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김순덕 칼럼] 참 못난 정권

鶴山 徐 仁 2020. 8. 20. 13:35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8-20 03:00 수정 2020-08-20 03:00


 

처제 아파트에 전세 든 국세청장 후보
편법증여 의심스러운 탈세 사례 꼽혀
집권세력은 무엇이 그리 두렵기에
권력기관을 ‘주인 안 무는 개’로 만드나

 

김순덕 대기자

 

 

지난달 국세청은 부동산 관련 탈세혐의자 413명의 세무조사를 발표했다. 그중 한 사례가 고가의 아파트를 부모에게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른 경우다. 국세청에서 “편법증여 행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편법적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이전하는 사례를 끝까지 추적해 철저히 과세하겠다고 강조한 건 물론이다.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가 이 경우에 속한다는 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르겠다. 2010년 34세인 처제가 강남에 5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샀고 17년 차 고위공무원인 김대지의 네 가족이 전세보증금을 주고 함께 살았다는 거다.

당연히 김대지는 편법 증여나 차명 매입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부동산거래관리과장이었던 그가 그랬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어쨌든 세무공무원이 무주택자 자격으로 이명박 정부 때 강남 그린벨트를 헐어 지은 서민용 보금자리주택을 2013년 분양받은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사이 처제는 강남 아파트를 팔아 수억 원을 벌었고 가족은 딴 데 전세로 살아 ‘반값 아파트’ 실거주 여부가 의심스럽다는 소리는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분납임대여서 법적 무주택자라는 것 말고 그에게 무슨 경쟁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주요기사


어제 인사 청문회에서 여당이 전광훈 목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지적하자 김대지는 “탈루 혐의를 체크하겠다”고 받드는 모습이었다. 야당에서 “정치적 세무조사에 적합해 선택된 게 아니냐”며 국세청의 중립성을 우려했을 정도다. 세무조사를 집권세력의 보위 수단으로 쓰는 기민함과 능력으로 국세청장에 지명됐다면 나라가 암담하다.

어디 국세청뿐이랴. 집권당 최고위원 후보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나라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키고 선 데다 치사한 보복 인사로 확인 사살되는 조짐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명되자마자 “역사와 대한민국, 문 대통령을 위해 애국심을 갖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하는 추태를 보였다. 경찰은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50대 남성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번엔 경찰을 폭행했다며 기어코 구속시키는 것으로 충성을 입증했다.

청와대는 뭐가 그리 두려워 국세청과 검찰, 국정원, 경찰의 4대 권력기관을 충견처럼 길들이는지 알 수가 없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자 눈엣가시 같은 전 목사의 교회에 진단검사 아닌 세무조사를 사실상 지시한 것이야말로 집권세력의 본질을 드러낸다. 코로나 확산 방지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하는 건 맞지만 소비쿠폰까지 뿌려 방역 위기를 자초했던 정부로선 못난 짓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사건 와중에 구원파 수사를 다그쳤던 과거 정권과 뭐가 다른가.

“나라가 니꺼냐”는 외침을 전임 정권 식으로 표현하면 ‘국정의 사유화’다. 4년 전 같으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대통령 탄핵까지 불러왔을 일들이 거의 일상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인지 이제 국민은 놀라지도 않는다. 문제 삼는 사람이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심지어 집권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낙연 의원조차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파 파묘 발언과 관련해 “차분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웬 호들갑이냐”며 싸늘한 반응이었다.

나치 시절 독일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유태인 학살 같은 큰 사건에 충격 받은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깜짝 조치’에 통치되는 일이 습관화됐다는 거다. 이거 잘못된 거 아냐? 주변을 돌아보면 호들갑 떤다는 비난이나 받았다.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이 변했음을 깨달을 때는 이미 늦었다. 권력의 선전대로 맹종하다 자유를 잃은 줄도 몰랐다는 전체주의 파시즘이 이 땅에서 좀비처럼 되살아난 형국이다.

달님 대통령은 이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만 출범시키면 퇴임 후에도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항간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무죄 선고 받고 대선에 나오면 몰라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는 이낙연 전 총리가 대통령이 될 경우 전임 정권의 비리를 제대로 파헤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공론이 분분하다.

최고의 엘리트를 모아 최선의 정책으로 국정을 운영해도 모자랄 대한민국이다. 그들만의 안위를 위해 애완견 같은 인물로 요직을 채워도 될 만큼 이 나라는 만만하지 않다. 향후 계속될 ‘문파 정권’을 위한 포석이겠지만 세상이 당신들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 참 못난 정권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819/102561076/undef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