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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그랜드힐튼 호텔에 마련된 남북당국회담장이 철거되고 있다. 이날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은 지난 11일 수석대표 '격(格)'을 놓고 대립하던 끝에 무산됐다. ⓒ 연합뉴스 |
남북 당국회담에 나설 수석대표의 ‘격’을 구실삼아 회담 자체를 무산시킨 북한은 애초 이번 회담 제의를 개성
공단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근혜정부 초기 북한이 억지주장을 펴면서 개성공단을 폐쇄시킨 까닭도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데 다목적용
카드를 쥐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12일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이번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회담을 제기한 배경에 한·미·중 3국의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와중에 수세에 몰리지 않기 위한 것도 있지만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결국 포기하도록 만들려는 술수”라고 말했다.
즉,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기를 맞춰서 대외적으로 평화 메시지를 보내 세계 여론을 잠재워보려는 목적과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남북관계에서 가장 현안일 수 있는 개성공단 문제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나가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도 폐쇄하지 않았던 개성공단을 새 정부 들어 전격 폐쇄시킨 것은 앞으로 개성공단을 대남전략의 중요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사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시킨 과정을 지켜볼 때 남한과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한은 개성공단에 대해 남과 북을 연결시켜주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왔지만 북한은 수많은
중국 투자자들에게 해오던 관습을 개성공단에 그대로 적용시켰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선 개성공단 내
설비는 수개월만 지나도 녹이 슬어 사용하기 힘들어지고 무엇보다 북한에 개성공단을 운용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소식통은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될 경우 북한은 평양에 있는 모란, 경흥 등 피복공장과 신발공장은 물론 신의주까지 설비를 옮겨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북한으로선 이참에 오래된 설비를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북한이 개성공단을 자체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을 남한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북한에서 일반 주민들이 사용할 전기는 없어도 개성공단 정도를 가동시킬 전기는 충분하다”고 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차지하면
시설, 공장 내 설비는 물론 원·
부자재에다 200여대에 달하는
버스까지 소유하는 실리를 취하게 된다. 게다가 북한은 개성공단을 앞으로 박근혜정부에 대응할 전략적인 카드로 활용해나갈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분석이다.
개성공단 폐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와 기업의
갈등은 물론 여당과 야당의 대립과 여론 분열까지 조장할 수 있어 북한으로선 ‘남남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개성공단 문제 등을 의제로 삼아 12일부터 1박2일동안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자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회의론마저 거론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식통은 “이번 남북 당국회담에 북한의 진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회담 대표단의 수석대표로 내세운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이전의 내각책임참사보다도 격이 더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중앙기관은 경공업성, 노동성, 외무성과 같은 ‘성(省)’으로 구성돼 있고 그 성의 책임자를 ‘상(相)’이라고 부른다. ‘상’은 우리의 장관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앞서 실무접촉에선 ‘상급’으로 내보내겠다고 약속한 뒤 실제로 조평통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소식통은 “북한의 조평통은 비상
설기구에 해당한다. 정권기관이 아닌 당 외곽기관으로 한국의
NGO에 견줄 만하다”고 평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회담 대표단의 수석대표로 사실상 격이 맞지 않는 조평통 국장을 내세울 때부터 남북회담을 결렬시킬 의도를 내포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나온 만큼 이번 남북 당국회담에서 북한의 핵폐기 문제가 거론될 것을 예상해 그저 ‘대화에 응했다’는 식의 성의만 표하는 선에서 끝내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이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