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體育. 演藝分野

강호동, ‘KBS 연예대상’

鶴山 徐 仁 2009. 12. 27. 17:09

뿌린대로 거둔다고 했다. 지난 26일에 열린 ‘KBS 연예대상’이 그랬다. 이날 수상자들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맺었고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황현희가 우스개소리로 던졌던 “예능에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시상식이었다.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은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1박 2일’은 대상 및 남자 우수상을 배출했고, ‘남자의 자격’은 최고 엔터테인먼트상을 거머쥐었다. 또 ‘천하무적 야구단’은 최고 엔터테인먼트와 베스트 팀워크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야생에서 자고 뛰고 땀흘린 생고생 예능에 대한 화답이었다.

노력한 만큼 받았기 때문일까. 이날 시상식은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참석한 예능 스타 모두가 시상식을 즐겼고 서로가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특별 무대가 펼쳐질 때는 팔짱끼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나 열정적으로 호응을 보내 훈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2009년 ‘KBS 연예대상’의 성과를 살펴봤다. 시청자의 공감을 얻은 수상결과와 한 단계 발전한 스타들의 관전 태도가 갖는 의미를 담았다.

◆ 고생대로 상

고생의 끝에는 낙이 있었다. 올해 KBS연예대상은 예능인들의 노력을 트로피라는 결실로 확인시켜줬다. 힘든 상황도 웃음과 감동으로 극복한 리얼 버라이어티와 살신성인 정신으로 무장한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주역의 수상이 이를 증명했다. 매년 반복된 병폐인 공동수상과 나눠먹기도 없었다.

2009년은 생고생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였다. 하프 마라톤을 해낸 ‘남자의 자격’, 강추위에도 계곡물에 뛰어든 ‘1박 2일’, 사회인 야구단과 당당히 맞선 ‘천하무적 야구단’ 등 출연자들이 진짜 도전하고, 고난을 극복한 프로그램이 공감대를 얻었다. 그리고 이는 김성민, 김태원, 이수근, 강호동, 천하무적야구단의 고른 수상으로 빛을 발했다.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공개코미디의 부활을 이끈 ‘개그콘서트’도 빼어난 활약을 한 출연자와 인기 코너가 상을 받으며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올 한해 가장 많은 유행어를 만든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팀과 개인 부문에 걸쳐 2관왕을 차지했다. 국민 캐릭터 ‘왕비호’ 윤형빈과 백성운 작가까지 수상하며 그간의 고생을 시원하게 날렸다.

이런 수상결과는 해마다 병폐처럼 불거진 공동수상과 나눠먹기가 없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최고 엔터테이너상과 코미디부문 여자 우수상을 빼곤 공동수상이 없었다. 그나마 우수상도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두 주역이 타 공동수상이라 보긴 어려웠다. 또한 신인상, 공로상 등 꼭 필요한 11개 부문에서만 시상해 나눠먹기 논란도 없었다.

◆ 재밌는 특별무대

특별무대도 시상식의 꽃다웠다. 패러디 댄스부터 재치넘치는 콩트까지 오직 연예대상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들이 다채롭게 꾸며졌다. 프로그램 구분없이 시상식 출연자들이함께 호흡을 맞추고, 서로 격려해주고 웃어주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몸개그로 적당히 떼우기보단 오랜 시간에 걸쳐 성의있게 준비한 티가 역력해서 더 좋았다.

’개그콘서트’ 출연자들은 각자 준비한 패러디 댄스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분장실의 강선생님’ 팀은 아브라카다브라의 안무와 춤을 완벽히 소화했다. 신인개그우먼은 2NE1으로 변신했고, 신인개그맨들은 카라와 소녀시대가 됐다. 신봉선과 한민관은 ‘내 귀에 캔디’를 ‘내 귀에 간디’로 소화하며 대머리 분장을 보여 웃음 폭탄을 안겼다.

콩트도 분위기를 확실히 업시켰다. ‘1박 2일’팀은 ‘개콘’의 인기코너 씁쓸한 인생을 재구성해 웃음을 유발했다. ‘개콘-남보원’ 팀은 이윤석, 신봉선, 은지원과 짝을 이뤄 “멘트 하려는 후배에게 자르라고 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박명수 옆에 두고 착한 척 한다” 등 선배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을 겨냥한 촌철살인 멘트로 배꼽을 뒤흔들었다.

’해피투게더’ 팀이 선보인 ‘2009 KBS에 이런일이’도 의미 깊었다. 올 한해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의 감동적인 장면, 웃음을 유발한 장면, 경향 등을 사우나 토크 형식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2009년에 맹활약한 코너와 출연자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이는 개그멘트와 어우러지며 재탕·삼탕 특별무대와 차별화됐다.

◆ 경쟁 이상의 축제

경쟁 이상의 축제다운 모습이었다. 같은 상을 두고 후보자들이 신경전을 펼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주인공인 행사같았다.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 수상 결과가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후보자나 수상자나 서로 축하해주고 축하를 받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팀워크가 돋보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남자의 자격’과 ‘분장실의 강선생님’팀은 멤버가 상을 받을 때마다 흐뭇해했다. 무대 위로 올라가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1박 2일’은 플래카드를 들고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추며 즐거워했고 ‘개그 콘서트’팀은 수상자가 나올 때마다 꽃다발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이런 축제의 분위기는 대상 수상때도 이어졌다. 강호동이 지난해에 이어 2연속 대상을 받자 함께 후보에 올랐던 이경규와 유재석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줬다. 강호동을 부둥켜 안으며 박수를 보냈다. 강호동 역시 두 사람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며 감사해했다. 선의의 경쟁을 한 것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었다.

시상식은 한 해를 돌아보는 거울이다. 노력에 대한 결실을 맺는 곳이다. 그와 동시에 한 해 동안 동고동락한 스타들이 한 자리에서 즐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KBS 연예대상’은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수상 결과보다 시상식, 그 자체에 환호를 보냈고 호응이 따랐다. 모두의 축제로 받아들여지기에 손색 없었다.

스포츠서울닷컴 나지연·서보현기자

200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