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21 23:18
-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그런데 장·노년층이 트위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조사에서 미국 50대 이상의 트위터 이용률은 11%였지만, 우리나라 50대 이상은 0.5%에 불과했다. 디지털 선진국인 한국에서 장·노년층이 트위터를 외면하는 것은 끼리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극단적인 의견이 득세하는 '집단 극화(極化)'에 대한 거부감이 한몫하고 있다. SNS 분석업체인 소셜메트릭스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선 전 한 달 동안 트위터에선 과거에 일본 자위대 행사에 갔다가 돌아온 나경원 후보를 비아냥하는 '자위녀' '나자위'란 성희롱적인 별칭이 1만4163번이나 언급됐다. 이 기간 동안 3분에 한 번꼴로 올라온 셈이다. '소통(疏通)의 도구'인 트위터가 여럿이 무리를 지어 특정인을 조롱하는 '불통(不通)의 도구'로 변신한다면 점잖은 장·노년층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트위터가 청년층 투표율을 끌어올려서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트위터 파워론(論)'도 꼬박꼬박 열심히 투표를 해온 장·노년층을 짜증 나게 한다. 선관위가 지난 10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를 통한 폭발적인 투표 독려 때문에 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알려진 4·27 분당을(乙) 보선의 연령별 투표율은 30대 이하 35.9%, 40대 50.3%, 50대 이상 65.1%였다. 트위터가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전인 2008년 총선의 전국 평균 30대 이하 32.2%, 40대 47.9%, 50대 이상 63.1%와 비교하면 20~40대의 투표율이 두드러지게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선은 연령별 투표율을 조사하지 않았지만 지역적 특성으로 볼 때 분당을 보선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트위터의 영향력은 지나치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장 보선은 트위터가 없었더라도 50대와 60대 이상에서 각각 43%와 30%에 이르는 야권 지지표(票)가 20~40대의 몰표와 결합해서 승부를 가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도 "트위터는 젊은층의 여론을 보여줄 뿐 그 자체가 승패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트위터 기반 정당 추진' '트위터 전사(戰士) 양병(養兵)' 등 '트위터 정치'에 과도하게 몰두한다면 장·노년층의 소외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침묵하는 표심(票心)'이 다가올 선거에서 똘똘 뭉칠 경우엔 그 파괴력이 상상 이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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