19 17:19 수정 2021.07.19 17:21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공룡’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합병 카드를 꺼내면서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미국 제2공장 입지와 투자 시기에 이목이 쏠린다. 일부에선 삼성이 투자 결정을 보다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삼성전자 “후보지 5곳 동일 선상서 검토”
“고객 확보 차원서 투자 신속히” 견해도
지난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미국 내 두 번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윌리엄슨 카운티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는 투자가 결정되면 내년 1분기 착공해 2024년 말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새 후보지는 윌리엄슨 카운티 테일러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 5곳이다.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이 유력 후보지였지만 올 초 기습 한파로 단전·단수 피해를 본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천안사업장 전환은 계획에 없어”
19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후보지를 접고 테일러와 새롭게 협상하는 게 아니라 5곳을 동일 선상에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결정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공장 부지 선정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충남 천안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파운드리 공장으로 전환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관해서는 “계획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파운드리는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데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 규모가 946억 달러(약 106조7000억원)로 지난해 대비 11% 성장,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5일 월스트리저널(WSJ)은 인텔이 미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 300억 달러 규모의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대만)가 55%로 업계 1위이며 삼성전자(17%), UMC(대만·7%), 글로벌파운드리(5%)가 뒤를 잇고 있다.
좀처럼 TSMC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가운데 인텔이 파운드리에 진출하면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시스템 반도에 17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공정 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해외 반도체공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삼성전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여기에다 TSMC는 일본에 연구단지와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개인용컴퓨터(PC)에서 서버·자동차 쪽으로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TSMC가 자동차에서 강점을 보이는 일본과 협력한다는 것은 곧 고객 확보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의 일본 협업=고객 확보 강화”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 이미 기술을 축적해 기술적 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TSMC처럼 위탁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설계를 같이하는 반도체 종합회사라는 점이 오히려 고객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삼성이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강호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이 계속되고 미국의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생산기지의 다변화, 고객 확대 측면에서 미국 진출을 보다 서두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도 평택에 파운드리 공장인 3라인(P3)을 조성하고 있다.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 완공돼 2023년이면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종환 교수는 “미국 정부와 지원책(인센티브)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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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파운드리 판 흔들리는데…삼성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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