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0.08.11 03:16
조국 전 장관, 언론 줄소송 예고…검증 보도를 인신공격으로 간주
신동흔 문화부 차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트위터에 '하나하나 따박따박'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언론을 상대로 직접 '소송전'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그는 "허위사실을 조작·주장·유포하는 만용을 부리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민형사상 소송 방침을 예고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기자들 실명을 공개하면 "반드시 처벌하라" "하나하나 잘근잘근"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그는 자신에 대한 허위·과장 보도를 찾아 제보해달라고 별도 이메일까지 만들었다. 팔로어들은 눈에 불을 켜고 문제 있는 기사를 찾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정부 인사들 중에는 유독 치부가 공개되면 '힘없는 개인에 대한 언론의 부당한 공격'으로 프레임(틀)을 짜고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조 전 장관도 지난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의전원 부정 입학 관련 의혹이 제기된 딸에 대해 "(언론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었다. 최근에는 딸의 집 인터폰에 찍힌 기자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자, 극성 지지자들이 인터넷을 뒤져 기자의 신원을 찾아내 알려주기도 했다. 해당 기자의 취재 의욕이 지나쳤던 부분은 있지만, "남자 기자들이 밤중에 딸 혼자 사는 집 초인종을 눌렀다"면서 막가파식 언론 이미지만 강조할 일은 아니었다. 정작 그의 딸은 지난해 친여 방송 프로그램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또박또박 자기 입장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을 비판하려다가 범죄자를 끼고 도는 일도 벌어진다. 조 전 장관 측근으로 통하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과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행하는 유튜브 '검찰알바' 지난 6일 방송에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접촉을 시도했던 이철 전 VIK(밸류 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가 아내와 딸에게 '언론을 만나지 마세요, 무조건 당해요'라고 편지를 써서 당부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날 편지를 읽던 손 전 의원은 "이분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중심을 지켜주셨구나.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그 순간 언론은 졸지에 서민들 쌈짓돈 7000억원을 투자금으로 모아 빼돌린 죄로 징역 12년(1심 형량)을 선고받은 금융사기범보다 못한 존재가 됐다. 이 전 기자는 당시 정권 핵심 인사의 연루 의혹을 취재하려 했다는데, 손 전 의원은 뭐가 "감사하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전 기자는 기사를 쓴 것도 아닌데 감옥에 갇혔다. 단지 누군가를 취재하려 했던 의도,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부적절한 취재원 접근 방식(강요 미수) 때문에 구속된 것이다. 여기에 과거 김대업이나 윤지오 때 보여준 것처럼 '제보자 X' 같은 사기성 짙은 인물을 의인이라고 떠받드는 행태까지 반복되고 있다.
2005년 미국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는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리크 게이트'가 터졌을 때 CIA 요원의 신상 정보를 흘린 취재원이 누구인지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에 따르지 않고 구속되는 길을 택했다. 그는 당시 "내가 아는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는 정부가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정보를 보도하기 위해 매일같이 일하는 자유로운 언론이 있는 사회"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이는 취재원이 원하지 않는 내용이라도 보도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매일 일해야 하는 기자의 숙명(宿命)을 표현한 말이어서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정권의 핵심 인사가 언론을 상대로 줄소송을 벌이고, 기자 집단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4년 차로 접어든 이번 정부에서 대중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 많이 생겼다는 심증이 점점 강해질 뿐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0/2020081003862.html
'政治.社會 關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떡상 김현미 선생, 집택 김조원 선생... 부동산 일타 강사들"조롱 (0) | 2020.08.14 |
---|---|
[사설] 안 한 말 지어내고 한 말 빼 버린 '추미애 검찰' 공소장 (0) | 2020.08.12 |
[사설] 비상금 깨 현금 뿌리더니 물난리 나자 또 "빚내서 추경" (0) | 2020.08.11 |
[단독] 추미애 비판한 문찬석 "정치가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0) | 2020.08.10 |
[김광일의 입] 권경애의 반정부운동 이유 ‘선거공작’ ‘보도공작’ 때문 (0) | 2020.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