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피하기 위해서도 철학을 알아야 합니다.
만일 철학을 알지 못하면 거의 예외 없이 어떤 철학에 붙잡혀 있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우리는 사회 운동가들, 신학자들,
목회자들에게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어떤 철학을 따르는 것보다 이런 경우가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강영안 저(著) 《강교수의 철학 이야기》(IVP, 1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철학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지적이고 이론적이며 반성적인 작업입니다.
파스칼은 “철학을 조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철학하는 것이다”이라고 했습니다.
철학을 조롱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철학의 밑바탕인 이성을 절대시 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철학을 절대시 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성을 절대시 하지 않을 때 가장 이성적일 수가 있고,
철학을 절대시 하지 않을 때 가장 철학적일 수가 있습니다.
철학은 사람의 생각입니다.
한 철학자의 생각이 아무리 고매해도 완전하지 않고 부분적이며 흠이 있습니다.
그런데 플라톤을 전공하면 플라톤주의자가 되기 일 쑤이고,
하이데거를 공부하며 하이데거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 철학이 주는 의미가 아무리 크더라도 절대시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참된 철학적 자세일 것입니다.
철학이란 학문이 본래 비판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철학 그 자체에 파묻히면 철학을 비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철학적입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철학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철학입니다.
철학의 독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철학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