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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합의 벌써 뒤집나/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3. 18. 11:04

 

입력 : 2012.03.16 23:32 | 수정 : 2012.03.16 23:35

 

북한은 16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일성 출생 100주년(4월 15일)을 맞는 내달 12일부터 16일 사이에 "지구 관측 위성 광명성 3호를 평북 철산군 서해 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1998년 광명성 1호란 위성을 쏜다며 대포동 미사일 1호를, 2006년과 2009년엔 광명성 2호를 쏜다며 대포동 미사일 2호를 각각 발사했기 때문에 이번에 이전보다 사거리를 늘린 미사일을 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발사된 대포동 1호는 일본 열도를 넘어 1620㎞를 날아갔고 대포동 2호는 2006년엔 실패, 2009년엔 3200㎞가량 날아가 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 발표는 핵실험과 함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일시 유예하기로 한 지난달 23~24일 베이징 미·북 합의를 한 달도 안 돼 깔아뭉갠 것이다. 북한은 이 베이징 합의를 계기로 잠시 싹텄던,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과거보다 유연해져 핵 교착 상태에 구멍이 뚫릴지 모른다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은 1998년부터 평화적 우주 이용 권리를 주장하며 인공위성을 쏜 것뿐이라고 해왔고 이번에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06년엔 미사일 발사 석 달 뒤, 2009년엔 미사일 발사 한 달 뒤에 각각 핵실험을 해 발사 미사일들이 실제론 핵탄두를 실어 나르기 위한 것임을 스스로 폭로했다.

북한 관제 언론들은 김정은이 2009년 미사일 발사 시 김정일과 함께 발사장을 찾아가 "적들이 요격으로 나오면 진짜 전쟁을 하자고 결심하고 왔다"고 말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런 보도와 함께 김정은이 실질적 대관식(戴冠式)을 가질 김일성 생일 100년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발표를 묶어 보면 김정은 시대에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생각이 아예 없는 듯하다.

그런 핵에 대한 집착을 떨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북한이 미국과 합의문을 발표한 지 보름 만에 이 같은 도발을 하고 나선 건 불길(不吉)한 조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과 대화 계획을 서둘러 접은 걸 벌써 잊은 모양이다. 미국은 북한이 1998년과 2006년 미사일을 발사했을 땐 적극 협상에 나섰으나 이후 번번이 약속을 어기는 북한에 대한 한 자락 신뢰조차 접어버렸다. 이 상황에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김정일 시대의 실책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무엇을 노리고 가까스로 마련된 미국과의 대화의 장을 발로 걷어차는 건지 그 권력 내부 구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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