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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 “절판 시간 필요하다”
윤청광 ‘맑고향기롭게’ 본부장은 “스님의 글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기 위해 언제든지 스님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사들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당장 법정 스님 책이 서점가에서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님의 대표 저서인 ‘무소유’를 펴낸 범우사 윤형두 대표는 “스님의 유언을 존중해 당분간 절판을 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도 “일부 출판사와 맺은 법적 계약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기일회’ 등 기존의 법문집 외에 ‘불타 석가모니’, ‘수신결’ 출간을 앞두고 있는 문학의숲 고세규 대표는 “스님 유지가 공식 확인됐으니 따르는 게 맞다.”면서 “절판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 자리가 마련되면 적극적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맑고향기롭게’등을 낸 조화로운삶의 최연순 편집장은 “스님의 뜻을 따라야 하지만 출판사로서도 처리할 일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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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상좌에 10년간 수행전념 당부
출판사들이 법정 스님의 절판 유언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님이 생전에 계약한 출판사들에 해당 저서를 출간할 권리(출판권)가 있기 때문이다. 출판권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면 저작권을 승계받는 사람이라도 일방적으로 그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법정 스님의 책은 상당 수가 계약이 새로 연장된 상태여서 아직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아름다운 마무리’,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은 8∼10년, ‘무소유’는 9년 이상 남아 있다.
박록삼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유언장 전문
<첫 번째 유언장>남기는 말
1.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2. 내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은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아 주십시오.
<두 번째 유언장>상좌들 보아라
1. 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 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보내 주면 고맙겠다. 모두들 스스로 깨닫도록 열과 성을 다해서 거들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미안한 마음 그지 없다. 내가 떠나더라도 마음 속에 있는 스승을 따라 청정수행에 매진하여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드러내길 바란다.(중략)
5. 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없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에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