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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권 연대' 축하하고 곧장 평양 가 '김일성 장군 노래'/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4. 7. 20:02

 

입력 : 2012.04.06 23:07 | 수정 : 2012.04.06 23:12

 

어제 아침 조선일보 A5면에 이마가 벗겨지고 안경을 쓴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붉은 목도리를 두르고 민주·진보당 야권 연대 공동 선언 행사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그의 앞줄엔 한명숙 민주당 대표, 이정희·유시민 진보당 공동대표와 진보·좌파 진영의 대부(代父) 역할을 하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앉아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이 인물은 열하루 전, 파리의 개선문보다 몇배 크게 김일성 생전에 지은 평양 개선문 앞에 서서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 장군님"이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르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노수희 바로 그 사람이었다.

야권 연대 공동 선언 행사는 3월 13일 민주·진보당 수뇌부와 작년 7월부터 야권 연대를 촉구하고 지원해온 진보 재야 인사 그룹인 이른바 '원탁회의' 멤버가 자리를 함께해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노수희는 이 행사 열하루 후인 3월 24일 평양으로 가 바로 김일성광장의 김정일 초상화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란 글귀가 적힌 조화를 바쳤다. 26일엔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찾아가 "(김정일 위원장의) 국상(國喪) 중에 반인륜적 만행을 자행한 이명박 정권 대신 조국 인민의 사과를 만경대에 정중히 드린다"라고 썼다.

서울과 평양에서 찍은 두 사진을 본 국민은 당연히 노수희란 인물이 야권 연대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맡았으며 그의 실제 방북 목적이 무엇이었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노수희가 '원탁회의' 멤버인지 아닌지, 그가 두 당과 맺어온 관계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휘하 대남 혁명 기구인 반제민전(反帝民戰)이 올 신년 사설에서 '진보 세력의 대단합을 높은 수준에서 이룩함으로써 총선과 대선에서 역적 패당들에게 결정적 패배를 안겨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집요하게 야권 단일화를 촉구해왔기 때문에 궁금증은 불안으로까지 번져간다. 범민련은 남쪽 종북(從北) 단체의 우두머리 격이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노씨의 북한 행적에 대해 열흘째 논평하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노씨 문제가 이슈화되는 걸 원치 않아서일 것이다. 두 당이 총선 승리는 물론이고 12월 대선에서 정권을 차지하겠다면서 국민의 불안과 의구심을 모른 체하며 입을 닫고 있으려면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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