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강천석 칼럼] 다음 대통령 앞날 험난하다

鶴山 徐 仁 2017. 1. 22. 14:32


[강천석 칼럼] 다음 대통령 앞날 험난하다





    강천석 논설고문
    강천석 논설고문




    다음 대통령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답(答)은 '글쎄'와 '어렵다' 사이에 있다. 사실은 '어렵다' 쪽에 가깝다. 선거가 치러질지, 치러진다면 언제 치러지고 그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지도 모르는 판에 무슨 초 치는 소리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돼 나라를 이끌어도 성공하기 쉽지 않으리라고 예측할 상당한 근거가 있다. 대통령이 어려우면 나라가 힘들고 국민 또한 고단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이 부딪힐 문제 리스트는 이미 나와 있다. 북핵과 미국·중국·일본에서 들이칠 외교 삼각파도, 두 손 동원해도 다 꼽기 힘든 경제 문제, 이제는 국민 심성(心性) 차원으로 번져가며 회오리가 커가는 양극화 문제 등등…. 정책 선택 방향에 따라 나라가 몇 조각 날지 모를 민감한 문제들이다. 다음 대통령은 탄핵과 선거 그리고 전(前) 대통령 형사재판 과정에서 깊어갈 국민 분열의 틈바구니에 끼어 이 문제들과 씨름해야 한다.

    워터게이트사건 은폐 의혹에 연루된 닉슨은 탄핵 결정 직전 사임했다. 사퇴한 닉슨을 태운 헬리콥터가 백악관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사라진 직후 부통령으로 있다 닉슨 자리를 승계한 포드의 취임 연설이 시작됐다. 그는 탄핵 과정에서 빚어진 국민 분열이 '외국과 전쟁에서 입은 상처보다 더 고통스러웠고 국가에 더 큰 위해(危害)를 끼쳤다'고 했다. 포드는 2주일 후 첫 기자회견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절감했다.

    당시는 월남전 마무리,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가라앉는 대형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핵(核) 군축 문제를 다룰 소련과 정상회담 등 국가적 난제(難題)가 쌓여가던 때였다. 그러나 기자회견 질문 10개 중 9개가 닉슨의 기소(起訴) 여부에 집중됐다. 포드는 훗날 '2억5000만 국민을 위해 써야 할 대통령 집무 시간의 25%가 닉슨 뒤치다꺼리에 허비(虛費)됐다'며 그때를 돌아봤다. 특검 수사·국정 농단 재판·탄핵 심판·대통령 선거·전(前) 대통령 형사 처벌 문제가 동시 또는 차례로 등장할 한국 사정은 그보다 몇 배 가파를 것이다.

    다음 대통령 머리 위로 몰려오는 먹장구름이 외부(外部) 요인 탓만은 아니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여섯 차례 대선 승리자 득표율은 최저 38.6%(1987년·노태우) 최고 51.6%(2012년·박근혜)였다. 이 투표자 대비(對比) 득표율을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로 환산하면 최저 30.9%(2002년·노무현) 최고 38.8%(2012년·박근혜)였다. 전체 유권자의 6할에서 7할 가까이가 당선자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허약한 지지 기반을 딛고선 대통령은 이념이나 계층·지역 간 이해(利害)관계가 대립하는 문제 해결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시늉만 하다 그치고 말았다. 지난 15년 세월 해답이 나와 있는 그러나 손대기는 힘든 문제들이 '미제(未濟)' 딱지를 달고 책상 서랍 속에 쌓여왔다. 다음 대통령 취임 무렵이면 탄핵 후유증은 더 곪을 것이다. 그의 앞날이 어둡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성공한 국가 지도자는 자기 국민의 장점과 단점을 꿰뚫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일 독일의 아버지 아데나워는 총리 시절 "독일인은 육식성(肉食性) 양(羊)떼 같은 민족이야. 과거의 바퀴를 다시 굴려선 안 된다고 거듭 일깨워야 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근면하고 질서를 지키는 독일인 기질(氣質)을 높이 사고 늘 북돋았다. 그러면서도 일순간 과격(過激)으로 치닫던 독일 역사의 일면(一面)을 항상 경계했다.

    사냥꾼이 사냥감의 약점(弱點)을 노려 덫을 놓듯 정치인은 국민 입맛을 돋우는 미끼를 공약(公約)으로 매단다. 공약을 보면 정치인들이 무엇을 자기 국민의 약점으로 파악하고 이용하는지가 드러난다. 친일(親日)·독재·기득권 세력을 대청소하겠다는 문재인 전(前) 대표 선거 깃발도 그렇다. 독립한 지 70년이 된 나라, 발전의 기세(氣勢)가 꺾였다곤 해도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간판 공약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한국인 기질 속에는 과거를 붙들고 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걸 북돋아야 할 국민의 장점이라고 우겨서는 곤란하다. 설사 이런 공약을 밀고 나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대통령 직무(職務)의 첫 삽도 뜨기 전에 더 큰 분열의 소용돌이 속으 로 휘말려들 것이다.

    딱히 문재인씨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다음 대통령 자리에 뜻을 둔 인물 그 가운데서도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 인물이라면, 나라와 국민이 과거의 족쇄를 풀고 미래로 나아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 대통령이 자신의 형편과 나라 상황에 귀를 닫고 눈을 감아버린 때인지라 더더욱 그렇다. 그것이 다음 대통령 스스로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0/20170120026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