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라 불리는 새만금 방조제가 2009년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군산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새롭게 조성되는 간척지와 호수의 70% 이상이 '군산 소유'이기 때문이다. 현장을 찾으면 "활용 방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방조제 자체 만으로 엄청난 관광자원이다.
특히 1만 1800㏊에 이르는 호수는 철새의 낙원이 될 뿐 아니라 수상레포츠 등 다양한 즐길거리까지 갖춘 천혜의 위락시설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문동신 군산 시장의 설명을 참고하지 않아도 군산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손색없을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방조제 길이만 무려 33㎞. 이전까지 세계 최장이라던 네덜란드의 주다찌 방조제를 500m나 능가한다. 새만금이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방조제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출발점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군산에서 출발한다면 비응도, 부안이라면 대항리이다. 그래도 새만금 하면 군산이 절대적이다. 새만금으로 인해 관심이 모아지는 비응도를 찾았다.
비응도 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서해안고속국도 동군산IC에서 나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해 서쪽 끝까지 달리면 되는 까닭이다. 6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린 길은 왕래하는 차량도 많지 않아 드라이브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비응도는 군산 항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군산 내항의 기능 상실로 인한 신항만, 이를 받쳐줄 공단(군장국가공단) 조성의 필요성에 인해 간척이 실시됐고, 간척지는 비응도까지 연결되면서 이젠 섬이 아닌 육지가 됐다.
길을 따라 한참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수평선이 아득한 바다, 오른쪽으로는 광활하게 펼쳐진 공단이 펼쳐진다. 방조제 완공으로 조성된 호수와 군장국가공단의 풍경이다.
조금은 이국적인 풍경의 사열을 뚫고 길을 따라 달리면 막다른 곳에 닿는다. 비응도다. 한자로 풀이하면 날아가는 매의 형상을 가진 섬이란 뜻이다. 지금은 간척으로 인해 형체가 변형됐지만 옛 지도를 보면 언뜻 수긍이 가는 형상이다.
비응도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단지 얼마 전 유명 여배우가 출연한 휴대폰 광고에 출연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 그런데 새만큼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간척으로 인해 육지와 연결돼 새로운 관광지로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해안가에 다다르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풍력발전기 10기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제방을 따라 곧추 선 발전기 끝에 매달린 거대한 프로펠러는 끝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향해 나란히 얼굴을 돌린 채 빙글빌글 돌고 있다. 강원 태백의 매봉산, 평창 대관령 등 고지대에서 만나는 풍력발전기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그 옆으로는 작은 해수욕장이 들어서 있다. 100m도 채 되지 않는 이곳은 모래사장이 덩그러니 파도에 노출돼 있었으나 최근 쌓은 듯한 방파제로 인해 파도로부터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듯하다. 다만 서해안 특유의 완만한 경사와 부드러운 모래에 비해 몸을 씻을 만한 시설이 없어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부담스럽다. 해질녘 낙조 포인트로도 제격이다. 방파제 위에 올라서면 섬 끝자락을 타고 서해 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해는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후련하다.
오전에 가면 해수욕장 한켠에 마련된 어판장에서 금어기가 지나 지난 1일부터 잡기 시작한 꽃게 경매를 구경할 수 있다. 여럿이 함께 한다면 중매인을 통한 꽃게 구입도 가능하다. 현지 경매사에 따르면 풍어 조짐이 보여 경매가가 상품 1㎏에 7000~8000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새만금 방조제 조성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비응항도 둘러볼 만하다. 하루 두 차례 유람선을 이용해 선유도를 포함한 고군산 열도를 돌아볼 수 있다. ㈜월명유람선(063-445-5735).
■그밖의 가볼 만한 곳
▲은파관광지
군산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일제가 인근 논에 물을 대기 위해 1931년 미룡동 일대에 미제저수지를 조성했고, 이후 도시 개발로 인해 저수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주변에 산책로가 조성되는 등 행락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고, 1976년 은파유원지로 불리다가 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만남의 광장을 중심으로 호숫가에 조성된 산책로는 6㎞에 이른다. 밤이면 호수를 가로지르는 물빛다리에 조성된 야경이 아름답다.
▲군산 구시가지
일제 강점기 시절 건물이 곳곳에 남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가는 느낌을 들게 한다. 내항 부근에 조성된 군산 개항 100주년 광장을 중심으로 조선은행 군산지점, 나가사키 18은행 군산지점, 구 세관 건물 등이 몰려 있다. 길을 건너면 월명동·신흥동인데, 일본인들이 조성한 마을이다. 국산 최대 포목상이었던 히로쓰가 살던 가옥을 비롯해 수십년 된 건물이 적지 않다. 마을 끝에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가 있다.
▲가는 길=서해안고속국도를 이용, 동군산IC에서 나와 군산-전주 자동차전용도로를 타고 서쪽 끝까지 가면 새만금방조제가 시작되는 비응도에 닿는다. 비응도로 가는 도중 군산대학교 방면으로 빠져나오면 5분 만에 은파관광지로 연결된다. 은파관광지 입구를 지나 계속 직진하면 군산 내항에 이른다. 항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도보로 월명동·신흥동 일대를 돌아보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밤잠마저 빼앗아갈 만큼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 풀 꺾이나 싶더니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지난 주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후 하늘은 여느 때보다 푸르다.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피서객으로 북적이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적당한 날씨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보다 한적한 여행을 원한다면 섬으로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멋진 풍경까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다. 한적함과 비경을 모두 만족시켜줄 곳으로는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에 떠 있는 고군산군도가 첫 손에 꼽힐 만하다. 군도는 여름의 부산함을 치워놓고 차분하게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파도·바람이 빚은 조각 전시장, 고군산군도
원래 이름은 군산이었다. 수평선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마치 작은 산들이 모여 있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후기까지 서해를 방어하는 수군이 주둔했을 만큼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수군 진영이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지면서 고군산군도란 이름을 얻게 됐다.
고군산군도는 모두 6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선유도를 중심으로 타원형을 형성하고 있어 군도 한 가운데 들어서면 마치 큰 호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신안이나 진도의 조도군도 등 전남 서남해안에서는 흔한 풍경이지만 서해 한 가운데 이처럼 많은 섬이 몰려 있는 것이 이채롭다.
섬이 많은 만큼 볼거리도 풍성하다. 군도의 속살까지 모두 돌아보려면 하루 이틀로는 부족하다. 대신 배를 이용한 선상 관광이라면 한나절로도 충분할 듯하다. 군도의 북쪽에는 횡경도·소횡경도·방축도·광대도·명도·보농도·말도 등이 마치 병풍처럼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이 육지였던 먼 옛날 봉우리로 이어진 산줄기였던 듯 싶다.
가장 먼저 횡경도에 다가서면 능선 한 가운데 송곳처럼 솟아오른 바위가 눈에 띈다. 이름은 할배바위다. 선유도 바로 옆 장자도에 있는 할매바위와 한 쌍을 이루는 바위다. 할배바위는 망건을 쓴 채 먼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고, 할매바위는 아이를 업은 형상이 뚜렷하다. 바람난 남편에 실망한 아낙이 돌로 변해 할매바위가 되자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한 남편은 반대편으로 돌아앉아 돌로 굳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소횡경도를 지나 방축도 남쪽 바닷가에서는 독립문바위를 만난다. 길게 누운 큰 바위 한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데, 작은 고깃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만큼 크다. 하지만 형태는 홍도의 독립문바위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방축도 서쪽 끝은 거대한 절벽이 형성돼 있다. 그런데 절벽을 이루는 바위의 형상이 기묘하다. 시루떡을 양 옆에서 힘을 줘 찌그러뜨렸을 때 보이는 모습처럼 층층이 쌓인 바위가 이리저리 일그러지며 바다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떡바위다.
서쪽 끝에서 남북으로 길게 누운 관리도는 억겁의 세월 동안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조각품이 많이 새겨져 있다. 1㎞ 가량 되는데, 병풍바위로 불리는 절벽에는 독수리·부엉이·해골 등 기기묘묘한 바위가 즐비하다. 특히 남쪽 끝에는 하늘로 구멍이 뚫린 천공바위, 마치 1만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듯한 만불상바위 등이 절경이다. 천공바위는 반대편으로 돌아가 바라보면 코뿔소가 누워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관리도를 돌아들면 장자도에 닿는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섬 주변은 한때 조기가 지천이었다. 조기잡이에 나선 수백척의 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작업하던 모습이 얼마나 장관이었던지 장자어화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고, 선유8경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걸어서 만나는 선유도·장자도
고군산군도의 외곽 섬들을 바다에서 만났다면 선유도 주변은 걸어서 감상할 수 있다. 선유도와 장자도·대장도·무녀도는 연도교로 연결돼 왕래가 수월하다. 게다가 각 섬에는 가벼운 트레킹을 겸한 산행이 가능한 산이 있어 몇날이고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마치 신선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는 듯한 모습을 품고 있다 해서 이름붙여진 선유도에 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산이 망주봉이다. 유배온 신하가 매일 임금님을 그리워하며 올랐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북 진안 마이산처럼 우뚝 솟아오른 두 개의 봉우리는 바로 아래 백사장인 명사십리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가파른 길을 이용해 20분이면 봉우리 정상에 오르는데, 맑은 날이면 군도의 모든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수욕장의 모래톱은 마치 내려앉은 기러기 형상과 비슷해 평사낙안이라 불리기도 한다.
선유도에서 바닷가로 이어진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장자도에 닿는다.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섬은 선유도에 비해 조용하고 깔끔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두 섬을 연결하는 장자대교에서 낚시도 쏠쏠한 재미를 전해준다. 굳이 낚싯대가 없더라도 낚싯줄과 낚싯바늘, 미끼만 있으면 우럭·놀래미·장대·백조기·아나고 등이 줄줄이 물려 올라온다는 것이 섬 주민의 설명이다.
장자도에서는 갖가지 체험을 즐길 수 있는데, 특히 김종승(38)씨가 운영하는 1박 2일 일정의 꽃게체험이 인기다. 10명 기준으로 참가 신청을 받으면 김씨는 2~3일 전 근처 바다에 꽃게잡이용 그물을 쳐 놓는다. 이 그물에 잡힌 꽃게는 양에 상관없이 몽땅 손님들 차지다. 손님들이 직접 그물을 걷어올리는 것은 물론이다. 잡히는 양이 적을 경우 김씨가 필요한 만큼 조달해주기도 한다. 이외에 숙박·식사·갯바위낚시·갯벌체험 등이 포함된다. 1인당 12만원. 011-680-6314.
▲가는 길=군산 외항에 자리한 군산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선유도를 왕복하는 여객선이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6차례(주말 오후 3시 30분 추가) 운항한다. 요금은 약 1시간 20분 소요되는 일반여객선이 1만 3500원, 약 50분 소요되는 쾌속선이 1만 6650원이다. 063-472-2727.
고군산군도 선상여행은 군산 비응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데,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므로 사전 확인이 필수다. 비응항을 출발, 횡경도·소횡경도·방축도·대장도·장자도·선유도를 거쳐 비응항으로 돌아온다. 1만 5000~3만원. ㈜월명유람선(063-445-2240). 섬 주민의 배를 얻어탈 수도 있다. 연료비에 약간의 수고비만 얹어주면 섬의 갖가지 볼거리에 얽인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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