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창세기 12장 첫머리에는 아브라함이 소명(召命)받던 때의 말씀이 나온다. 75세에 이른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이 이르시기를 “너는 네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떠나라”고 하셨다. “떠나가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에크-르캄’이란 단어로 4가지 뜻을 지닌 말이다. 첫 번째는 “스스로 가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혼자서 가라”는 뜻이다. 이들 두 가지 �에 대하여 지금까지 살펴보았다. 오늘은 세 번째 뜻을 살피려고 한다.
‘에크-르캄’이란 말의 세 번째 뜻은 “자기 자신의 본질로 돌아가라”는 뜻을 지닌 동사이다. 자신의 내면세계로 깊이 들어가 자신의 본질(Identity)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평소의 외면적인 세계에 머물러 있던 자신에게서 벗어나 내면적인 세계, “자신의 본질을 찾아 가라”는 뜻이다. 일상 생활속에서 사람들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으로서의 자신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본래적인 자기에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요즘은 불경기가 심하여 우리들 서민들은 하루하루 지나기가 숨가쁠 때가 많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정체성(正體性, Identity)를 깨달아 그에 충실케 되면 안팎으로 닥치는 시련과 곤란을 능히 극복하여 나갈 수 있게 된다. 아브라함에게 “떠나가라” 이르셨던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들에게도 “떠나가라”고 이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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