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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고 32억 챙기고 후보 사퇴시킨 통진당의 민주 선거 교란/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4. 6. 3. 23:42

[사설] 국고 32억 챙기고 후보 사퇴시킨 통진당의 민주 선거 교란

 

 

입력 : 2014.06.03 02:56

 
통합진보당 경기지사 후보가 1일 사퇴했다. 지난 30일 부산시장 후보, 지난 16일 울산시장 후보에 이어 통진당 시도지사 후보 가운데 세 번째 자진 중도 하차이다. 얼마 전에는 성남시장 후보와 서울·울산 시의원 후보들도 선거를 포기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당이 선거에서 후보를 내는 건 권리이자 의무이다. 정당의 기본 존립 목적이 선거에 후보를 내 당선시켜 자신들의 정치적·정책적 주장을 국정 또는 지방 행정에 최대한 반영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헌법은 다당제(多黨制)를 보장하고 있고 국고보조금 같은 지원 제도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통진당도 이런 헌법의 보호를 받으며 갖가지 혜택을 받고 있다. 통진당이 이 권리를 정당하게 누리려면 선거에 후보들을 출마시켜 국민의 심판을 받는 헌법적 의무부터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통진당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가 막판에 사퇴한 데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연쇄적으로 후보들이 중도 사퇴했다. 후보 사퇴는 더 늘 수도 있다. 통진당은 후보들을 말리기는커녕 당 대변인이 성명까지 발표해 "나라를 위한 결단"이라며 칭찬했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제기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 맞서 자기들은 "헌법을 존중하는 민주 정당"이라고 우기고 있다.

통진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고보조금 32억여원을 받았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막기 위해 진작에 정당 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통진당이 보조금은 챙겨놓고 후보들을 사퇴시키는 건 세금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통진당은 지난 대선 때도 후보가 투표 3일 전에 그만두고서 선거보조금 27억여원을 한 푼도 내놓지 않았다.

통진당 후보들이 사퇴한 지역은 박빙(薄氷)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여당은 "야권의 위장(僞裝) 단일화"라고 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과 통진당은 "의도적인 후보 단일화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통진당을 지지했던 표가 성향상 여당으로 갈 가능성은 매우 작다. 두 당은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내걸고 '자리 거래'를 한 적도 있다. 종북(從北) 논란이 여전한 통진당이 손을 들어주는 게 과연 도움이 될지는 새정치연합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다.

통진당이 종북 논란과 이석기 사건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상습적으로 선거 후보들까지 사퇴시키는 건 민주 헌정(憲政) 질서를 뒤흔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 정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통진당의 선거 교란을 더는 묵과해선 안 된다. 국민이 이런 정당을 헌법과 법률의 보호 아래 존속시킬 가치가 있는 것인지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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