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2장에서 50장 사이에는 4명의 족장(族長)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족장사(族長史)라 이른다. 물론 일반적인 족장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족장들의 삶을 통하여 하나님의 구원(救援)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계시(啓示)의 이야기다. 그래서 구원사(救援史)라고도 한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4명의 족장들이다. 이들 4명의 족장들 중에 이삭의 경우는 가장 짧은 기록이 나오고 단조로운 삶을 살았기에 다른 족장들에 비하여 과소평가되기가 쉽다. 그러나 이삭에 대한 짧은 기록이나마 깊이 살펴보면 이삭 역시 아버지 아브라함이나 아들 야곱, 손자 요셉에 비추어 조금도 격(格)이 떨어지지 않는 범상(凡常) 한 인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창세기 26장에서 우리는 이삭의 진가(眞價)를 알 수 있게 된다. 먼저 이삭이 농사를 지어 거부(巨富)가 되었던 이야기부터 나온다.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 그 사람이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되어” 농사짓던 이삭이 여호와께서 복을 주심으로 마침내 거부가 되었다. 여기서 ‘마침내’란 말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마침내’란 말 속에 이삭이 거부가 될 수 있었던 과정(過程)이 담겨 있다. 그냥 쉽게 쉽게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남다른 노력과 인내, 기도와 투자를 거쳐 ‘마침내’ 거부가 될 수 있었던 과정이 포함된 단어이다. 다른 사람들이 놀 때 일하고, 다른 사람들이 낭비할 때 절약하고 다른 사람들이 잠 잘 때 기도하며 살아온 세월이 10년, 20년, 30년 쌓여 마침내 큰 부(富)를 쌓을 수 있었음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 ‘마침내’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부자(富者)들이 적지 않다. 일컬어 졸부(猝富)라 한다. 부동산 투기로 부자가 되거나 정치권력에 줄이 닿아 갑자기 이룬 부이다. 이런 졸부가 많을수록 그 사회는 갈등이 많아지고 혼란이 깊어진다. 이삭의 부는 그런 부가 아니라 평생을 걸고 땀 흘리고 값을 치러 이루어진 부임을 ‘마침내’란 말이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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