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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방북이 '개인적인 봉사활동'이라고?

鶴山 徐 仁 2009. 8. 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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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방북이 '개인적인 봉사활동'이라고?
 


북한 억류 142일 만에 미국으로 돌아간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가 비행기에서 내려 가족들과 포옹하던

모습은 마음을 찡하게 했다.

그들이 쏟아낸 울음과 웃음 속에서 절망과 안도가 생생하게 느껴져서였다.

전직 대통령이 친구 비행기를 빌려타고 사지로 날아가 그들을 구출해온 과정 또한 극적이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미국기자 구출작전은

대통령급 초수퍼스타 정치인이 4명이나 등장한 호화배역의 드라마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2008년 대선 도전자이자 전직 퍼스트레이디인 힐러리클린턴 국무장관,

2000년 민주당 대선후보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냈다.

전직인 클린턴과 고어는 무대 위에 섰고, 현직인 오바마와 힐러리는 무대 뒤에 있었다.

이렇게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했는데도,

오바마 정부는 이번 미국기자 구출작전이 철저하게 클린턴의 '개인적인' 활동이며,

북핵문제 등 미·북 간의 현안과 무관한 '인도주의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퇴임 후 봉사와 자선활동을 해온 전직 대통령이

역시 전직 부통령인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 것에 불과하니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식이다.

사실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전직 대통령이 깜짝 수행한 사실상의 특사역할은

개인적인 활동이 되려야 될 수가 없다. 부인이 현직 국무장관이고,

모든 결정이 정치적인 북한을 상대로 한 활동일 땐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클린턴의 방북을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인도주의적인 활동'으로 포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과 6자회담 참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그리고 미국 국내를 향해,

기자구출 작전이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강경한 제재기조를 유지해왔다.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 외에 미국 단독으로도 추가제재를 추진하면서,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어설픈 비핵화 제스처엔 넘어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클린턴의 방북은 그런 단호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이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전의 강경한 태도가 누그러졌다는 추측도 나올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 클린턴의 방북에 '개인적인 봉사활동'이란 이름표를 달았던 것이다.

20시간 남짓한 북한 체류기간 동안 클린턴이 좀처럼 웃지 않았던 것도

미국의 이 같은 심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데 클린턴도 그 옆에서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면, 미·북 화해무드의 상징으로 해석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미국기자 2명을 북한에 잡아두고 강제노동을 시키면서

미국과 대화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내보내느냐인데,

15년 전 방북으로 미·북 대결국면을 타개하는 데 기여한

카터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클린턴에게 그 임무를 맡길 수 있었으니

최고의 방법으로 어려운 숙제를 푼 셈이다.

미국기자들이 무사히 귀환한 후 오바마 행정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말로 '북핵'과 '클린턴 방북'은 아무 연관이 없는 별개의 사건일까.

국가 간의 '관계'에서 모든 것은 상호적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무리 이번 구출작전이

'개인적인 봉사활동'이라고 강조해도,

북한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과 세 시간 넘게 만나면서 밥만 먹여 보냈을 리는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클린턴의 방북은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 간의 사실상의 첫 만남이다.

앞으로 미국이 미북 관계와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강인선 정치부 차장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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