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03 05:42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지난 29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군(軍)·연구기관·업체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산화 발전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방위산업 지원 단체의 한 간부는 무기 제조업체가 정부의 국산 부품 사용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입 부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경직되고 모순된 규정 적용 문제 등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로선 무기를 최종 조립하는 대기업 입장에선 수입 부품을 쓰는 것이 국산 부품보다 돈이 적게 들고 덜 불편하며, 부품을 만드는 중소업체 입장에서도 굳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어렵게 투자해서 국산 부품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무기 부품 문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 것은 무기 개발 및 운용 유지에 부품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방부가 극히 이례적으로 국제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용역을 줘 전군(全軍)의 군수 조달 분야를 점검했는데 부품 조달이 한국군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 주목받았던 '2014 민·군(民軍) 기술협력 박람회' 행사 중 하나로 이뤄졌다. 민·군 기술협력은 한때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민간 부문과 군사 부문의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거두자는 것이다. 군에서 개발된 기술이 민수(民需) 분야로 이전·활용되는 것을 '스핀-오프(spin-off)', 민에서 개발된 기술이 군수 분야로 이전·활용되는 것을 '스핀-온(spin-on)'이라고 한다. 최근엔 민·군에 필요한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스핀-업(spin-up)' 개념도 등장했다. 이런 기술로는 전자레인지 등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 들어서 이처럼 방위산업의 신(新)성장 동력화, 민·군 기술협력 등 방산과 국방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방산 수출은 지난해 사상 최고액인 34억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수년간 연평균 45% 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산과 민·군 기술협력의 미래를 결코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선 우리 군의 무기 수요는 포화 상태여서 수출만이 살길인데 방산의 수출 경쟁력은 아직도 약하다는 평가다. 여러 해 동안 공들여 세일을 해서 수출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에 핵심 부품이 미국 등의 기술 이전을 받은 것이어서 발목 잡혀 좌절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방산 원가(原價) 등 제도적으로 손봐야 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방산 수출은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업체와 방사청뿐 아니라 산자부·기재부 등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 협조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여기엔 지휘자, 즉 사령탑 역할이 중요하다. 사령탑은 수출뿐 아니라 한국형 전투기(KFX)와 소형 무장 헬기(LAH) 등 국산 무기 개발에서 방사청과 산자부·미래부 등 정부 부처 간의 협력 및 역할 조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핵심 분야에서 컨트롤 타워의 중요성은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