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8.10 09:54 | 수정 2020.08.10 17:15
10일 검찰 내부망에 재차 글 올려 인사 비판
"나는 누구 똘마니로 살아 온 사람 아냐"
지난 7일 검사장급 인사 발표 이후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10일 재차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리고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검사장은 지난 8일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도 이번 인사를 단행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채널A 사건을 수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 휘하 수사팀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 이후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조선DB
문 검사장은 이날 오전 9시쯤 내부망에 ‘전국 고·지검장님들께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먼저 “고지검장님들 영전을 축하드린다. 특히 금번 검사장 승진하신 분들 축하 드린다”며 인사말을 남기면서 “고검장으로, 지검장으로 근무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검사로서 큰 영예,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부여된 책임감 또한 막중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며 “고지검장 1~2년 더 근무하고 안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면서 “검사장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지검장은 “검사장들이 검사답지 않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거나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검사장들은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8일에 올린 글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이른바 ‘추미애 사단’ 검사들과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재차 비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눈치 보고 침묵하고 있다가 퇴임식에 한두 마디 죽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무슨 울림이 있겠느냐”고도 했다. 현재 검찰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다른 검사장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또 고·지검장들을 향해 “국민들의 시선을, 여러 검사장들만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주기 바란다”며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지검장은 마지막으로 “(윤석열) 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저 역시 누구 똘마니 소리 들어가며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며 “그저 법률가답게 검찰청법에 충실하게 총장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여러분들에게 부여한 소임을 다하시고,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한 퇴임을 하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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