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사건과 관련, 조선일보 11월2일자에 게재된 '전선 지켜야 평화 지킨다' 는 시리즈의 제 기사입니다. 전투기 폭격 문제로 야기된 확전 논란과 관련, 역사의 교훈을 중심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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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線 지켜야 平和 지킨다] '확전(擴戰)' 두려워 머뭇대면 '확전' 못 막는다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1] '1선'에서 막아야 한다
北, NLL이남 해역 포격후 이번엔 우리 땅 직접 공격
다음엔 서울 향해 쏘고 "오발 사고"라 주장할수도…
북한의 분명한 도발엔 정치적 판단 기다리지 않고 즉각 군사 대응하게 해야
적잖은 군사 전문가들은 지난 23일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출격했던 최신예 F-15K 전투기의 회항(回航)을 아쉬워한다. 북(北)이 우리 대응의지를 시험하며 야금야금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노태우·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청와대 국방비서관·국방보좌관을 지냈던 김희상 안보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중장)은 "당시 북한 미그 23 전투기가 떴지만 F-15K의 상대는 못 된다. 만일 공중전이 벌어졌다면 북(北)이 완패하면서 '도발엔 대가가 따른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그러다 전면전이 터지면 어떡하느냐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면전은 우리가 걱정하는 이상으로 북(北)도 겁낸다"고 했다.
군이 전투기 폭격을 포기한 외형상 이유는 '대등한 무기'로 대응해야 한다는 유엔사 교전규칙 때문이었으나 내면적으로는 확전(擴戰)을 우려한 군 최고 수뇌부의 머뭇거림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역사의 교훈을 들어 확전을 우려하면 오히려 확전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2차대전 발발 직전 어떻게든 전쟁만은 피해 보겠다며 히틀러와의 대화에 매달렸던 영국총리 체임벌린의 실패담이 대표적이다.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하려는 야욕을 보이자 체임벌린 총리는 체코슬로바키아 국토의 일부인 수데텐란트를 독일에 떼어주는 것을 대가로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뮌헨협정을 체결했다. 체임벌린 총리는 영국에 귀국해 이 협정을 흔들며 '우리 세대 안에 이제 전쟁은 없다'고 외쳤으나 히틀러는 이듬해 3월엔 체코슬로바키아 전체를 집어삼켰고, 같은 해 9월엔 폴란드를 무력침공해 2차대전을 일으켰다. 작은 대결을 겁내다 더 큰 대결로 번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한 단계씩 도발의 강도를 올리고 있는데 그때마다 '확전이 되면 어쩌나'를 걱정하면 계속 북한에 당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만약 서울에 장사정포 1~2발을 쏴놓고 실수로 오발(誤發)했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 도발→말뿐인 강력대응→북한 추가도발'이라는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자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및 전단 살포 등 대북 심리전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했었다. 북한이 이에 대해 '확성기를 조준 격파 사격을 하겠다'고 하자 확성기 방송은 계속 미뤄졌고 결국 '북 추가도발 시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데까지 물러섰다. 군은 또 북이 서해 NLL(북방한계선) 이남으로 포격을 하면 NLL 북쪽으로 대응사격을 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8월 북이 백령도를 향해 처음으로 NLL 이남 해역에 포격을 가하는 도발을 했음에도 군은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 우리 대응을 시험해본 북의 다음 포격 대상은 바다가 아닌 우리 영토였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로 오랫동안 북한군과 직접 협상해 북한군의 속성을 잘 아는 문성묵 전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은 "북한은 항상 우리의 허점을 찌르고 나오기 때문에 북의 다음 카드가 무엇일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북이 무고한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한 이번 연평도 도발은 우리가 현장에서 즉시 응징해도 국제사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고, 북이 감히 추가도발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방침과 함께 북한의 분명한 도발에 대해선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을 기다리지 말고 현장 지휘관의 군사적인 판단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대통령 지침과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 상충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현장 지휘관은 교전규칙과 작전예규에 보장된 권한은 철저히 행사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종종 워게임(War Game)을 통해 서로 입장이 충돌하거나 오해가 생기는 상황을 예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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