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은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을 넘긴지 오래고,민생법안은 여야의 정쟁 속에 줄줄이 낮잠을 자고 있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법안 처리 건수는 불과 58건에 그쳤고,7일 현재 계류법안은 2325건이나 된다.무대책·무책임·무소신 등 ‘3무(無) 국회’로 기록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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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책 국회
예산안 처리 공방은 대책 없는 국회의 전형을 보여준다.여야가 경제위기에 따른 여론을 의식해 가까스로 예산안 처리 시기를 ‘오는 12일’로 정하긴 했지만,헌법이 정한 처리 시한인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은 또 다시 무너졌다.10년 만의 정권교체 후 첫 정기국회라는 점이 갈길 바쁜 예산안의 발목을 더 세게 잡았다.
한나라당은 ‘MB노믹스’ 실현을 위한 자산으로,민주당은 대여(對與)견제 수단으로 예산안을 볼모로 삼았다.
당연히 예산안 심사는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국회 기능이 부실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현행 국회 예산심의 기간인 60일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국회운영 제도개선위원장인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기를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책임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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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과 시급한 민생법안을 외면한 무책임한 국회라는 비판도 제기된다.쌀 직불금 파문,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헌법재판소 접촉 공방 등 굵직한 현안이 국회 무대에만 서면 정쟁으로 변질됐다.‘잃어버린 10년’ 공방이 시사하듯 여야간 정쟁은 전·현직 정권의 갈등으로 비화돼 국회를 이념대립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한나라당은 사이버모욕죄 강화와 미디어관련법 개정 등 경제위기 극복에 시급하지 않은 법을 만지작거리는 데 당력을 모았고,민주당은 잦은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한나라당이 민생 살리기 법안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사이버모욕죄 강화 등 ‘정치적 입법’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정부·여당의 콤플렉스가 시민들의 주권을 가로채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소신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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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의 역할과 소신은 뒤로 밀렸다.민생법안 처리가 10일 소집된 임시국회 이후로 밀리면서 서민생활과 직결된 법안들의 무더기 졸속 심사가 불가피하게 됐다.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상대 정당 의원이 서민이나 대학생을 지원해야 할 법안 내용에 동의해 놓고도 상임위만 열리면 정쟁거리를 들고 나오며 법안 심사와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돌변해 버린다.”고 푸념했다.
행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하는 국정감사도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부실하게 진행됐다.불과 20일 동안 478개 피감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제도상 허점도 짚을 수 있다.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지 말고 국익 중심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면서 “입법부에 대한 견제기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구혜영 구동회기자 kooh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