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 7가지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아버지 세대는 60세 인생을 설계했지만, 우리들은 80세를 기준으로 인생을 재편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80년이라는 인생의 트랙을 달리는 동안 속도를 줄이고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은 40세 전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중년의 위기를 통과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40세를 고비로 직업적 폐경기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전업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거액의 퇴직금, 즉 노후자금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따라서 중간점검을 통해 남은 인생의 대단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포스트 마흔'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후대책은 노후자금의 준비다.
하지만 돈만으로 행복한 노후 준비가 백퍼센트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을 지키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노년에 닥칠 상실감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서적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목적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돕고자 그 방법들을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정리하면서 죽음에 대한 준비도 함께 실었다.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잘 살 것인가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멋진 후반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Chapter 1 건강
부자가 되려면 우선 건강을 유지하라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병수발을 받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 은퇴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70세 이상의 노인 가운데 병수발을 받는 기간이 평균 5~6 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수발을 들어줄 가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구조의 변화 등으로 유료 간병서비스에 기댈 수 밖에 없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의 경우 너싱 홈(nursing home)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달에 1백만원~2백만원 수준이다.
어차피 나이가 들면 몸에 조금씩 이상이 생기고 질병에 걸리기 쉽다.
(너싱 홈 (Nursing Home) : 치매·중풍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을 위한 전문 요양시설을 말한다. 병원과 가정의 중간형태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시설이다. 생활수준 향상과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돼 세계적으로 노인인구가 늘고 있고,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 또한 늘고 있는 추세 속에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2022년에는 14%에 이르고 2032년에는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간병 필요자금은 보험가입 등을 통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또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길들여 노화를 늦춰야 한다. 우리 몸은 매일하는 생각과 행동의 축적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 장수과학 종합연구소에서 쥐를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쥐를 네 그룹으로 나누어, 쳇바퀴로 운동하는 환경, 미로게임으로 학습하는 환경, 놀잇감이 있는 환경,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각각 넣어 두었다. 그리고 일정기간이 지난 뒤, 쥐의 뇌세포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관찰했다.
뇌의 측두엽 안쪽에 위치한 해마를 관찰했더니 각 그룹의 신경간 세포가 각각 다르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먼저 뇌세포가 거의 증가하지 않은 그룹은 아무런 자극이 없는 환경의 쥐들이었다.
그리고 세포가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놀랍게도 학습환경이 아닌, 운동환경 속의 쥐들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생긴 세포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이 경우에도 운동그룹의 뇌세포가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독일의 의학전문기자인 베르트 에가트너(Bert Ehagartner)는 저서『살아가는 법칙』에서 행복하고 오래 살 수 있는 7가지 조건을 얘기했는데 이 가운데 ‘엉덩이를 흔들면서 살아라'란 얘기를 했다.
이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라'는 얘기이다. 적당한 운동으로 근육을 움직이는 것을 통해 우리 몸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노화란 몸의 항상성이 흐트러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운동을 통해 이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로가 쌓이면 질병으로 발전한다. 피로를 푸는데도 역시 운동이 도움이 된다.
몸이 피곤할 때 가볍게 체조를 하면 피로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이는 운동을 통해 몸의 항상성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를 막아라.
호흡과정에서 몸속으로 들어간 산소가 산화과정에 이용되면서 여러 대사과정에서 생성되어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력이 강한 산소. 유해산소라고도 한다.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와는 완전히 다르게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산소이다. 환경오염과 화학물질, 자외선, 혈액순환장애, 스트레스 등으로 산소가 과잉생산된 것이다. 이렇게 과잉생산된 활성산소는 사람 몸속에서 산화작용을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세포막, DNA, 그 외의 모든 세포 구조가 손상당하고 손상의 범위에 따라 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변질된다.
이와 함께 몸속의 여러 아미노산을 산화시켜 단백질의 기능 저하도 가져온다. 그리고 핵산을 손상시켜 핵산 염기의 변형과 유리, 결합의 절단, 당의 산화분해 등을 일으켜 돌연변이나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어 각종 질병과 노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나쁜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병원체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생체방어과정에서 산소·과산화수소와 같은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들의 강한 살균작용으로 병원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도 한다.
현대인의 질병 중 약 90%가 활성산소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구체적으로 그러한 질병에는 암·동맥경화증·당뇨병·뇌졸중·심근경색증·간염·신장염·아토피·파킨슨병, 자외선과 방사선에 의한 질병 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몸속의 활성산소를 없애주면 된다.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물질인 항산화물에는 비타민E·비타민C·요산·빌리루빈·글루타티온·카로틴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항산화물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섭취하면 큰 효과가 있다.
장수하는 동물로 대표적인 것이 학과 거북이다.
이들에게 야생동물의 민첩성이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논 한 가운데 한 발을 들어올린 채 먼발치를 바라보고 있는 학이나, 딱딱한 등껍질 속에 몸을 숨기고 느릿느릿 모래사장을 기어다니는 거북이는 모두 슬로 템포이다.
이 슬로 템포야말로 노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활성산소는 우리가 호흡을 하고 음식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체내의 폐기물이다. 이 활성산소가 체내를 돌아다니면서 건강한 세포를 공격해 질병을 일으키고 노화를 재촉한다. 또 DNA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활성산소 억제를 위해서는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카테킨, 베타카로틴 등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은 대표적인 항산화물질로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 플라보노이드는 포도주, 차, 과일, 채소 그리고 특히 아몬드 껍질에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붉은 와인에는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녹차에는 카테킨이 풍부하므로 녹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베타카로틴은 늙은 호박에 풍부하며 늙은 호박에는 비타민C와 E도 풍부하다.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것도 노화방지에 좋다. 다만 육류 대신 생선에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생선을 많이 섭취하는 일본인들은 동맥경화나 심혈관 질환이 적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물을 마시는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물분자는 세포 크기의 두 배 정도여서 그냥은 세포 내로 침투되지 않는다. 따라서 물을 씹어 먹듯이 섭취하면 세포를 쉽게 통과한다.
노화예방에는 삼림욕도 효과적이다. 스님들이 젊고 장수하는 이유는 나뭇잎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 덕분이다. 피톤치드에는 살균효과가 있어서 질병예방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피톤치드는 휘발성 물질로 바람이 불면 없어진다.
따라서 삼림욕을 할 때는 바람이 잔잔한 날을 택하되, 피톤치드가 충만한 오전10~12시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밥이 보약이다.
요즘 함께 먹는 밥상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혼자 먹다보면 제대로 차려 먹는 것이 귀찮아지고 간단하게 해결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해결하게 되고, 비만, 성인병 등이 발생하게 된다.
쌀로 지은 밥은 탄수화물 가운데 가장 살이 찌지 않는 종류이다.
빵이나 면류는 곡물을 빻아 만드는 반면, 쌀은 곡물 형태 그대로 섭취하므로 소화에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식후에도 혈당이 금방 올라가지 않는다.
한국 음식의 대표 조미료인 된장에는 두뇌활동을 향상시키고 노화를 막는 레시틴이 풍부하다. 된장의 원료인 콩에는 글루타민산도 풍부한 데 이 역시 머리 움직임을 활발하게 한다. 따라서 된장을 잘 먹기만 해도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쑥은 대표적인 장수식품이다. 쑥에 들어있는 녹색의 클로로필에는 정혈, 살균, 혈행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쑥은 바이러스를 몰아내는 성분도 있어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청국장도 대표적인 노화방지 식품이다.
항균작용과 해독작용이 뛰어나 장을 보호해 주며, 혈전을 녹이는 작용을 하여 심근경색, 뇌혈전 등을 예방한다. 또한 당뇨에 걸리면 흡수하기 힘든 비타민 B2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당뇨에도 도움이 된다.
칼로리를 제한하라.
히노하라 시게아카 옹은 94세의 현역의사이다.
그는 평생 250권이 넘는 책을 써낸 대단한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의 하루 일과는 젊은 사람에게도 힘겨운 강행군의 연속이다.
‘저팬파운데이션'이라는 공익단체의 이사를 역임하면서 사회적인 활동을 많이 한다. 무엇보다 그는 도저히 90 대로 보이지 않는다. 고작 60 대 후반이나 70 대 초반 밖에 안돼 보인다.
나는 그에게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어보았다.
그는 하루 1,300 칼로리 밖에 섭취하지 않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아침에는 야채와 오일 등을 먹고, 점심은 우유 한 컵이 고작이며, 저녁에만 제대로 식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칼로리 제한 식단은 젊어서부터 시작한 습관이라고 했다.
음식물이 에너지, 즉 칼로리로 바뀌는 과정이 천천히 일어나면 활성산소 역시 적게 나온다. 또한 음식물이 적게 들어오면 우리 몸은 위기를 느끼고 음식물을 아껴 쓰려는 쪽으로 반응을 하게 된다.
즉 몸이 위기를 맞으면 에너지를 만들고 이를 회복하려는 세포의 효율이 높아진다.
이런 기제 때문에 칼로리 제한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장수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피하지 마라.
스트레스는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질병의 70%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는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데 크게 기여하는 내추럴 킬러세포(NK 세포, 림파구의 일종)의 수치를 떨어뜨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낮춘다고 한다. 문제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는 없으므로 결국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많은 자극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100세 장수자 가운데 기억력이 밝고 명석한 사람들을 보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집안 대소사나 동네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아내고,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낙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적당한 자극은 정신적 노화를 늦추는 데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활어를 바다에서 횟집으로 운송하는 경우에 활어만을 실어오면 도중에 죽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저장탱크 안에 천적을 풀어놓으면 죽는 활어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비타민 B,C,E 를 먹는데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비타민이 있다. 바로 비타민 S이다. 비타민 S는 웃음(Smile) 이다.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한 한 방법으로는 재미있는 상황을 생각하여 억지로 웃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미역, 김, 다시마 등의 해조류나 멸치, 콩, 연근, 버섯, 우유, 치즈 등 칼슘이 많이 든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칼슘은 정신 안정에 효과가 높다.
금연과 적절한 음주가 필요하다.
"금연을 하고도 일찍 죽는가 하면, 하루에 한 두갑을 피우고도 장수하는 경우도 많다." 라고 주장하며, 담배를 피워 무는 골초들을 많이 본다. 물론 장수 노인 가운데 흡연을 즐기는 사람이 제법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담배는 곡물과 채식을 위주로 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독이 되지 않지만 육식을 주로 하는 식사습관에서는 아주 나쁘다는 사실이다. 장수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고기반찬을 아주 드물게 먹었던 채식주의자들이다.
건강 대국 일본에서는 이상하게도 흡연에 있어서만은 한국보다 너그럽다.
일본인들은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워댄다.
한번은 신칸센의 흡연칸에 탔다가 질식할 뻔했다.
그런 일본에서 최근 담배에 관한 규정이 새로 생겨났다.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괜찮은데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된 이유는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면 담뱃재나 연기가 날려 지나가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담배를 걸으면서 피우면 니코틴과 타르의 흡수량이 훨씬 많아진다. 걸을 때는 폐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말단의 세포까지 활동하게 된다. 따라서 니코틴의 흡수를 억제하려면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그만두는 게 좋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은 평소에 물을 많이 마셔 유해물질을 배뇨시키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씩 복식호흡을 하면 담배로 인한 산소결핍을 보충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담배는 끊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는가.
몸에 나쁘기는 술도 마찬가지다. 술은 속성상 정도가 넘게 마시게 마련이다. 적당한 음주는 기분과 식욕을 돋우어 주고 혈액순환에도 좋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건강 뿐 아니라 온갖 화를 불러온다.. 따라서 피해를 줄이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꼭 술을 마셔야 할 경우라면 미리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어야 한다. 당분은 간에 영양을 공급하여 알코올을 분해하는 힘을 더해준다.
Chapter 2 노후자금
노후자금 계획표를 세워라
2005년 7월 말, 고령화의 문제점과 대책을 조사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다.
조사 결과 독일은 1990년 통독 이후, 동독을 부양하기 위해 많은 재정지출을 한 데다, 늘어나는 연금, 노인들의 의료비를 감당하느라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게다가 소득 없는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연금은 물가를 따라잡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스웨덴도 재정적자를 겪으면서 75 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신장투석술을 의료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러한 조치에는 노인은 더 이상 사회에 기여할 시간이 없다는 냉정한 계산이 담겨있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노후준비를 위해 자신의 수익과 정년 이후 소요될 자금을 미리 따져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노후의 기본생활비로 연간 1,536 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헬스센터에서 한 종목을 매월 수강하고, 일년에 한번 국내여행을 하고, 한달에 한번 정도 영화관람이나 외식을 하고 싶다면, 일년에 928만원의 여유 생활비가 더해진다. 따라서 기본생활비 1,536 만원에 여유생활비 928만원을 더한 2,464 만원이 서민의 연간생활비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5 세에 퇴직한 부부가 20년간 7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2,464 만X 20 년= 4억9,280 만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하다. 한편 해외여행까지 즐기려면 노후자금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이 내용에 자녀 결혼비용 등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우선 국민연금이 있다. 직장인의 경우 생활비의 30% 수준의 금액을 국민연금으로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월평균 소득이 28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40 등급) 월보험료를 22만4천원씩 20 년간 불입했다고 하면, 60세부터 매달 64만7,200 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여기에 배우자가 있는 경우 가급연금액(연18만 4,140 원)을 받게 된다.
개인연금과 2005년 말부터 시행 예정인 기업연금까지 합하면 생활비는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퇴직 후에도 부업을 한다거나, 농촌으로 옮겨 생활한다면 사정은 더욱 달라질 것이다.
만약 노후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경우라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빌려쓰는 ‘역모기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 또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자금 등의 지출을 줄인다면 노년에 한결 여유가 생길 것이다. 사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바로 노인세대들이 겪고 있는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이다.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뒷바라지도 적당히 한다면 노후 준비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연금을 몇 개씩 가입하더라도 현재 생활에서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분명 본말이 전도된 생활일 것이다.
돈은 많이 있건, 적게 있건 부족한 것이 속성이다.
국민연금, 그래도 가장 안전한 노후준비
갈수록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을 타가는 사람들이 많 지면서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를 듣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들에게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설령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이 되더라도 연금은 지급하게 될 것이다. 다만 연금 불입액이 높아지고, 지급액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노후를 위한 금융상품 중 국민연금이 가장 효율적이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연금의 실질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민간연금보험의 최고이율인 6.1% 보다 높은 연8% 내외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 또한 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실질가치가 유지된다. 그런 점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국민연금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가입하게 된다. 따라서 손에 쥐고 있으면 지출할 돈을 장롱에 묻어 둔다는 기분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연금보험은 일찍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30세인 사람과 50세인 사람이 각각 연금에 가입해 60세부터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월 필요저축액은 4배의 차이가 난다. 연금은 장기저축상품이므로 복리이자 1% 의 차이는 엄청난 금액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매년 100만원을 적립하더라도 25년 후에는 9,700 만원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
평생 일할 결심을 하라
노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주말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며, 경제적인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 평생 일을 계속한다고 해서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몇 년간 열심히 일 한 뒤 2~3 년간 휴식과 재교육을 받는 식으로 퇴직과 취업을 반복 할 수 있다.
내 주변에 전직으로 성공한 사람이 몇 있다. 벤처 기업에서 일했던 K씨는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보험회사의 재정설계사로 전직했다. 넓은 인맥이 일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그는 증권투자상담사, 변액보험 판매관리사 등의 자격증을 땄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재테크 상담을 해주면서 일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전직이나 재취업을 할 경우에는 인맥도 필요하다. 추천서나 취업정보를 얻는 일이라도 많은 사람의 도움은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바쁘더라도 고등학교 동창회, 동호회 등의 모임 활동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평소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신용을 잘 지킨 사람만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창업도 인생 후반기를 위한 한 방법이다.. 앞으로의 경제구조는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이다. 거대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불려갈 것이고, 작은 기업들은 특성화, 전문화, 소규모화 될 것이다.
한 사람이 경리에서 홍보, 영업, 핵심업무까지 맡아하는 1인 기업은 어려움도 많지만, 노후에 하기에는 적합한 점도 많다. 내 친구 중에는 일본에서 재활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진 노인들을 위한 가구, 생활용품 등의 디자인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전국의 노인시설을 다니면서 영업을 하고, 주문을 받고, 가구 디자이너와 협의하여 디자인을 결정하고, 가구 제작업체에 생산을 의뢰한다. 그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하다보니 작업량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먹고 살 만큼만 번다면 더 욕심낼 것도 없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맞는 재테크를 터득하라.
얼마 전 대만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인들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가 3시간 동안 계속 접시가 날라져오는 바람에 아주 곤혹스러웠던 일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음식문화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목표한 돈을 모으기까지는 소비를 극도로 제한한다. 옷 한벌로 몇 년을 나며, 가족끼리 외식을 한다는 것은 상상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1억을 목표로 하면 그 돈을 모으기까지는 절제된 생활을 하고, 일단 1억을 모으면 그 돈으로 재테크를 시작한다. 1억원을 모으는데 10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면, 2억원이 되는 것은 3~5 년의 시간이면 족하다. 돈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중국인들 가운데 부자가 되는 사람 중에는 시장 상인들이 적지 않다. 보통의 사람들이 매월 저축을 한다면 그들은 매일 일정액씩 적금을 붓는다. 간혹 매상이 적어 적금액수를 밑도는 날이면 부족한 돈을 빌려서라도 그 액수를 채운다고 한다. 결국 매일 거르지 않고 모으는 미련함이 약삭빠른 재테크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운이 없어 재테크에 실패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단 번에 큰 돈을 벌기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욕심많은 사람들이 쉽게 걸려드는 함정이 바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재테크 방법이다. 재테크를 하는 것은 로또복권을 사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낮은 수익률이라도 조금씩 불리는 데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주택은 자녀에게 물려줄 것이 아니라 내 노후자금이다.
세계에서 역모기지 제도(주택담보 노후연금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에서는 역모기지 제도를 이용하는 고령자가 적지 않다. 2003년 한국에서도 역모기지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인들에게 주택은 한평생 저축하고 땀 흘려 일군 재산이며, 자식들에게 물려 줄 상속품목이다. 이 때문에 노후생활비로 까먹거나, 자식 대신 은행에 넘겨준다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런데 좀더 합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주든 은행에 넘기든 결국 노후보장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이제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식에게 의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역모기지 제도는 노후대책을 위한 마지막 대안이 된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은행이 손해를 보게 되며, 은행이 파산하면 고령자들이 곤경에 처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역모기지제도에서는 이런 위험들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즉 금융기관이 파산 등의 이유로 매달 생활비를 지급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정부보증기관(FHA 보험)이 대신 생활비를 대주게 돼있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금융기관이 손해를 보게 될 경우에도 FHA보험이 초과분을 지불하게 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보호기능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역모기지 제도가 노인들의 자금 마련 방법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후에 어디에서 살 것인가
한국 최초의 유료 실버타운은 1998년 문을 연‘시니어스타워'이다 .이곳의 입주자격은 60 세이상(배우자는55세 이상)이며 입주금은15평형에 1억2천만원, 30평형에 2억3천만원(당시기준)이다. 자기명의로 등기가 가능하며 분양금은 15년 이전에 나갈 경우에는 돌려받지 못한다. 이 밖에 생활비로 1인당 월 33만원(당시기준)을 내게 되는데, 이 비용으로 청소, 세탁서비스와 식사 등을 제공받는다. 당뇨병, 고혈압 등 질환에 따라 개인별 식단이 준비되며, 이불빨래까지 해주기 때문에 생활비가 결코 비싼편은 아니다. 시니어스타워는 자녀들이 찾아오기 쉽고 노인들도 쉽게 나들이를 할 수 있는 도심지에 위치에 있어 더 환영받았다.
요즘에는 전원에 동호인 주택을 짓고 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에 자리잡은 공동주택이 바로 그러한 예다. 이 곳에는 네 동의 건물이 한 울타리 안에 들어서 있다. 50 대 후반의 전문직 부부 4쌍이 살고 있는 이 집은 설계, 건축, 인허가 등의 문제를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갔다. 또한 공동으로 설계, 시공을 하다보니 개인주택보다 비용을 20%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주택은 노년기 주거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짐작하게 한다.
노년기 주거환경을 고려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바로 간병서비스이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불편할 경우 너싱홈을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약간의 장애를 가진 노인들이 소규모의 공동생활을 하는 그룹홈도 시도되고 있다. 그룹홈은 최근 일본에서 급속하게 확산된 주거 형태이다. 이들은 식사나 세탁 등은 스스로 한다는 원칙이지만, 대부분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고, 의료기관과 연계해 왕진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그룹홈은 가정적인 분위기를 갖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입주자 간에 마찰이 생기면 계속 생활하기가 어렵게 되는 단점이 있다.
공동생활을 시작하는데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자기 혼자 누렸던 독립적인 생활방식을 어느 정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누구나 인생주기에 따라 독신생활과 공동생활을 반복하게 된다. 대학진학, 결혼생활, 자녀의 독립 등으로 그것이 반복된다. 독립적인 생활은 건강한 동안에는 문제가 없지만, 병이 나거나 몸이 불편해지면 버티지 못한다.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 옆에서 건네주는 따뜻한 말과 손길이 그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누구나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과 대화할 줄 모르는 독불장군들은 배척당하기 마련이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동생활은 유치원에 들어가 새로 규칙을 익히고 타인을 배려하는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타인과 살아갈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든지, 노년기의 고독을 견딜 냉정을 기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Chapter 3 자녀와의 관계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라.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가 쓴 단편소설 가운데 <주책없는 할머니>란 작품이 있다. 이 소설은, 손자의 눈으로 혼자 사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조그만 인쇄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할머니는 작은 체구에 자기주장도 없고 묵묵히 일만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는 다섯 명의 자식 중 누구와도 살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평생 근검절약으로 살아왔던 삶에서 벗어나 영화관에 드나들고, 이틀에 한 번꼴로 식당에서 외식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나 친지들을 방문하지는 않으면서 공장노동자들이나 여급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한 젊은 여성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웃 마을로 여행을 가거나 부엌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생활한 지 2년 만에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손자는 이렇게 글을 맺었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그녀는 두 가지 생을 산 셈이다. 첫 번째 생은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이었고, 두 번째의 생은 그저 한 여성으로서의 삶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의 억눌린 삶과 짧은 자유의 세월을 맛보았으며, 인생이라는 빵을 마지막 부스러기까지 알뜰하게 챙겨드셨다.”
할머니의 자식들은 내 차지가 될지도 모를 돈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모님이 갖고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빨리 기대를 버리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유산 상속이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부모들도 재산을 무덤에 가기 직전까지 쥐고 있는 것이 안전한 '노(老)테크’임을 깨닫게 되었다 .
부모의 재산은 당신들의 노후생활비와 간병비로 충당될 것으로 보는 것이 현명하다. 부모의 재산을 기대하고 인생 후반기 자금계획을 세운다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부모로부터 유산을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자녀들에게도 유산을 남겨주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자녀가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에 약간의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 더 현명하다.
자녀와 노후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을 찾아라.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노후준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아이들 교육비라고 생각한다. 아직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과외비로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이 나간다. 여기에 해외 어학연수, 유학까지 시켜야 한다면 머리가 지끈거릴 일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하는 자녀에게 용돈을 대주고, 결혼자금, 사업자금까지 대주어야 부모 노릇하는 것이라니 그저 막막할 뿐이다. 모든 것을 자녀에게 쏟고 난 부모들을 기다리는 것은 노년과 빈곤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노후준비와 자녀 교육비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과도한 교육비 투자가 가져오는 가장 나쁜 결과는 자녀와의 유대감 상실이다. 부모는 교육비를 쏟아부은 만큼 자녀에게 그 결과를 기대한다. 부모가 바라는 것은 ‘뛰어난 성적'과 '고소득 직종'이다. 그러나 부모의 헌신으로 전문직을 갖게 된 자녀는 가난한 부모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것은 자녀의 탓이 아니라 그렇게 교육시킨 부모에게 그 원인이 있다.
지위지향적 부모자녀관계에서 아이들이 배운 것은 물질만능주의일 뿐이고, 그 결과 부모에게 결혼비용, 사업자금까지 요구하고도 부모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녀들이 나오는 것이다. 수명은 길어지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면 자원을 양 쪽의 복지를 고려하여 현명하게 배분해서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Chapter 4 배우자와의 관계
나 홀로 보내는 노후, 행복은 없다.
노년의 행복은 배우자와의 원만한 관계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들은 독립적이며 능동적으로 변해간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주위에 자기편이 되어 줄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반면 회사 밖에 몰랐던 남편들은 퇴직과 함께 갑자기 무력한 존재가 돼버린다. 아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자기 속옷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된다.
경제력 상실과 함께 가족이 바라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여전히 가족 위에 군림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년기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정년 이후의 소외감, 분노 등을 아내에게 쏟아냄으로써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남겨지게 되면 평생 함께 살아왔던 타인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주기에서 보면, 빈둥지에 남겨진 두 사람만의 노년은 신혼기와 비슷하다. 신혼기는 서로 개성이 다른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다. 노년기도 마찬가지이지만 오랜 시간 가정에서 또는 직장에서 서로 다른 생활을 해오다보니 이미 멀어져 버린 경우가 많다. 또한 신혼기는 애정으로 넘쳤지만, 노년기에는 살아오면서 실망하고 힘들었던 점이나 원망 등이 쌓여 부정적인 감정을 갖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부부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 불만 등은 가슴 속에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 대화를 많이 하는 부부라면 노년준비를 절반은 한 셈이다.
Chapter 5 사회참여
비로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라.
은퇴를 하고 사회활동의 폭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들어설수록 친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60 대 후반이신 시어머니는 “친구가 영감이나 자식보다 더 좋다"고 하신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30 년 단짝으로 지내신 친구분과 비오는 날이면 함께 부추전을 부쳐먹고, 자식들 문제로 언짢으시면 두 분이 팔짱끼고 이웃 마을로 나들이를 가신다. 시아버지 역시 친구가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그런데 친구들의 부고가 들려올 때마다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늘 같은 사람과 어울리게 되면 편협해지기 쉽고, 결국 혼자만 남겨질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이 필요하다. 종교적인 만남, 동호회를 통한 만남, 동창모임 등을 통해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생활에 생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사귀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인 역할, 가족 내에서의 역할 등을 모두 벗어버리고 나면 내면적인 자아가 남는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 둘을 일치시키려고 한다. 자신이 사회에서 대접 받는 것은 자신의 인격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런 사람일수록 정년퇴직을 하거나 지위가 낮아질 때는 큰 자아상실을 겪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먼저 자기다움을 찾아야 한다. 타인이 정한 가치가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취미생활이나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곳에서는 자연인 막關의 매력이 평가를 받는다. 모임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나 생활의 지혜, 타인에 대한 배려 등 그 사람 본래의 장점들이 주목받고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자원봉사는 노후 행복통장
70대 김노인은 며느리 눈치 때문에 낮에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집 근처의 노인복지관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가 즐겨하는 농담이 있다. “우리 식구에게는 번호가 매겨져 있어.1번이 대학입시 준비하는 손자놈이고, 2번이 며느리, 3번이 강아지, 4번이 집안 가장인 우리 아들이지. 나는 꼴찌 5번이야.”
그의 말처럼 집 식구들은 그가 밖에서 무엇을 했는지, 식사는 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래서 집안 얘기를 할 때면 김노인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기까지 했다. 그러한 그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표정이 달라졌다. 우연한 기회에 복지관이 운영하는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대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몸이 불편하거나 혼자지내는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자신은 그래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노년기는 자기 동일성의 위기를 겪는다는 점에서 사춘기와 비슷하다. 사춘기는 정신과 신체의 불균형 때문에 갈등하게 되는데, 노년기 초입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몸은 늙어 가는 데 마음은 아직 젊은 상태에서 정신과 육체의 괴리 현상 때문에 우울증과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된다. 노인들 가운데 매사가 부정적이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다. 안경이나 신문을 찾지 못하면 누가 만졌느냐면서 화를 내거나 진료실에서 의사가 괜찮다고 하면 무시당했다고 화를 낸다. 이런 모습은 상실감, 자기 정체성의 위기에서 오는 것이다.
자원봉사는 노년기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자원봉사를 통해 퇴직이나 배우자 상실, 자녀의 독립 등 노년기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노인 인구의 절반이 자원봉사를 하고 미국도 40% 이상이 자원봉사를 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전체 노인 인구 가운데 약 6%만이 자원봉사를 하거나 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 노인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낮은 것은, 청소나 가사 도우미 등, 역할이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원봉사를 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자원봉사를 하면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기술도 습득하게 된다. 내 주위에는 나중에 어린이집이나 양로원 등을 방문하여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마술을 배우는 사람이 있다. 또한 친구는 평소 많은 책을 읽으며 희망을 주는 말들을 메모한다. 그리고 최근 카운슬러 자격증까지 땄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노후 행복통장에 확실한 적금을 붓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Chapter 6 취미생활
당신에게 주어진 7만 시간은 축복이다.
7만 시간의 공포에 대비하라.
일본의 민간단체인 ‘시니어 르네상스'의 조사에 따르면, 정년퇴직한 후부터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모두 7만 시간이라고 한다. 60세부터 80세까지, 20 년의 세월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7 만5,200 시간이다. 이 가운데 밥 먹고 잠자는 생리적 시간으로 하루에 14시간을 쓴다고 하면, 총10.5 만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나머지 7만 시간은 온전히 자유시간이다. 이 시간을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 물론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남은 시간은 즐거움을 위한 활동이 중심이 될 것이다. 시간 가는 것을 잊게 할 정도로 즐거우면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유익한 활동은 바로 취미활동이다.
외교관으로 정년퇴직한 K씨는 5년 전 아내와 사별하였다. 요가를 하고 친구들과 등산도 하였지만, 역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젊었을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왔고, 평소 그림에 취미가 있었던 터라 그림을 직접 그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동네 미술학원에서 데생부터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젊은 선생의 지시를 받는 것이 어색했지만 점차 나이를 잊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초상화 전문학원을 찾아갔다. 아내의 얼굴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내친 김에 옛날 사진을 꺼내 친구들의 얼굴을 초상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림을 포장해 친구들에게 보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취미생활을 즐긴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거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년기에 취미를 즐기려면 젊었을 때부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음악 감상도 좋고, 사진도 좋고, 악기연주 등 자신의 미래를 위해 빨리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외국의 노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취미활동으로는 원예, 사교댄스, 도예 등이 있다. 두뇌를 많이 쓰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면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원예나 도예가 좋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삼아야한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뜻밖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한 자연생태 사진작가는 곤충의 세계를 찍기 위해 궁리하다가 근접 촬영술과 적외선 센서를 부착한 고속 접사촬영 기계를 발명했다. 이처럼 취미로 시작한 일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수도 있다.
Chapter 7 죽음준비
행복한 이별을 준비하라.
기승전전(起承轉轉)의 인생을 살아라.
나는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한다.
내가 죽은 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 장례식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그들은 내 초상화 앞에 향을 꽂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상상을 하면 갑자기 적당히 살아온 내 인생을 뒤집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한 코미디언이“인생은 정상에 오른 적도 없는데 어느새 내리막길을 가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인생 후반기는 내리막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점을 40세 전후로 생각한다. 40 세 이후가 내리막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젊은 사람이 자꾸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병적인 일이겠지만, 죽음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삶의 점검이 되고 삶을 충실히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대답은 어떻게 잘 살 것인가로 귀착된다. 보통 죽음준비라고하면 노인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죽음준비는 젊었을 때 해야 한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으로 인해 죽음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준비라고해서 장지를 고르고 장례절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불치병에 걸렸거나 뇌사상태가 됐을 때의 치료방법, 장기기증, 남겨질 가족들의 생활 등 죽음을 맞는 자세를 말한다.
죽음에 대해 준비하고 유언장을 써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며, 삶의 속도를 늦추고 미루었던 일을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면 죽음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이를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대에 오른 배우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연기에 취해 있다가, 어느새 막이 내리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처럼 기승전전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주변정리 - 유언장 쓰기
유언장을 쓰면서 세상에 남길 목록을 정리하다보면 자신이 이미 많이 가진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혹은 남길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더 분발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유언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쓸 것인가. 원래 유언장에 주로 담는 내용은 재산상속과 장례절차 등에 관한 것이다.
재산상속은 많든 적든 유산을 둘러싼 가족의 갈등을 미리 막는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따라서 가족모두를 골고루 배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국의경제전문지월스트리트 저널에 오른 유산상속 가이드를 한 번 살펴보자.
먼저 재산의 구체적 상속계획을 자녀들에게 털어 놓는다. 각 자녀에게 똑같이 나눠 주는 것이 공평하지만, 그동안 각 자녀에게 들어간 돈이 다를 때는 그러한 점을 감안한다. 잘사는 자녀라도 상속에서 제외되면 자신이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재산의 80%를 각 자녀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20%는 긴급사태가 발생한 자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신탁자산으로 남겨둔다. 임종을 앞둔 시기의 치료방법이나 장기기증에 대해서도 의사를 표시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장기기증 증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죽음이란 마지막 나눔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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