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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권 땐 민영화, 야당 되면 반대하는 정치가 철도 파업 키웠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2. 25. 17:35

[사설] 집권 땐 민영화, 야당 되면 반대하는 정치가 철도 파업 키웠다

 

 

입력 : 2013.12.25 03:16

 

민주당은 집권 시절인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었다. 2002년 2월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김대중 청와대는 "민영화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결국 그해 대선을 앞두고 민영화를 포기했다. 노무현 정부도 집권하자마자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일단 공사(公社)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6월 철도노조가 공사 전환에도 반대하며 파업에 나서자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 시작 3시간 만에 경찰을 투입해 노조원 1500여명을 연행했다. 이듬해에는 철도노조를 상대로 97억원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지금 대통령이 '민영화는 안 한다'고 공개 약속하는데도 '민영화'라면서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당시 "철도 파업은 정부를 길들이려는 정치 파업"이라며 "합의로 문제가 해결돼도 불법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문 의원은 그러나 엊그제 페이스북엔 "(박근혜 정부는) 왜 이리 강경한가? 물리력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에 나서라"는 글을 올렸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철도 민영화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고선 며칠 전 경찰이 철도노조 간부들이 숨어 있던 건물에서 체포 영장을 집행할 때는 경찰에게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해가 부딪치는 곳에서 조정을 하려면 양쪽 당사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민영화라는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던 정당과 정치인들이 이제 야당이 됐다고 표변(豹變)해 민영화보다 훨씬 약한 개혁조차 반대한다면 믿고 따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철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해마다 2000억~5000억원 적자를 내고, 10조원 넘는 빚을 지고 있다. 민주당이 여당 시절 철도 개혁을 구상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 부실이 그대로 있는데도 민주당이 과거 자신들이 하려던 개혁을 이제 부정하고 비난한다면 그 이유가 뭔지 국민에게 설명이라도 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대선 때 집권 시절 추진했던 한·미 FTA와 제주 해군 기지를 반대해 스스로 표를 깎아 먹었다. 민주당은 지금 그 우(愚)를 다시 범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다를 게 없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때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며 이명박 정부의 '수서발 KTX 민간 사업자 선정' 계획을 무산시켰다. 그런 새누리당이 이번에 정부가 '코레일 산하 KTX 자회사 설립'을 결정했을 때 국민 동의를 얻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철도 파업 사태가 벌어진 뒤 지금까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당정회의 한번 열지 않은 게 새누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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