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넋두리
조용한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스스로 자신이 위선자는 아닐 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40년이 넘도록 함께 살아오고 있는 아내 조차 제대로 사랑을 못하는 지! 결혼 후 지금껏 사랑한다는 말 한 번을 들어보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오고 있다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 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미 다수의 지인들로부터 공처가란 소리를 듣는 가 하면, 처가 쪽 분들은 아내의 속 마음은 저의 느낌과는 다르다고 하면서 아내도 표현을 잘하지 않지만 저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하니 그런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 위안이 될 때도 있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솔직히 점점 더 서운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속으로 백 번을 생각만 하고 지나는 것보다는 정말 가끔이라 하더라도, 왜 표현을 해줄 수 없는 것일 까! 때로는 부모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사람은 끝내 아내의 사랑마져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걸 까 하고, 때로는, 자신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일 까? 하는 생각으로 자책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요즘 스스로 내리고 있는 한 가지 결론은 태어나 제대로 사랑을 못 받으면서, 성장한 탓으로 자신은 애써 아내를 사랑한다고 해도 아내에게는 미흡한 점이 많은 것이 아닌 가 생각합니다. 점점 나이는 들어가는 데, 자식 사랑도, 아내 사랑도 못 받는 처지에 스스로 행복하다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 가 모순적인 것 같고, 기만하고 있는 것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한시도 수분[守分]을 잊지 않은 채 살고 자 노력한 덕분으로, 나름대로는 거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기에 비록, 많은 재물을 얻지 못하였고, 크게 명예나 권력을 가지진 못했어도 이 세상 어느 누구 못지 않게 행복한 사람이고, 복되다 여겼는데, 어쩌면, 이것은 스스로 자신을 속이는 위선이 아닌 가 의문이 됩니다. 자신이 사랑을 못 받았어도 아내와 자식에게는 자신의 전철[前轍]을 밟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솔직히 군생활 시기에는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은 많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에서는 최선을 다 하고 자 노력을 했었는데... 나이 들어 일선에서 물러나 은퇴생활에 접어들고 보니, 회한[悔恨]을 가지진 않는 다고 해도, 왠지 허전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이러한 생각마져도 스스로 잘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