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가 출연한 TV 쇼가 방송되는 동안 미국 주요 도시에선 범죄가 한 건도 신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해 4월 미국 가요 톱 100곡 중 1~5위는 비틀스 음악이었다. 몇 달 후 비틀스가 다시 미국 순회 공연을 갔을 때는 그들이 묵었던 호텔 방 이불과 베갯잇, 심지어 목욕물을 사겠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비틀스 미국 공연은 세계가 팝 음악을 통해 하나의 문화권이 됐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5년 후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가 서울에 왔다. 그가 대표곡 '더 영 원스'를 부르는 순간 수많은 꽃송이와 손수건, 선물이 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80년 레이프 개럿 열풍에 이어 92년 뉴키즈온더블록 내한 공연 때는 흥분한 청중이 무대로 몰려드는 바람에 사람이 깔려 죽는 사고까지 있었다.
▶1930년대 조선총독부가 전시(戰時)체제를 이유로 댄스홀 영업을 금지했다. 한국의 대중연예인들은 "서양 어느 문명 도시에든 있는 댄스홀이 조선에만 허락되지 않는 건 통탄할 일"이라며 "서울에 댄스홀을 허하라"고 요구했다. 양식(洋食), 양복(洋服), 양옥(洋屋) 같은 단어에서 보듯 오랫동안 우리에게 '서양'이란 '새롭고 멋진 것'과 동의어였다. 그 서양 문화의 심장과 같은 파리에서, 서양이 고향인 팝 음악을 갖고, 한국의 대중가수들이 '내 자리 내놓으라'고 당당히 소리치고 있다.
[Snapshot] K-POP 인베이전(invasion·침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