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사계절.
꽃을 만나기 전
새 소리 먼저 들려오는 봄
봄이 오면 나도
삶을 새롭게
노래하는 새가 되렵니다.
얼음 덮인 침묵 속에 겨울을 견뎌
더욱 맑고 투명해진
나의 사랑을 안고
봄과 같은 가벼움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 주십시오,
해아래 서 있으면
단숨에 불길로 타버릴 것 같은
여름이 오면 나도 불꽃이 되렵니다.
슬픔과 절망 속에
잃어버린 꿈 식어버린 열정
밖으로 불러내어 땀을 흘리다보면
삶은 곧 축복이 될 테지요
웃음이 폭포로 쏟아지는
기쁨을 안고 여름과 같은 뜨거움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푸른 하늘도 살며시 내려와
바람소리에
가슴을 여는 가을이
오면 나도 바람이 되렵니다.
동서남북 세상곳곳
여기저기 달려가서
생명을 불어넣는 바람
바람에 잘 익은 기도를 안고
가을 같은 서늘함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춥고 힘들어도
하얀 눈을 기다리는 겨울
겨울이 오면 나도 눈꽃이 되렵니다.
상처 받아 어둠속에
숨은 이들의 죄를 뉘우치며
눈물로 엎드린 이들 하얗게 덮어주는
위로의 눈꽃
순결함이 빚어낸 지혜를
안고서 겨울 같은 눈부심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 시인 이해인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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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거울은 내 얼굴을 비추어 보이게 하지만,
내 마음의 거울은 평소의 나의 모든 행동을
하나도 빠짐없이 비추어 보이게 합니다.
고요한 가슴에 손을 얹고,
그리고 내 마음의 거울에 내가 지낸
오늘 하루를 자세히 비추어 봅시다.
때 묻은 얼굴이 보입니다.
또 찢어진 옷자락이 보입니다.
일그러진 얼굴,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보입니다.
거울은 무서운 것입니다.
그러나 거울은 있어야 하고 자주 보아야 합니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다시
곱고 단정하게 매만져 봅시다.
우리가 아침에 세수를 하고 나서야
밖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날마다
고요한 저녁 시간에는,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시 깨끗하게 닦아 놓아야 하겠습니다.
요즘 숙녀들은 어디를 가서 앉든지
우선 거울을 꺼내 봅니다.
식당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부지런히 거울을 꺼내 봅니다.
그리고 얼굴을 정성스럽게 매만지는데
그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자주 보고, 자주 닦으니,
그 얼굴들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은
아마 거울을 보는 데서 이루어진 것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 좋은 습관으로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도록 해야 합니다.
하루에 한번만이 아니고, 어디를 가나 앉으나 서나
고요히 내 마음의 거울에 나의 행동, 나의 깊은 생각,
나의 인생을 비쳐보고 부지런히 닦아내야 하겠습니다.
닦지 않으면 빛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인품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주 그 마음의 거울에 자기를 비추어 보고
씻어내고 닦아내지 않으면,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가 될 수 없습니다.
마음의 파괴는
거울의 깨어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무서운 것은
양심이 파괴되는 것입니다.
양심을 잃어버린 다음에는
인격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양심이 깨어진 다음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자기를 찾아낼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기를 차분히 살펴보지 못하고 서두르는 사람은
자기의 마음 속의 거울을 보지 못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거울인 양심이 깨어진 것입니다.
거울이 없이 무엇을 보고
아름다움을 꾸밀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마음의 거울,
양심의 거울을 소중히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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