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회담 열어야
북한발 군사적 긴장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이 2013년 12월 19일 일부 보수단체의 반북(反北) 시위에 반발해서 협박성 전화통지문을 보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북한국방위 정책국 서기실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판문점 채널을 통해 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며 내용은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가차없는 보복행동이 예고 없이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전통문은 지난 17일 김정일사망 2주기를 맞아 서울 시내에서 보수단체들의 시위를 문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12월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지문의 내용을 보면 북한이 그 동안 성명, 담화에서 밝혀온 내용과 특별한 차이가 없다”며 “성명을 통해서도 무자비한 보복을 하겠다는 식의 언급을 수차례 해 왔고 어제 표현도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전통문이 온 직후 우리도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명의로 답신을 보냈다”면서 “답신내용은 ‘북측이 도발하면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응징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현재 대비태세도 일부 강화되어 있다. 특이한 북한의 군사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기로 공언하고 있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2013년 12월 19일(현지시간) 북한의 장성택 처형이 추가 도발의 전조(前兆)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뎀프시 의장은 이날 펜타곤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재자들에 의한 이런 종류의 내부 행동들은 종종 (대외) 도발의 전조가 된다.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이글 장관은 “북한이 저지르는 행동의 불가측성이 우리 모두를 매우 우려하게 만들고 있으며 그 같은 불확실한 현실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특히 그 같은 행동을 저지른 동기에 대한 의구심을 깊게 만든다.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폐쇄돼있고 투명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은 외부세계와 아무런 연결이 되지 않아 불가측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우려들을 키운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내년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글로벌 핵심 안보위협 가운데 하나로 북한의 도발과 체제 불안정을 꼽았다. 미국외교협회(CFR) 산하 방지행동센터(CPA)는 12월 19일(현지시간) 발간한 ‘2014 방지 우선순위 조사(Preventive Priorities Survey 2014)’ 보고서에서 2014년 최우선으로 억지해야 할 10대 글로벌 현안을 열거했다. CFR가 매년 발간하는 이 보고서는 1,200여명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 학자 등을 상대로 향후 12개월간 새로 발생하거나 상황이 악화할 수 있는 위기나 분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우려되는 ‘1등급(Tier 1)’ 위협으로는 북한위기를 비롯해 시리아 내전 악화, 아프간 폭력사태 확대 및 불안정, 요르단 정정 불안 가중, 미국 본토나 동맹에 대한 테러공격, 미국내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대(對)이란 군사공격 위협, 파키스탄 정정 불안, 이라크 내전,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의 세력 확장 등이 꼽혔다. 특히 이 가운데 북한위기의 경우 발생가능성은 중간(moderate) 정도이나 충격은 높은(high) 수준의 5대 안보위협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최우선 억지 대상’으로 평가됐다.
그리고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2013년 12월 4일 ‘2013년 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북한 권력체제 조정과정에서 불안정성과 공포 분위기가 생성되고 있으며, 이는 대남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우리는 국지도발과 전면전에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진 장관은 지난 12월 17일 주요지휘관과 가진 긴급화상회의를 통해 북한이 내년(2014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이 남북은 서로의 의도를 알지 못한 채 설전(舌戰)만 주고받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자칫 서로 잘못 판단하여 전쟁이라고 발생한다면 우리 민족은 공멸을 맞을 것이다. 국민은 마냥 불안하다. 따라서 정부는 서둘러 북한과 군사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전달하고 북측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보다 좋은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6·25전쟁 중에도 교전 쌍방은 수시로 회담했다. 한반도는 아직도 휴전 중이다. 그런데 남북간 장성급(소장) 회담은 제7차(2007.12)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군사 실무회담(대령)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2010년 9월(제38차)과 2011년 2월(제39차)에 개최된 것이 마지막이다. 이런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군사당국(남-북, 유엔사-북한)간의 회담은 필요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가 먼저 제의해야 한다. 응하지 않으면 재차 제의하고 주도권을 잡아나가야 한다. 지금 국민은 남북 대화를 원하고 있다. 정부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한다. (konas.net)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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