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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난민' / '난민촌 대한민국'

鶴山 徐 仁 2009. 1. 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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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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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판 PC방인 '넷카페'는 원룸형이고 공동 샤워실과 세탁실도 갖췄다.

  • 몇 년 전부터 집 없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 '넷카페 난민(難民)'이 늘었다.

  • 작년에 일본 정부가 조사해보니 5400명이 넘었고 하루벌이 노동자들이 많았다.

  • 3년 전 패스트푸드점들이 밤샘 영업을 시작하면서는 하룻밤 1만2000원 하는

  • 넷카페 요금도 없어서 햄버거 하나 시켜놓고 엎드려 자는 사람들이 생겼다.

  • '맥(맥도날드) 난민' '햄버거 난민'들이다.

    ▶ '맥 난민'의 원조는 대개 24시간 영업하는 미국 패스트푸드점들이다.

  • 집 없는 노숙자 '홈리스(Homeless)'들이 살림살이 가득 담긴 쇼핑카트를 끌고 와

  • 하룻밤을 보내곤 했다. 요즘엔 집 대출금을 못 갚아 거리로 쫓겨난

  • 멀쩡한 사람들이 찾아든다. 작년에 미국에서 일자리 260만 개가 사라졌다.

  • 최근 오하이오주에만 고리대금업체 1650곳이 새로 열었다.

  • 이 지역 맥도날드·버거킹·웬디스 가게를 합친 수보다 많다.

    ▶ 중국에선 신빈곤층을 '신빈족(新貧族)'으로,

  • 버는 족족 써버려 늘 쪼들리는 사람들을 '월광족(月光族)'으로 부른다.

  • 여기에 '궁망족(窮忙族)'이 가세했다. 황망하게 일하면서도 빈궁함을 면치 못하는

  • 중국판 '워킹 푸어(Working Poor)'들이다. 요즘 상하이나 홍콩 패스트푸드점의 밤은 이들 차지다.

  • 국제노동기구는 "올해 말까지 세계에서 하루 2달러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이

  • 1억4000만 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올겨울 서울에도 '햄버거 난민'이 등장했다. PC방, 찜질방 갈 돈 아끼려

  •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나 콜라 하나 시켜놓고 추위와 밤을 피하는 사람들이다.

  • 첫 버스나 전철을 기다리는 노동자,

  • 손님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식탁 위에 엎어져 선잠을 잔다.

  •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고 한다. 지하도 아무데서나 자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 서울 아침 체감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가 며칠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 한강도 작년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얼었다. 가뜩이나 마음이 추운 새해 벽두, 몸까지 춥다.

  • 추위는 가난한 이들에게 더 혹독하다. 차가운 콜라 두어 번 채워가며 밤 새우는 노숙자,

  • 밤에 산 햄버거 절반을 남겨 아침으로 먹는 노동자들에겐 칼바람이 뼛속까지 후비고 들 것이다.

  • 일본 도쿄도(都)는 작년에 '넷카페 난민' 지원센터를 두고 생활자금도 60만엔씩 대출해준다.

  • 춥고 어두운 시절일수록 그늘진 곳을 더욱 세심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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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홍진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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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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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무엇에 빠져 일가견을 이루었다면서 자극적이고 과장된 주장을 펴는 사람은 어느 나라,

  • 어느 사회에나 있다. 미국에도 인터넷에 단정적인 예언, 그럴듯한 음모론을 펴는 사람들이 있다.

  • 가끔 그런 예언이나 음모론이 적중해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 그렇다 해도 어느 날의 재미있는 얘기, 반짝 화제로 지나간다.

  • 한 사람의 예언이나 음모론이 주가와 환율까지 움직인 나라는 아마도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 인구와 경제 규모가 우리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나라들에도 없는 현상이다.

    앞일을 예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 작년 초에 뉴욕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는 미국 주가가 15000을 넘을 것이라고 했고,

  •  다른 사람은 오바마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초반 탈락할 것이라고 했다.

  • 이런 틀린 예상들을 모아서 발표한 세계적 경제 전문지(誌)

  • 자신도 작년 유가를 배럴당 200달러로 예상했었다. 2008년 말 유가는 40달러 근처였다.

  • 그래도 예측이 필요한 것은 그 근거가 풍부하고 합리적이면 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근거가 없거나 비약과 과장이 심하면 예측이 아니라 예언이다.

  • 예언을 하는 사람은 전문가라고 하지 않고 도사(道士)라고 부른다.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4년제 대학을 안 나왔고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 경제를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다.

  • 그가 쓴 글은 예측이 아니라 예언에 가까웠다.

  • 그 예언이 몇 개 맞았다고 그를 '도사'로 떠받드는 사회 현상과,

  • 그 도사의 한마디에 사람들이 주식을 팔고 달러를 사러 우르르 몰려다니는

  • 이상(異常) 집단 심리가 진짜 문제다.

    세상이 어지러운데 정부가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 제일 크다.

  •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져서 무조건 반대하거나 열광하는 패거리 심리가 횡행하는 것도

  • 이런 현상의 한 이유일 것이다.

  •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너무나 가볍고 깊이가 없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다.

    한국이 헤비급은 못 돼도 미들급 정도는 됐다고 생각해왔다.

  • 엊그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미·일·유럽 차들의 독무대이던 북미 '올해의 차'에 뽑힌 것이나, 

  • LG화학이 GM의 전기자동차에 탑재될 배터리 공급자로

  • 단독 선정된 것은 이제 우리 체급이 미들급은 됐다는 또 한 장의 증명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 이렇게 기계, 전자, 화학 공업에서 정상 근처에까지 오른 나라에서

  • '경제 족집게 도사'가 출현해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는 일이 일어났다.

  • 그 추종자 무리엔 한 TV 방송과 전직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끼어 있었다.

  • 미들급 아니라 플라이급 나라에서도 없는 일이다.

    미네르바 소동은 광우병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에 온 이후

  • 미국 사람들도 광우병 걱정을 조금이라도 하는지 그 흔적을 찾아보려 애를 써보았다.

  • 매년 700만 마리가 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먹는 미국 사회에선

  • '광우병' 걱정은커녕 '광우병'이란 이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 캐나다에선 작년에 광우병 걸린 소가 발견됐는데도 광우병 소동 비슷한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 이들 사회에서도 비합리적인 일은 일어나지만 그것이 결코 사회의 주도적 흐름은 되지 못한다.

  • 한국에서만 중학생들이 광우병 걸려 죽게 됐다며 울고불고 국민의 3분의 2가 광우병 걱정을 했다.

  • 아무리 TV가 거짓 선동을 했다고 해도 세계 최고의 자동차와 배터리를 만드는 나라에서

  • 어떻게 미신이 과학을 이기고, 도사가 군중을 몰고 다니는 일이 가능한 것인지

  •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이제는 또 몇 달도 안 돼 미국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국 사회는 '난민촌'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쓴 책을 보았다. 난민촌은 뿌리 없이 흔들리는 사회다.

  •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쏠림 현상, 확 달아올랐다가 금방 잊어버리는 냄비 현상,

  • 지역과 같은 원시적인 기준으로 편을 갈라 싸우는 패거리 현상도 난민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 난민촌에선 괴질(怪疾)에 대한 자극적 소문이 비정상적으로 증폭되거나 누구를 도사로 떠받드는 것이

  •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난민촌에서 중요한 것은

  • 내일은 또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어와 바람개비를 돌릴 것이냐이다.

  • 그 통에 제네시스와 같은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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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양상훈 워싱턴 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