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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K팝/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6. 13. 23:03

 

사설·칼럼
만물상

[만물상] 유럽의 K팝

입력 : 2011.06.12 23:30

1964년 2월 영국의 록그룹 비틀스가 첫 미국 공연에 나섰다. "지금은 비틀스 시각으로 오전 6시 30분, 이들은 30분 전 런던을 떠났습니다. 비틀스 주변 온도는 32도(화씨)였습니다." 미국 방송들은 마라톤 중계하듯 이들의 움직임을 전했다. 비틀스는 뉴욕 케네디공항에 도착해 대형 영국 국기를 앞세우고 비행기 트랩을 내렸다.

▶비틀스가 출연한 TV 쇼가 방송되는 동안 미국 주요 도시에선 범죄가 한 건도 신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해 4월 미국 가요 톱 100곡 중 1~5위는 비틀스 음악이었다. 몇 달 후 비틀스가 다시 미국 순회 공연을 갔을 때는 그들이 묵었던 호텔 방 이불과 베갯잇, 심지어 목욕물을 사겠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비틀스 미국 공연은 세계가 팝 음악을 통해 하나의 문화권이 됐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5년 후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가 서울에 왔다. 그가 대표곡 '더 영 원스'를 부르는 순간 수많은 꽃송이와 손수건, 선물이 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80년 레이프 개럿 열풍에 이어 92년 뉴키즈온더블록 내한 공연 때는 흥분한 청중이 무대로 몰려드는 바람에 사람이 깔려 죽는 사고까지 있었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K팝(한국 가요) 그룹들의 파리 첫 공연이 유럽 각지에서 1만4000여명의 젊은이를 불러 모으는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유럽 젊은이들은 태극마크가 박힌 머리띠를 두르고, 한글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한국인도 읊조리기 힘든 랩 가사를 줄줄이 따라 불렀다. 르몽드는 '유럽을 덮친 한류'라는 기사에서 "일본중국에 끼인 것으로만 알려졌던 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 수출로만 알려졌던 나라가 이제 문화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고 썼다. 노래 실력에 더해 뛰어난 춤 솜씨와 외모가 유럽 젊은이를 홀린 힘이라고 한다.

▶1930년대 조선총독부가 전시(戰時)체제를 이유로 댄스홀 영업을 금지했다. 한국의 대중연예인들은 "서양 어느 문명 도시에든 있는 댄스홀이 조선에만 허락되지 않는 건 통탄할 일"이라며 "서울에 댄스홀을 허하라"고 요구했다. 양식(洋食), 양복(洋服), 양옥(洋屋) 같은 단어에서 보듯 오랫동안 우리에게 '서양'이란 '새롭고 멋진 것'과 동의어였다. 그 서양 문화의 심장과 같은 파리에서, 서양이 고향인 팝 음악을 갖고, 한국의 대중가수들이 '내 자리 내놓으라'고 당당히 소리치고 있다.

스냅샷 [Snapshot] K-POP 인베이전(invasion·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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