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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먼 政爭에 내팽개쳐진 올 한 해 서민 경제/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1. 29. 10:51

[사설] 눈먼 政爭에 내팽개쳐진 올 한 해 서민 경제

 

 

입력 : 2013.11.29 03:03

 
올해 거시 경제지표는 꾸준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에서 벗어나 2분기와 3분기에는 전(前) 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했다. 10월 경상수지는 95억1000만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90억달러로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취업자 숫자도 10월까지 3개월 연속 40만명 이상 늘어났고 실업률은 2%대로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취임 첫해 경제 성적이 좋아 보이는 건 여기까지다. 우리 주변에서 형편이 나아졌다는 말을 들을 수 없다. 오히려 "된 일도 없고 될 일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회사가 늘고 있고, 은행과 증권회사들은 본격적으로 점포 축소에 들어갔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소비 지출은 5분기 내리 감소세다. 미래가 불안해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여전히 전셋값 폭등과 가계 부채 급증에 따른 은행 대출금 상환 부담에 짓눌려 살고 있다. 대졸자들이 그래도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거시 경제지표는 올라간다는데 시민들의 생활과 삶의 의욕은 내려가고 있다.

기업들의 올해 경영 실적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10대 그룹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 줄어들었다. 삼성그룹까지도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계열사들은 영업이익이 크게 줄거나 적자를 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대기업도 대기업 나름이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몇몇 소수 대기업이 경제지표를 밀어올리고 있을 뿐 국민 대다수가 월급 받으며 일하고 있는 기업들은 다 힘들어하고 있다. 웅진·STX·동양그룹이 무너진 데 이어 다른 중견그룹들의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연초부터 엄포를 쏟아내며 경제 민주화 입법 경쟁을 벌여 기업 의욕만 떨어뜨렸다. 환경·노동 분야의 규제도 늘어났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세수(稅收) 부족을 메우겠다며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니 기업이 투자를 늘릴 리 없고 투자가 늘지 않으니 좋은 일자리와 돈벌이가 생겨날 리도 없다. 국민 대다수가 어렵다고 하는 게 그냥 습관적으로 내뱉는 엄살이 아니다.

정부가 불황 타개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민의 눈에는 경제팀은 오로지 대선 복지 공약을 지키기 위한 재원 조달에만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경기 침체로 세금이 계획보다 10조원 이상 덜 걷히는 상황이 돼서야 뒤늦게 경기 부양책과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세무조사와 규제를 강화하는 식의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러니 경기 진작책인들 효과를 낼 리 만무하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國政) 지지율은 한때 70%에 육박하며 대선 득표율(52%)보다 훨씬 높았다. 국민의 지지는 입법과 정책 수행으로 그 힘이 전환될 때만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이런 대통령 지지도를 노무현·김정일 회담록과 국정원 댓글을 둘러싼 정쟁(政爭)에 소진하고 말았다. 경제팀 역시 적극적으로 그 힘을 살리려 노력하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조차 "경제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하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어느 나라나 대통령 임기 첫해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바꿀 것은 바꾸고, 밀고 나갈 것은 밀고 나가면서 경제의 틀을 새로 짜는 데 치중하는 법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우리 경제의 틀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고, 공기업 개혁과 예산 지출 혁신 같은 어려운 과제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취임 첫해와 달라질 수밖에 없는 내년 이후에 정부가 이런 개혁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야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야당 역시 작년 대선 때 여당과 별 차이가 없는 경제 민주화·복지·성장·일자리 공약을 수백 개 내놨다. 그러나 야당은 올해 내내 정치적 현안만을 앞세워 국회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을 뿐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데는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 해야 할 숙제를 내일로 미룬다고 해서 숙제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올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바람에 우리 경제는 내년에 더 큰 짐을 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무기력·무관심·무책임이 계속된다면 세계경제에 다시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때 우리 경제가 어디로 휘말려 날아가게 될지 모른다. 올해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낸다지만 서민들의 가계부와 마음은 적자(赤字)인 채 세모(歲暮)로 밀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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