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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아시아로 눈 돌린 러시아/ 중앙선데이

鶴山 徐 仁 2014. 6. 1. 16:33

 

아시아로 눈 돌린 러시아

[중앙선데이] 입력 2014.06.01 02:40 / 수정 2014.06.01 02:40

 

 

주목의 대상이었던 러시아의 대아시아 전략이 지난주 한 단계 진화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가스 계약에 서명함으로써 10년 동안 이루지 못한 협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 계약은 가격 문제가 오랜 걸림돌이 됐기 때문에 실제로 체결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했으나 이번 양국 지도자들이 계약에 서명함으로써 성사됐다. 그러나 이는 다른 계약 중 하나일 뿐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대규모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티는 중국과 더 큰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와 소규모 가스 매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의 가스 발굴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공급 단계까지 모든 절차에 중국이 참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의 이고리 세친 전 부총리가 제기한 ‘통합적 접근법’이다. 즉 러시아와 중국이 생산단계부터 통합적으로 일하며 리스크를 나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앞으로 이런 방식의 접근법을 많이 쓸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가스 계약은 앞으로 러시아가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러시아로선 운명적 선택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왜 그럴까. 첫째, 이번 계약에 따르면 중국의 자본이 러시아에 유입된다. 이를 꺼리는 세력도 존재하지만 실용적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로서는 중국의 자본을 이용해 러시아 내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국제 금융 제재 등으로 인해 자본 조달이 어려워진 러시아 대기업에 큰 의미를 가진다. 둘째, 이번 계약은 러시아와 중국 간의 장기적 에너지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러시아로서는 자국 에너지 수출 길을 다각화하고 수익을 보장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 경우 국가 예산의 체계적 수립과 함께 장기적 발전 계획이 가능해진다. 러시아로서는 더 큰 전략적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물리적 토대를 확보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앞으로 중국뿐 아니라 여러 아시아 국가를 자국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종 목표는 아마도 일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는 일본이 풍부한 자본과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에너지 관련 대기업을 거느린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에너지 개발에 따르는 리스크를 함께 나누며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를 같이할 수 있는 나라, 즉 앞서 언급한 통합적 접근법을 함께할 나라로 일본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러시아는 왜 파트너를 원하는 것일까. 답은 북극해에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장기적 먹거리로 북극해의 에너지 개발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혼자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따라서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이 장기적 목표를 위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북극해 에너지 프로젝트의 최종 파트너를 낙점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예전엔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최근엔 그 관심이 많이 사그라진 느낌이다. 협력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여러 악조건이 있기에 크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 악조건은 단기간에 해소하기도 쉽지 않다. 북한 변수도 그중 하나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의 가스 계약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방중 이후 연해주를 방문해 두 마리의 호랑이를 풀어줬다. 이 계약이 성공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그리고 계약의 성공은 사실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를 잘 알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호랑이를 풀어줬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호랑이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리나 코르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국제경제대학원을 2009년 졸업했다. 2011년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의 HK연구교수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